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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내게 맞는 옷을 입어야 보기에 좋듯이 공부도 운동도 내게 맞는 내용과 분량과 난이도를 잘 결정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이때 나 자신에게 초점을 잘 맞추면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남에게 초점을 맞춰서 나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더 어려운 책을 봐야 공부를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실전에 더 적용하기 좋은 기출 문제집을 빨리 풀어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마찬가지다. 내게 필요한 내용이나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분량과 난이도를 판단하는 것은 책을 선정할 때 필수적인데도 말이다. 아무리 좋은 책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너무 많아서 감당할 수 없거나 나의 현재 실력상 접근하기 어렵고 불필요한 책을 단지 친구들이 본다는 이유로 선택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이런 면에서 언제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어떤 책이라도 소화가 가능한 상태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들은 어떻게 교재를 선택해야만 할까? 제일 좋은 방법은 내 수준의 친구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책을 골라서 남들보다 많이 본다는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다만 내 수준과 비슷한 친구들이 제대로 책을 고르지 못 할 경우를 대비해서 책 고르는 원칙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과목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수학과 사회와 과학 같이 개념이나 용어 등에 대한 설명이 중요한 과목일수록 앞에 설명이 충실한 기본서를 고르는 것이 좋다. 다만 내가 그 설명들을 충분히 읽어내고 이해하기 좋게 서술되어 있어야 한다. 괜히 어렵게 설명된 책을 골라서 고통스럽게 공부할 이유는 전혀 없다. 요새는 쉽게 풀어쓴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으므로 서점에서 비슷한 책들을 선정해서 읽어본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2) 영어나 국어 계열의 과목은 지문이 중요한 과목이므로 기본서의 경우는 지문에 대한 해설이 충실하고 보기 좋고 이해 잘되는 과목을 골라야 한다. 문제집의 경우는 문제의 정답에 도달하는 이유를 잘 설명한 해설부분을 중점적으로 읽어보고 이해가 잘 되는지 알아봐야 한다.
3) 요약서나 문제집형태의 책만 공부하는 것은 위험하다.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핵심만 요약된 책은 나중에 정리할 때는 좋지만 처음 공부할 때는 매우 좋지 않은 공부습관을 만들어준다. 내용을 이해하기 보다는 암기하려고 덤비기 쉽기 때문이다. 요새 시중에 나오는 책 중에 기본서의 기능인 설명도 적당히만 되어 있고 문제집의 기능인 다양한 문제도 양을 줄여서 합치는, 즉 문제집도 아니고 기본서도 아닌 하이브리드 책들이 인기를 끄는 경우를 본다. 이런 책을 보면 공부했다는 즐거움은 줄 지언정 절대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는 없다. 언제나 그렇듯 하기 싫은 것을 피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성공하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4) 기출문제집은 공부가 마무리단계일 때 봐야하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참 진도 나가는 단계에서 내용적으로 공부가 다 되기도 전에 기출문제집을 푸는 경우가 많다. 절대로 권장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물론 기출문제를 풀고 거기에 맞춰서 공부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그건 난이도가 언제나 쉬울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전략이다. 만약 난이도가 조금이라도 조정되고 어려워지거나 신유형이 발생하면 여지없이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 같은 실력을 쌓게 될 공산이 크다. 기출문제집은 반드시 공부가 완성단계일 때 자기 실력을 측정하고 구멍 난 곳을 찾아 채우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
5) 영어단어장을 고를 때는 20%정도는 아는 단어로 구성된 책을 골라야 한다. 아는 단어가 너무 없으면 공부에 대한 부담감만 크고 실제 공부효과를 저하된다. 또 자기 자신에게 공부가 잘되는 방식으로 기술된 책을 고를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턱대고 외우는 것보다는 설명된 단어의 의미와 이유를 이해하는 게 좋을 때 볼 책이 있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외워야 효과적인 사람은 재미있게 기술된 책을 골라야 한다. 많은 단어가 빡빡하게 적힌 책이 좋을 수도 있고, 기출 된 단어들을 정리해보고 싶을 때 골라야 할 책이 따로 있다. 이런 용도와 목적 그리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잘 고른다면 이미 공부는 절반이상 성공이다.
6) 영어독해문제집은 한 지문에 모르는 단어가 3~5개 이내여야 한다. 너무 많은 단어를 모르는 독해문제집은 자신감에 악영향을 줄 뿐이다. 무조건 어려운 지문을 읽는다고 실력이 느는게 아니다. 오히려 자기 수준에 맞는 지문을 정확하고 빠르게 독해하는 실력을 연마해서 점진적으로 어려운 지문을 읽어내는 편이 훨씬 좋다.
7) 수학문제집을 고를 때는 연습문제 중에 25%정도는 자신 있게 풀 수 있는 정도라야 한다. 25%정도는 고민해서 풀어야 하고 25%정도는 어렵다고 생각되며, 나머지 25% 정도는 아주 어려워서 답을 봐야할 것 같은 정도로 구성된 것이 좋다. 즉 4문제 중에 하나는 풀고 하나는 답을 봐야 겨우 풀며 안 그러면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이 들고, 두개는 답을 참고하거나 많은 시간을 들이면 결국 답에 도달할 만한 책이 라야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이다. 연습문제를 풀어보니 거의 다 풀기가 어렵고 어쩌다 겨우 하나 정도 풀 수 있는 수준이라면 좀 더 내공을 쌓고 봐야한다는 신호다.
8) 자기취향에 맞는 것도 요새 학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디자인이나 편집, 구성, 문제집의 경우 여백의 크기나 색감, 폰트부터 재질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부분도 사실 공부는 심리가 7~8할인지라 중요한 문제다. 이런 부분이 공부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높여주고 공을 들여서 공부할 의지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남이 선택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자신에게 잘 맞는 취향과 선택의 주관을 형성하는 것도 어찌 보면 큰 범주에서 공부의 한 부분일지도 모를 일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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