[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개념 이해하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8.25 09:36
  • 공부하는데 개념을 이해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말이다. 모든 학습법, 과목내용, 입시 강의를 하는 선생님, 강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개념이해” 이니까. 거의 모든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그 얘기를 한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할지도 모른다. 첫 번째는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부분 실천하지 않는 다는 것. 건강하려면 고기 줄이고 과일야채 많이 먹고 운동하는 얘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솔직히 그 전문가라는 분들 중에 학창시절 본인이 개념이해를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한 분이 얼마나 계신지 묻고 싶다. 이해가 잘 안되면 시험 핑계와 시간 부족을 핑계로 암기라는 빠른 선택을 하는 것이 사실 더 쉬운 길이다. 진정으로 어떤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부단한 읽기와 고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 학교 수업의 진도일변도 현실상 그러다가는 시험 때 정작 내용을 숙지하지 못해서 이해는 하고 시험은 못 보는 아이러니를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 즉, 내용을 이해하고 사고하는 것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시험을 잘 보는 것은 또한 쉬운 일은 아니며, 공부를 제대로 하면서 시험도 잘 보는 것은 진심으로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가장 이상적인 순서는 1단계: 먼저 제대로 공부 내용을 이해하고, 2단계: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그 내용을 숙지하며, 3단계: 반복함으로써 반응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보통은 1단계를 등한시 하고 2단계에 힘을 준 다음 3단계를 대강하다가 노력대비 성과가 안 나오는 학생이 다수다. 혹은 1단계를 거의 생략하고 2단계를 아주 열심히 하고 3단계까지 성실히 임하여 성적은 잘 받지만 시험 끝나면 대부분 내용을 까먹는 학생이 그 다음일 것이다.

    반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1~3단계를 충실히 하는 학생들이다. 개념이해라는 어려운 산을 넘어 시험 준비의 지난함을 기꺼이 받아드리고 반복을 향해 나아가는 공부에 대한 진정성, 그것이 사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르고 쉽고 만만한 길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고 묵묵히 정도를 걸으며 유혹과 싸워 이기는 것이야 말로 어른의 세계로 가기 위한 최선의 준비다.

    개념이 이해된다는 말도 사실은 모호함이 담겨 있다. 도대체 어떤 것이 이해된 것이고 어떤 것이 이해되지 않은 것인가. 쉽게 이해한 사람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해된다고 설명하는데 게으르다. 이해가 안 된 사람은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어떻게 하면 이해되는지 알지 못해서 설명하지 못한다. 다들 모호함을 묵인한 채 개념이해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남용하고 있을 뿐이다.

    개념이해는 말하자면 이런거다. 그것이 수학 공식의 개념이든 과학이나 사회 용어가 담고 있는 개념이든 아니면 국어나 영어의 문법이든 내용을 이해했다고 함은 그것과 내가 한 몸이 된 상태라야 한다. 억지로 겨우 생각해내서 떠올릴 수 있는 것 말고 나와 하나가 되어 언제든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때가 비로소 개념이 이해된 것이다. 즉 항시 자유로운 사용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은 당연히 개념 자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문제에 적용함에 거리낌이나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사실 어떤 내용이 이렇게 자기화 될 때까지는 부단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고등학습으로 갈수록 그럴 여유가 많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공부 잘하는 아이들처럼 주어진 시간 내에서 이것을 가능하게 할까?

    이해라는 것은 우선 읽기를 통해서 시작한다. 그런 다음 적용을 통한 사용경험이 더 정확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통상은 읽기보다는 듣기나 보기를 선호하고 적용마저도 스스로 해보지 않는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읽기와 스스로 적용을 회피하면 개념이해는 점점 더 멀어진다. 명심해야 한다. 그런 다음 해야 할 일은 구조화 또는 심화 또는 응용이다. 앞뒤 내용을 연결해보거나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거나 개념을 활용해보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일상적인 공부에서 이를 적용해보면 이렇다. 대부분의 수험서는 과목과 무관하게 개념설명-예제유제-연습문제로 되어 있다. 수학이나 사회 과학은 물론이고 영어도 설명-연습문제-종합문제로, 국어도 본문에 대한 개념설명과 곁들인 예제유제 그리고 마지막에 종합문제로 구성되어 있으니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랬을 때 학생들이 개념이 흐물흐물한 가장 큰 원인은 설명부분은 한번만 공부하고 문제만 열심히 반복한다는 데에 있다. 설명부터 문제에 이르는 큰 단위 전체를 반복해야 누적적으로 횟수를 거듭해나갈수록 그 깊이가 깊어지는데 문제만 반복하면 깊이는 깊어지지 않고 문제만 외우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개념이해를 막는 잘못된 공부습관이다. 개념-기본문제-종합문제의 큰 덩어리를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 개념은 진정으로 이해되는 날이 온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