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심화학습 피하지 않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2.17 11:56
  • 사람들이 싫어하는 노력방법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반복하기와 어려운 것 도전하기다.
    전자의 경우는 흥미를 잃기 때문이고 후자의 경우는 두려움과 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쉬운 것을 정확히 처리하는 능력도 세상을 사는데 있어서 필수불가결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난이도 있는 과제를 회피하지 않고 도전해서 완수하는 능력도 어떤 분야에서든 요구된다.

    흔히 공부가 세상 사는데 무슨 소용이 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공부내용을 통한 특수능력(예를 들면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한 길이 계산 같은 것) 이야 일반인 입장에서 세상 사는데 직접 사용하지 않을 것들이 많으니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공부를 대하는 태도나 거기서 연마하여 얻게 되는 일반 능력들은 세상 사는데 큰 영향을 준다.

    수학 문제를 풀 일이야 수학 강사나 교사를 하지 않는 한 쓸 일이 없다. 그러나 수학 문제를 풀면서 배우게 되는 논리적 사고나 심화 문제에 대한 도전심, 반복에 대한 인내심, 넓은 범주의 내용에서 필요한 내용을 구성해내는 구조적 사고력, 새로운 논리적 개념을 이해하는 이해력 등등 수학을 공부하면서 얻는 일체의 일반 능력들을 고스란히 삶에 대한 태도, 일에 대한 태도와 문제해결능력의 기반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수학을 배우는 방식이나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서야 비판할 것들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쓸모가 없으니 배울 필요도 없다는 식의 학창시절 공부에 대한 비난은 하나만 보고 둘은 못 보는 얘기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일수록 심화해서 제시되는 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덤빈다. 어려운 수학 문제 하나를 푸는데 자신의 자존심과 승부욕을 모두 걸어 해결해낸다.

    답을 보고 푸는 것을 치욕스럽게 여기며 혼신의 힘을 다해 풀어낸다. 어려운 영어독해지문을 물고 늘어지면서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애쓰고 정답이 모호한 국어문제의 지문 안에서의 근거를 정확히 찾으려고 노력한다.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복잡한 물리나 화학 문제도 도전해서 알아내고야 만다.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참으로 한심하고 쓸데없는 짓이다. 그까짓 문제 하나에 목숨 걸고 풀어봐야 뭐에 쓰려나 싶다. 그렇다. 문제를 풀어서 답을 냈다는 사실만 바라보면 별 쓸데없는 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일 중에 많은 경우 쓸데없는 짓을 해야 쓸모 있는 것을 만들어내지 않던가.
    그깟 문제 어려운 것 하나 풀려고 낑낑대는 과정에서 길러진 과제 집착과 몰두의 힘은 장차 인공지능프로그램을 개발하든, 홈페이지를 디자인하든, 파생상품을 개발하든 아니면 회사에서 법률문제가 발행했을 때 법률대리인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조차도 모두 그 사람의 일반 능력으로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내는 핵심 키가 된다.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영역의 도전 과제라고 해도 거기에 대한 충분한 집착력이 있어야만 모두가 인정할 만한 결론에 도달하는 법이다. 쓸데없는 짓을 충분히 해야 쓸데 있는 것을 얻는 다는 것은 모두 다들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명제다. 공부도 다르지 않다.
    특히 심화를 많이 한다는 것은 공부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수평적인 확장을 의미한다. 수직적인 확장이라 할 수 있는 진도 나가기에만 몰두하면 결국 전체 구조가 부실해지기 쉽다. 앞뒤 연결이 단단하지 못하고 얼기설기 연결되고 주먹구구식으로 쌓아올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수평적인 확장인 심화를 많이 할수록 구조가 탄탄해지고 장차 수직적인 진도가 나가더라도 어설픈 구석 없이 야무진 실력이 된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심화학습에 많은 공을 들인다. 그리고 나서 충분한 숙성이 되었을 때 다음 진도를 나간다. 그렇게 하다보면 나중에는 수직적인 진도도 더 가속이 붙어서 나갈 수 있다. 수평적인 심화가 충분했을 땐 말이다. 그러나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들은 이런 수평적인 강화는 생략한 채 수직적인 진도만 따라가려다 보니 금새 지치기 쉽고 실력은 오르지 않으며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진다.

    진도 나가기라는 수직적인 공부는 사실 누구나 선택만 하면 잘되든 안 되든 할 수 있는 공부다. 강의를 통해서든 자기 혼자서 책을 보든 내가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은 아니란 뜻이다. 잘 그리고 제대로 하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면. 그러나 심화라는 수평적인 공부는 선택만 한다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당장 어려운 문제를 풀든 어려운 내용을 읽든 자기 스스로 먼저 힘들고 어렵다는 느낌이 들게 되어 있다. 그 힘듦을 참지 못하고 포기하고 던지면 결국 심화는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선행은 해도 심화는 안하려든다. 실력은 선행이 아니라 심화에서 만들어지는데도 말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잘 된 선택을 통해 잘되고 싶지 노력을 통해서 잘되고 싶지 않다. 노력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골치 아픈 일이니까. 다들 주식으로 돈을 벌고 싶지 회사 일을 프로페셔널하게 처리해서 돈을 버는 것은 힘들게 느낀다. 로또 대박을 원하지만 로또 사는 노력조차 귀찮아한다면 말 다한 것이다. 건강도 음식을 잘 골라먹어서 얻는 것이 운동을 통해 얻는 것보다 쉽다고 느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진짜 노력을 한다면 생각보다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쉽다. 다들 열심히 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진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심화학습은 선택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노력해야 해결된다. 그래서 해볼 가치가 있다.

    또한 누구나 본능적으로 어려운 과제를 눈앞에서 만나면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고 이를 회피하거나, 잘못 되었을 때를 대비한 핑계거리를 먼저 찾는다. 시험에서 심화문제를 만나면 못 풀 것 같다가도 시험 끝나고 나서 풀어보면 너끈하게 푸는 것도 이런 심리적인 두려움과 회피본능 그리고 시간이 부족했다는 핑계 찾기 때문이다. (실력의 문제가 없다고 했을 때) 따라서 평소에 이런 두려움과 회피본능 핑계찾기를 이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심화학습이다. 지금부터 두려움과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핑계거리 찾을 시간을 아껴서 심화학습에 내 노력 에너지를 걸어보자. 거기서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기 위한 위대한 첫걸음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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