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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보면 당면하게 되는 상황 중에 분명 왜 공부해야 하나 하는 부분이 있다. 고전적인 이유를 들기엔 미안하기도 하고 요새는 특히 확신이 떨어질 때도 있다. 그리고 그게 꼭 행복한 삶인가에 대한 근원적 의문도 들고. 엄마가 하라고 하면 그냥 좀 하면 안 되겠는가 싶겠지만 요새 아이들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대체 뭐라 얘기해줘야 할까?
다중 지능이론이 한참 각광받았다. 아이마다 저마다의 재능이 있다는 것일진데 매우 동의한다. 취학전의 부모는 아이의 강점을 위주로 장밋빛 걱정을 하지만 취학이후의 학부모는 아이의 약점을 위주로 땅이 꺼지는 경향이 있다. 사실 아이들은 영화 x맨의 뮤턴트 같은 친구들이다. 저마다의 재능이 하나씩 다 있다. 그리고 거의 타고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이 재능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결과가 진로적성이다. 그러니 어릴 때 진로적성을 찾으라는건 매우 어설픈 요구다. 원인과 과정도 없이 결과부터 찾으라는 얘기니까. 재능을 발휘한 결과물이니 이래저래 능력을 써보고 발휘해보기 전에는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진단검사를 한다. 진로적성 검사. 이런 재능을 가진 애가 보통 뭘 하는지 미리 알아보려는 거다.
문제는 재능과 진로적성이라는 결과 사이를 검사로 예측은 해볼 수 있지만 그게 진짜가 되려면 노력이라는 연료가 필요하다. 그게 1만 시간의 법칙이다. 재능을 가진 곳에 1만 시간을 노력 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뭐든 1만 정도 하면 잘하게 되는 모양이다. 중고수학문제도 1만 유형이고 영단어도 1만 단어 외우면 수능을 보니 말이다. 그래서 아이가 어디가 약한지만 들이파지 말고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를 면밀히 관찰해서 1만 시간의 노력으로 강화하면 성공적이라 하겠다. 그것은 이해사고력일 수도 있고 암기숙달반복력 분석도출력 창의성, 리더십, 통찰력 등등 이다.
문제는 내 아이의 재능이 읽고 풀고 외우고 시험 보는데 존재하지 않는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데 있다. 공부를 일찌감치 시키지 말아야 하는가? 이 부분이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다. 학창시절의 공부가 그저 입시로 귀결된 후 끝이라고 보는 점이다.
우리는 아직 선진외국에 비하면 사람이 하는 서비스에 덜 지불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적노동의 제공을 높이 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시장 특성을 이기고 살아남으려면 제공의 가치를 높여야 하고 필연적으로 기술적으로든 지식적으로든 노하우로든 자신의 분야에 대한 고도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같은 시간을 투여했을 때 내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국가의 경제에만 성장률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커리어에도 성장률은 있는 법이다.
당장 회사생활 10년을 했으면 피티 만들기부터 프리젠테이션까지 능력이 늘어야 한다. 축구선수로 10년을 했으면 10년전 보다 기술적으로나 멘탈적으로나 전술적으로 뛰어나져있어야 한다. 개업해서 10년을 내과 선생님을 했으면 환자가 왔을 때 대번에 감기인지 독감인지 메르스인지 알아차려야 한다. 거의 사람이 변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영업이 매끄러워지고 고객관리가 투철해서 단위시간당 매출이 늘어야 한다.
모든 성장에는 학습이라는 기반작용이 있고 학습기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게 아니라 기본이 되는 청소년기의 공부로부터 출발한다. 누구나 당장 쇼팽의 곡을 치고 싶겠지만 처음부터 쇼팽을 연습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바이엘과 체르니와 하농을 쳐야 하는 것처럼 어른이 되어서 필요한 학습능력도 청소년기에 기본을 잘 닦아놔야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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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공부 왜 시켜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