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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학생들은 문제를 주면 귀찮거나 짜증나는 표정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문제를 주면 사냥감을 본 맹수처럼 눈에서 빛이 나고 해결해서 답을 내려는 맹렬한 욕구가 표정과 몸짓에서 비언어적으로 충분히 느껴진다.
여러분은 앞에 놓인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어떤 마음이 되는가? 그냥 이깟 문제 하나쯤 못 풀면 어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혹은 와 이거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풀어야 하지? 덤벼보라고 절대 포기 하지 않을 테니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어느 쪽에 가까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명하다. 이렇게 눈앞의 과제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려는 자세를 어려운 말로 과제집착력이라고 표현해 볼 수 있다.
과제집착력은 많은 경우 기질의 문제로서 타고나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타고나지 않은 사람은 그 어떠한 분야라도 과제에 대해서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는가? 그건 또 아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과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은 충분히 많다. 단지 그게 공부이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그렇지 않은 자녀의 마음이 따로 놀기 때문에 불행해질 뿐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높은 과제집착력을 가지는 것은 기질적으로 어떤 과제이든 간에 강한 해결욕구를 가진 경우도 있겠지만, 기질적으로는 크지 않더라도 교육과정에서 해결욕구를 키워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 시작에는 성취감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공부든 스포츠든 악기연주나 그림이든 간에 사람은 누구나 작은 성취로부터 출발해서 흥미와 관심을 키워가고 잘한다는 생각이 들 때 더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법이다. 눈앞에 과제가 능력 밖의 거대한 산으로 보인다면 대게 포기하기 쉽다. 그러나 힘들겠지만 오를 수 있는 정도의 것이라고 느껴진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그래서 공부를 계획하거나 목표를 설정할 때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정도의 과제를 적절하게 세팅해서 성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해결욕구는 조금씩 키워나갈 수 있다.
문제는 자녀는 필요한 정도보다 쉬운 과제를 처리하려고 하고 부모는 과도한 과제를 처리하길 바라는데서 발생한다. 자녀가 타고난 강한 과제집착력의 소유자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모는 눈높이를 조금 낮춰서 아이에게 약간 어렵지만 도전해볼만한 수준의 과제를 제안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단계를 높여가면서 과제에 대한 몰입과 도전욕구를 높여갈 때 당장의 눈앞의 성취도만 추구할 때보다 훨씬 큰 성장과 과제집착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반대로 학생들은 현재의 성취에 만족하지 말고 조금 더 높은 과제에 도전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물론 현재의 과제가 해결불가능한 수준이라면 용기 있게 과제 수준을 낮출 줄 아는 자기조절력도 공부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게 적절한 과제 수준을 정했다면 이번엔 정말 밤잠을 설쳐가면서 까지 치열하게 과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학 심화 문제집을 푸는 것부터 시작해서 굉장히 정답과 오답의 경계가 모호한 국어나 영어문제도 시간제한 없이 정답과 오답의 근거를 찾는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한다. 사회나 과학에서 광범위한 영역의 내용을 기반으로 문제가 구성되었을 때 대강 느낌으로 풀지 말고 철저하게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서 정리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복을 통해 단련하면 나중에는 어려운 문제를 좀 풀어야 뭔가 공부한 것 같은 충만감이 드는 순간이 온다. 즉 수용할 수 있는 과제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과제집착력도 높아지지만 해결력도 덩달아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험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높은 과제 해결력을 보유하게 되었을 때 어떤 상황에서도 실수나 위축이 발생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평소에 자신 앞에 놓인 과제를 어떤 마음과 자세로 접근하느냐 하는 것이 쌓여서 습관이 되고 결국 시험이나 결정적인 순간에 그 습관이 힘이 되어 실력으로 발휘된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상 타는 학생들이 평소에 시중의 문제집은 대충 하다가 갑자기 올림피아드에서 힘을 내는게 아니다. 평소에 작은 프린트물 부터 평범한 문제를 풀 때에도 최선의 집중력과 열정적인 자세로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집착력을 발휘했기에 큰 대회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결과를 얻게 된다. 마치 우리 양궁선수들이 국내에서 수많은 크고 작은 선발전에서 가장 흔들리지 않는 실력을 가진 선수를 국가대표로 뽑았을 때 올림픽에서도 높은 성과를 낸 것과 마찬가지다. 그 이면에는 피눈물 나는 도전과제에 대한 강한 집착력이 만들어준 집중력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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