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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는 설사 목표가 없다고 해도, 놀고 싶은 마음만 없애면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란 말이다. 그렇지만 고등학교 때는 이게 좀 어렵다. 근본적인 이유는 장거리 경주라서 그렇다. 중학교 때처럼 단거리 경주라면 목표가 따로 없어도 당장의 작은 경주에서 이겨야 한다는 이유가 있으니까 열심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공부는 긴 마라톤처럼 오랜 시간 동안 최종의 결과를 위해서 달려야 한다. 이때 목표가 없다면 공부 자체가 고문이다. 지루하고 괴로워서 포기하고 싶을 것이다.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헤매게 된다.
그래도 목표 없이 공부하면 정말 안 되는 것일까? 고등학교 공부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를 깨어있고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동반자는 바로 목표뿐이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우리를 대신해 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목표 없이 고등학교 공부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잘하기는 어렵다. 이제 그것쯤은 깨달아야 할 때가 됐다.
목표를 꼭 세워야 하나?
일단 공부를 떠나서 생각해보자. 인생에서 목표란 자전거를 탈 때 바퀴를 돌리기 위해 끝없이 페달을 돌리는 것과 같다.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굴러갈 수 있는 것은 중심이 흐트러져 넘어지기 전에 앞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쉴새없이 발로 페달을 돌려야 한다. 그래서 일단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가기로 결정했다면 당연히 누구나 페달을 돌린다. 인생에서 목표는 그런거다. 내 인생을 엉망으로 넘어뜨리려고 살고 있는 게 아니라면 누구나 목표가 하나쯤 있어야 한다. 인생이라는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가려면 목표라는 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말이다. 혹시 목표라는 말이 너무 거창해서 거부감이나 부담감이 느껴진다면 희망이란 말로 바꿔도 좋다. 우리가 죽음의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는 것은 삶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인 것처럼, 우리에겐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인생은 열심히 살 수 있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면 새로운 목표를 또 세우는 게 중요하다.
가끔 중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학과에 입학하여 목표를 달성한 학생들 중에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 못하고 현재에 안주해버리는 경우를 본다. 목표는 끊임없이 달성하고 새롭게 세우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지 않으면 거기까지로 끝이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끝나는 게 아니다. 새로운 목표는 우리를 더욱 살아 있도록 만들어 준다. 절대로 현재에 안주하지 말자. 자전거는 서있을 때가 아니라 달리고 있을 때 그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을 잊지 말자.
그럼 목표는 어떻게 세우나?
목표 설정을 어떻게 하라는 책들을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구체적으로 실행가능 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를 마감기한을 정해서 써서 붙이고 세부목표를 함께 생각하여 실천하라.’ 그리고 여러 가지 공부법 책들을 살펴보면, 별도의 시간은 내서 인생의 목표를 세우라는 거창한 문구들이 널려 있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목표세우다가 진이 다 빠지겠다. 목표는 그렇게 억지로 세우는 게 아니다. 그런 목표는 해보기도 전에 이룰 수 있을까 겁부터 나고, 실행할까 말까 망설여지고, 실행하기 귀찮고, 실행방법을 모르겠어서 답답하고, 처음에 잘 안되면 안 된다고 포기하기 쉽다.
오히려 사람의 인생에서 목표는 어느 순간 섬광처럼 찾아온다. 물론 그 섬광은 충분한 분량의 시간과 생각, 끊임없는 고민 그리고 노력과 시행착오를 필요로 한다. 또한 많은 상처와 오기, 승부욕 그리고 부러움과 욕심을 필요로 한다. 끊임없는 자극과 스쳐가는 생각들이 하나씩 모여서 목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 두 시간 반짝 방구석에 앉아서 종이에다 대고 쓰면서 내 인생의 목표를 세우는 그런 손쉬운 과정이 아니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당장 뭔가를 시작할 수 없는 목표는 소망일뿐.
너무 먼 미래에 대한 거창한 소망이나 허황된 신기루 같은 야망을 목표로 삼으면 현재에 대한 불만과 좌절감만 늘어간다. 오히려 가까운 앞날에 대한 실현과 달성이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를 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면 뭔가를 시작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다. 마음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당장 뭔가를 시작할 수 없는 목표는 한낱 바램이자 소망일뿐이다. 그런 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루어지기 전에 우리에게서 떠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잊어버리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하지만 지금 목표가 없다고 너무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는 말자.
우리는 항상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말은 수없이 듣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말에 주눅들곤 한다. 그만큼 누구나 목표를 세워서 노력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당장에 목표가 없어도 우리는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리에게는 바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란 게 있기 때문이다. 공부가 그런 것은 아닐까? 또 지금을 열심히 살았을 때만 목표도 세울 수 있다.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서 목표가 없어서 그렇다고 투정하지 말자. 그런 건 핑계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어느 영화 속 대사를 소개하면 마무리한다.
“You got a dream, you gotta protect it.” - The pursuit of happiness. (행복을 찾아서)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목표 없이 공부 잘 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