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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찮게 발견한 어느 자료집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찾아냈다. 이른바 ‘영재의 조건’ 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6가지 조건이 있는데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보통 이상의 지능
외적 동기보다는 내적 동기
강한 과제집착력
창의적 문제해결력
자기를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능력
빠른 진로선택과 집중
쉬운 말로 바꾸면 이렇다. 지능은 보통 이상이면 충분하며, ‘해야 돼서’ 라기 보다는 ‘하고 싶어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어떤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아 물고 늘어지는 집착력을 보이며, 뻔하고 일반적인 해결책 보다는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고, 자신의 강점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과 진로를 미리부터 결정해서 성취하고 준비해나간다는 말이라고 보면 대략 맞을 것이다.
단언컨대 위에 제시된 여섯 가지 조건은 영재의 조건이 아니라 상위권이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 해석해도 정확히 맞을 것이다. 공부에 집중이 안 되고 딴생각이 든다고 고민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난다. 어떻게 하면 딴생각이 안 들고 집중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그걸 위해서 올바른 자세로 책상에 앉는 방법이나 집중력 강화를 위한 명상방법 따위를 상상한다면 정확히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
잡생각과 집중력 저하의 원인은 자세를 교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내가 하는 공부를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지 되물어야 한다. 수학 문제가 하나 풀리지 않으면 낑낑대고 풀려고 애를 쓰는지 아니면 손쉽게 별표치고 질문하겠다면서 넘어가거나 답보고 대강 풀고 넘어가지는 않는지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방법으로 풀 수는 없는지 음미해보는가? 자신의 약점 강점 과목 내지 분야를 알아내고 보완하거나 강화하려고 애써봤는가? 내가 이 공부해서 뭐가 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진정으로 깊이 고민해보는가?
가슴속 깊이 끓어오르는 공부에 대한 열정을 살펴봐야 한다. 이 공부 안하면 오늘 잠이 오지 않을거 같아서 가슴 벅찬 느낌이 드는데 잡생각이나 잠이 차지할 공간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억지로 책상에 앉아 설렁설렁 문제 풀고 자습서가 해주는 설명 따라가기 바쁘고, 인생 사는데 이따위 공부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만 든다면 잡생각과 딴짓이 우리를 지배할 것이다.
입으로는 말로는 항상 성적 올리고 우등생이 되고 싶다고 외쳐대지만 막상 하루하루의 삶은 15분 안에 방에서 나와 물먹고 화장실가고 냉장고 열고 동생 간섭하고 TV 보고 그러다가 엄마랑 싸우고 답답한 마음에 게임이나 채팅하고 피곤해서 잠들었다가 집에서 핵전쟁이 일어나고 또 좌절하고 체념하기를 반복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또 한 번 마음먹고 다시 해보겠노라고 외치는 것은 무의미하다. 상위권들은 상위권이 손쉽게 된 것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도 당연히 아니다. 속에서 강하게 끓어오르는 이유를 찾기 위해 애쓴다. 어떤 종류의 감정이라도 좋다. 내가 공부 아니라 어떤 것에 최고로 집착에 가까운 노력을 했을 때의 나를 떠올려보면 좋다. 그 감정을 공부에 집중하면 가장 훌륭한 동기가 된다.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원이 된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한 문제 한 문제를 허투루 보지 않게 되고 열심히 하다보면 내가 약한 분야도 보이고 그렇게 애써 공부해서 올린 성적은 새로운 목표와 동기의 기반이 된다.
절대적으로 어떤 결과든 과정을 동반한다. 그 과정이 좋다면 좋은 결과를, 좋지 않다면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아지겠지. 과정이 좋으면 결과는 중요치 않다는 순진한 생각에 자기위안 할 필요 없다. 그리고 과정이 좋으면 거의 결과는 따라오게 되어 있다. 제일 못난 생각은 과정 없이 바로 결과로 점프 하려는 욕심이다. 어떠한 상위권도 과정 없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그들도 시행착오 끝에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시행착오 속에서 앞서 말한 여섯 가지 조건들이 차곡차곡 하나씩 달성되는 것이다. 그들도 했다면 여러분이 안 될 이유는 없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영재의 조건? 상위권의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