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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제대로 잘하는 아이들의 특성 중에 하나가 고등학교로 갈수록 공부를 더 잘한다는 점이 다. 그리고 그 바탕을 이루는 몇 가지 속성 중에 하나가 바로 독해력이다. 독해력이라 함은 어떤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과 그것을 머릿속에 담고 있을 수 있는 능력으로 구성된다. 모든 공부는 고등학습으로 갈수록 자기 스스로 터득하고 이해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좋은 선생님을 만나도 이 프로세스를 생략하고는 공부를 잘할 수가 없다. 따라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어떤 교과라도 혼자서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기본기가 잘 되었을 때 공부를 제대로 해내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독해력이 잘 갖추어졌을 때 시험문제를 푸는 스피드나 지문을 읽는 속도와 정확성 측면에서 국영수사과 모든 과목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기주도학습능력과 논술, 자기소개서 작성 및 면접에서의 문장구사능력 등 학습과 입시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독해력이다.
독해력을 기반으로 뻗어나가는 연계능력들이 그만큼 많다. 문학작품을 감상하는 능력부터 비문학 글을 읽고 분석하는 능력, 영어 지문을 빠르게 읽고 내용을 파악한 후에 답을 고르는 능력, 수학 문장제를 읽고 분석하는 것이라든가 사회나 과학 관련 지문을 읽고 이에 맞는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에 이르기 까지 독해력은 안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러한 독해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의식적인 공부법적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려면 역시 독서가 가장 근간이 된다. 책과 글, 문장을 읽고 쓴 사람의 생각을 파악하고 따라가 보는 연습을 해야만 독해력은 자연스럽게 증진된다. 따라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 중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잘하는 아이들은 대게 독해력이 건강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바탕이 되는 독서량도 월등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잘하던 공부에 버거움을 느끼는 학생들은 비판적 독서량이 부족한 경우를 많이 본다. 누가 떠먹여 주는 것에만 길들여져서 스스로 읽고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능력이 마련되지 않아서이다. 학습능력의 기반이 되는 독서가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독서에 대한 시간투자가 장기적인 안목의 접근이라는 점이다. 하루 이틀 책을 읽는다고 해서 없던 독해력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몇 년에 걸친 지속적인 읽기 습관과 사고 습관이 몸에 배었을 때 비로소 그것이 독해력이자 학습능력으로 자리 잡아 어떤 종류나 분야의 글을 읽던 간에 두려움 없이 읽고 내용을 음미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생에서 참으로 힘든 것이 장기투자가 아니던가. 머리로는 장기투자를 추구하지만 마음은 단기투자에 끌려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독서보다는 당장 급하고 눈에 보이는 학습에 눈독을 들이고 결과로서의 점수나 등수에 연연하는 것이 어찌 보면 더 보편적인 욕심일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욕심을 내려놓고 먼 앞날을 바라보면서 독서라는 학습의 기본 코드에 익숙해질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참고 기다리고 가르쳐줘야 한다.
독서를 할 때 유의해야 할 점들을 생각해보자. 특정 분야나 스타일의 책만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평생 한 분야의 책만 읽고 한 가지 스타일의 책만 읽는 사람은 없다. 다만 편식이 몸에 좋을리 없듯 편향된 독서는 지적 성장에 한쪽으로의 치우침이 있을 수 있으므로 다른 분야의 책도 30% 정도는 다른 스타일의 책도 30% 정도는 배합을 하는 필요성이 있다. 감성적인 책을 좋아한다면 이성적이고 정보와 사실을 중심으로 설명된 책도 30%는 읽어볼 필요가 있다. 만화로 된 책만 읽으려는 학생은 글로 된 책도 30%정도만 배합을 해보길 권한다.
만약 독서습관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면 그 습관을 형성하고자 할 때는 너무 급하게 책부터 읽으려 들지 말고 글 모음집부터 권한다. 아직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인내심이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책을 읽으려들면 오히려 독서에 대한 안 좋은 인식만 하게 된다. 짧은 글을 모아놓은 잡지류의 책을 통해서 짧은 호흡의 글들을 읽고 음미하는 습관부터 들이자. 그래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을 때쯤 얇은 책으로 중간정도의 책으로 본격적인 책으로 단계적으로 옮아가는 방식이 좋다.
독서의 또 다른 선물은 기본적인 독해력의 증진뿐만 아니라 배경지식의 증진이라는 측면도 있다. 어떤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문장의 이해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내용을 연결지어 이해하는 내용적 이해가 동반되었을 때 완성된다. 따라서 독서를 이어나가면 나갈수록 새로운 독서를 할 수 있는 배경지식적인 역량도 증진된다. 결국 독해력을 보나 배경지식의 증진을 보나 독서는 지적 학습능력의 발전에 기반이 되는 습관이다. 그렇기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에는 역시 독서가 자리 잡고 있다. 독서를 통한 선순환은 공부를 잘하기 위한 기본 중에 기본이라 할 것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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