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질문하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7.28 13:26
  • 사람은 언제 생각할까? 질문 받아서 답변해야 할 때가 바로 생각할 기회 중에 하나일거다. 그래서 생각하는 일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에겐 질문이 고통스럽다. 회피하고 싶은 일이다. 특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즉석 질문은 내공의 깊이를 드러내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쉽사리 응하지 못한다. 질문에 대한 좋은 대답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과 고민의 기회가 된다.

    그러나 질문에 답변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생각과 준비가 필요한 것은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준비다. 좋은 질문은 충분한 고민에서 나온다. 충분한 고민 없이는 질문도 깊이가 없고 공허하거나 광범위해서 답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질문자에게는 일견 편할지 모르지만 답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엇을 알고 싶은건지 얼마나 알고 싶은건지 가늠하기 어렵기에 답변하기 어렵다. 또 정성껏 답을 해줘도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기 때문에 고마움이나 해소감을 느끼지 못하는 질문자들도 만난다.

    가끔은 자기가 뭘 궁금한건지를 모른채 질문하거나 넋두리 혹은 자랑을 질문의 형식을 빌려서 하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답변자에게도 당혹스러울 뿐만 아니라 질문자도 의미 있는 답을 얻기 어렵다. 혹은 마음속에 정해놓은 자신만의 답을 답변자 입으로 들을 때까지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는 경우 도 있다. 모두 질문의 실익이 없다. 의미 있는 질문을 위해서는 어떤 내용을 질문하기 전에 반드시 그 내용에 대해 충분히 다양한 각도에서 깊이 있는 사고의 과정을 거친 다음 정제된 내용을 질문해야 한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질문에는 깊이와 구체성이 담겨 있다. 나몰라라 식의 질문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까지 고민해 봤는데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는 다는 명확한 포인트가 드러난다. 그래서 답을 하고 싶은 욕구와 답을 했을 때의 즐거움이 함께 한다. 수학문제를 물어봐도 그냥 풀어주세요가 아니고 이렇게 이렇게 풀어봤는데 어디어디서 막힌다 라든가 어떤 생각이 안 떠오른다 식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질문을 한다. 혹은 공부 방법에 있어서도 자신이 나름 열심히 했는데 안 된다 식의 모호한 질문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봤는데 어떤 부분이 고민이 된다는 명확한 포인트를 질문한다. 당연히 답변도 품격과 퀄리티가 보장된다.

    특히 질문은 한다는 행위 자체는 이미 사고와 궁금증이라는 두 가지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질문을 하려다가 거꾸로 답을 찾는 경우도 있다. 또 질문을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하고 나서 질문에 답변을 받으면 그 학습 효과나 고마움의 크기도 월등하게 커진다. 반대로 별 고민 없이 물어본 질문에 대한 답은 학습효과도 없고 자기화 되지도 않는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과 그냥 무책임한 질문을 하는 것의 효과성은 이렇게 차이가 난다.

    질문은 가끔 나 자신 혹은 친구와 주고받는 것도 좋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고 답을 찾아보는 것은 궁극적인 질문의 단계다. 내가 아는지 모르는 지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알고 있다고 믿는 내용을 꺼내서 확인해봐야 한다. 또 친구와 함께 질문자가 되기도 하고 답변자가 되어 보기도 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궁금해 하는 내용을 교환하면 소극적이고 개인적으로 학습하는 것보다 역동적이며 효율적인 학습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가만히 학교에서 질문하는 친구들을 관찰해보자. 공부에 취미가 없는 친구들이 질문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억지로 질문하라고 하면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평소에 고민과 사고의 깊이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질문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란 뜻이다. 충분한 문제의식과 궁금증 그리고 자기만의 문제해결을 위한 도전과 좌절이 녹아 있는 참질문은 그 자체로 최고의 학습 습관이자 방법이다. 좋은 질문을 위해서는 다음의 원칙을 살펴보자. 우선 내가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질문에 도달하기 전까지 내가 실행한 문제해결의 노력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노력과정 중에 어디서 왜 막힌 것 같은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통해 답을 얻은 후에는 반드시 그 내용을 복기해봐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질문의 과정을 거친 결과물로서 오답노트가 완성되거나 질문노트가 완성된다면 공부 잘하는 길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제부터 좋은 질문을 꾸준히 조금씩 만들어나가 보자. 최고의 학습효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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