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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간고사가 끝났다. 기말고사는 항상 더 빨리 다가온다. 모든 시험을 준비하는 시작점은 이전 시험의 분석으로부터 출발한다. 중간고사를 분석해서 기말고사를 대비할 때도 입시와 마찬가지로 정량적인 분석과 정성적인 접근이 함께 이루어질 때 성취는 보장된다. 정량적으로 뭘 얼마나 틀렸는지 분석하고 정성적으로 왜 틀렸으며 어떻게 보완할지 전략을 수립해보자.
정량적으로는 오답 문제들을 카테고리 별로 나눠보고 주로 틀리는 유형이나 많이 틀린 내용을 분석해봐야 한다. 카테고리 분류는 다음과 같다. 내신문제는 학교마다 다양한 유형이 있겠지만 국어의 문학은 글의 종류에 따른 일반적인 특징을 물어보는 문제, 소설은 사건의 진행순서라든가, 시는 해체 작업 (정서 운율 심상 시어의미 형식 시적화자 표현법 등) 결과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비문학은 글의 종류에 따른 일반적인 특징, 내용 기반의 일치-예측-요약, 글쓴이의 생각-심리-주장하는 바, 미루어 알 수 있는 내용, 그밖에 어법 문제 등이 출제된다. 영어는 다이얼로그 대답으로 옳은 문장이나 표현, 빈칸추론, 어색한 것 고르기, 지문의 빈칸 추론, 문장 위치 맞추기, 순서 맞추기, 단어나 표현 넣기, 단순 어순 맞추기 또는 주어진 영단어로 간단한 한글문장 영작하기,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 찾기, 문법상 같은 쓰임이나 어법상 어색한 것 고르기, 그밖에 어휘관련 문제 등이 출제된다. 수학은 큰 범주로 개념의 확인에 관한 문제, 적용에 관한 문제, 활용에 관한 문제, 응용에 관한 문제로 나눠볼 수 있다.
그 다음은 정성적으로 틀린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국어나 영어 같은 지문 기반의 과목은 시간 내에 지문 내용이 정확히 이해되지 않았다거나, 헷갈리는 문제에서 판단 근거를 잘못 찾았거나, 어휘, 어법공부 부족이거나, 본문 내용이나 다이얼로그 내용숙지가 덜 되었거나, 수업시간에 필기 누락, 전반적 공부량이나 평가문제풀이 노력 부족, 문제가 요구하는 것 이해부족 등 구체적인 틀린 이유를 고민해봐야 한다. 그래야 다음 기말에 어떤 노력을 할지 결정할 수 있다. 수학은 개념의 확인이나 적용과 같은 기본 문제를 틀린 경우 연산 실수인지, 문제풀이 숙련도 불충분으로 인한 시간부족이나 정확성 부족인지, 개념이해의 부족인지, 전제조건과 같은 제한 조건을 놓친 것인지 생각해보자. 개념의 활용이나 응용과 같은 심화 문제를 틀린 경우는 개념의 자기화 부족, 문제 해독능력 부족, 풀이 아이디어의 발상능력이나 과정전개력의 부족 또는 수학적 사고나 이해가 없이 문제 유형암기로 버틴 것 때문은 아닌지 등등에 대해 판단해봐야 한다.
이렇게 정량적으로 오답문제의 유형과 내용을 파악하고 정성적으로 틀린 이유를 분석하면 비로소 앞으로의 공부 방향을 정확히 설계할 수 있다. 기말고사를 준비함에 있어서는 가능하면 자신이 취약한 문제 유형을 대비한 공부법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작하는 문제를 전반적 공부량 부족으로 틀렸다면 자습서의 본문해석을 기반으로 100% 전체 작문 연습을 해야 한다. 수학에서 개념의 적용문제만 제한 조건을 놓쳐서 틀렸다면 다음 시험범위 중에 제한조건이 들어간 내용은 없는지 살피고 그와 관련된 개념적용문제를 의식적으로 찾아서 풀어봐야 한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노력하기 보다는 그냥 틀린 문제를 다시 한 번 풀어보는 수준의 1차원적 오답확인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오답문제와 동일한 문제가 나오면 맞출 확률이 높아지겠지만 근본적인 공부의 업그레이드와 방법적 성숙도는 올라가지 않는다. 늘 공부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다. 이제부터는 좀 더 구체적이고 전략적으로 시험을 분석하고 다음 시험을 대비해보자. 일반적 공부나 연구는 몰라도 시험공부에는 확실히 왕도가 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시험문제 분석도 정량-정성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