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기지 않는 나쁜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게 세상살이라지만 대게 믿지도 않던 좋은 일이 현실이 되기란 참으로 어려운 법이다. 나 스스로도 가능한 일이라고 믿지 않는 좋은 결과가 적당히 노력해서 얻어진다면 다들 이미 뭘 하든 잘하고 잘 지냈을 것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특징적인 공부를 대하는 태도 중에 하나는 바로 스스로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냥 무작정 ‘나도 하면 잘할 수 있거든!’ 이 아니라 ‘얼마만큼 노력하면 반드시 해낼 수 있다’ 는 믿음 말이다. 이 믿음이 쉽사리 그냥 공짜로 얻어졌을 리 없다. 이미 수차례 반복된 시도와 성공 및 실패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어느 정도하면 잘해낼 수 있는지 어떻게 어느 정도 했을 때 결과가 좋지 않았는지 충분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 경험을 토대로 해낼 수 있다는 효능감을 얻는 것이야 말로 공부를 포함해서 뭔가를 잘할 때 꼭 필요한 마인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자기는 잘 할 수 있다는 요새 말하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닌 진짜 믿음이 가장 결정적으로 중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그건 아마 청소년기 공부의 가장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능 당일일 것이다. 자기효능감이 충만하면 없던 실력도 뿜어져 나오고 그렇지 못할 경우 있는 실력도 쓰지 못한다. 수능 당일에는 선생님도 부모님도 친구들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 오롯이 나 자신에 대한 믿음만으로 버텨야 한다. 또한 모의고사 때 가졌던 패기도 가지기 어렵다. 한 문제라도 못 맞추면 안 된다는 두려움을 버텨야 한다. 오로지 무의식에 담긴 기반실력과 나 자신의 효능감에 대한 믿음 두 가지에 의지해서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 전까지는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야 할테지만 막상 시험 당일은 자신에 대한 무한 신뢰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평소 자신에게 쌓인 효능감과 확신은 마지막 순간에 빛을 발하게 된다.
반대로 효능감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일단 공부를 시작하는 단계가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공부하면 어떤 결과가 온다는 확신도 없이 공부를 시작하는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특히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들은 조금 노력해보고 결과가 안 좋으면 금새 낙심하고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결과가 안 좋으면 그 이유를 외부에서 찾아낸다. 시험 점수가 안 나오면 시험이 어렵게 나왔다고 생각하거나, 노력이나 준비가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들은 자기 효능감의 부족에서 찾는다. 늘상 반복하는 말이 있다 ‘내가 그렇지 뭐~’ 자기는 원래 공부를 못해서 그런 거라고 말이다. 이 둘의 차이는 실재로 상당히 크다. 외부의 원인을 찾는 다는 것은 그것을 보완하면 해결된다는 생각이다.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내가 원래 능력이 그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사실을 인정해버리고 더 도전할 필요는 못 느끼는 것이다. 노력하지 ㅇ낳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럴수록 둘 사이의 차이는 더 커져만 간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이전에 자기 스스로에 대한 효능감의 충전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 효능감의 충전을 위해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들은 먼저 성취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달성하기 쉬운 작은 과제도 좋고 국영수가 아닌 사회 과학 과목을 먼저 잘해보는 것도 좋다. 한자급수시험이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처럼 결과가 명확하고 신속하게 나오는 도전도 나쁘지 않다. 이미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정면승부해서 경쟁하면 지는 게임을 반복하기 때문에 이런 달성 가능한 도전 목표들을 선정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성취하고 ‘아 나도 하니까 되는구나’ 라는 믿음은 다음번 더 높은 과제에 도전할 용기가 된다. 그렇게 해서 ‘난 원래 못하는 애야’ 라는 부정적인 마음을 지워야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태어난 사람은 없는 법이다. 반대로 공부 못하는 아이로 태어난 사람도 없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학창시절 동안에 가급적이면 다양한 성취경험들을 통해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배워야 한다. 학습을 통해 갖게 된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은 결코 공부에서 끝나지 않고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데도 큰 영향을 주는 탓이다. 내가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그 일을 완수함에 있어서 효능감이 약한 상태로 시도하게 되면 조그만 어려움이 봉착하기만 해도 능력부족을 탓하며 실재 가능한 일도 포기하기 쉽다. 해결의 난이도가 있는 과제가 내 앞에 주어지면, 신체능력을 탓하고 두뇌능력을 탓하고 대인능력을 탓하고 언변능력을 탓하고 설득능력을 탓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성공경험과 자기효능감을 가진 사람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고 필요한 도움을 구하고 문제의 근원적인 모습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다들 학창시절의 공부는 공부에서 끝나는 것이고 어른이 되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처럼 말한다. 학창시절을 잘 보는 사람이 따로 있고 인생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전혀 별개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사춘기를 포함한 학창시절동안 만들어진 ‘자기자신’이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게 된다. 사업을 하든 직장인이 되든 전문가가 되든 공직에 가든 무엇을 하든 결국에는 바로 자기 자신의 모습대로 행동하며 그에 따른 결과를 받는다. 그래서 이 시기에 공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능력과 성향과 마인드는 가급적이면 건강하게 갖추는 것이 좋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 기르려고 하면 기르기도 어렵고 잘 내 것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남들로 부터 인정받기는 더 어려운 탓이다.
주어진 지금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채워나가자. 그렇게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부정적 마인드를 없애고 난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더 높은 목표 수립이다. 그리고 이제는 더 쉽게 달성할 수 있다. 결국 가능성과 해결책은 모두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었고 그걸 쓸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한 것이 바로 잘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기에.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잘할 수 있다고 믿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