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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탱크’라 불리며 그라운드를 이리저리 누볐던 박지성 선수, 그는 공격수든 미드필더든 어느 포지션에서든 다양한 기량을 과시했던 이른바 ‘멀티플레이어’의 대명사 였다. 그래서 한때 다재다능한 멀티플레이어가 되라고 부추기고 이러한 팔방미인형 인간이 자아실현의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는 것에 꽤나 설득력이 실렸었다.
그러나 이제 멀티플레이어 대세는 저물었다. 이는 축구경기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시대에는 꾸준히 한가지에 승부수를 던져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낫다. 자칫 멀티플레이어는 이것저것 어쩡정 하게 잘해서 특별히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없는 것과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한 분야에 쏟아붓는 시간과 노력의 열정을 멀티플레이어가 되려면 이를 분산시켜야 하는데, 이러한 배분된 열정으로 특정분야의 정점에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어도 멀티플레이는 요즘 아이들 말로 노답(no+답: 해결방법이 아님)이라 할 수 있다.
차라리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멀티집약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이것저것 조금씩 잘하면서 한가지에는 정통하자는 것인데, 기업으로 예를 들면 ‘S전자’처럼 다양한 전자제품군으로 무장하면서 스마트폰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으며 음식점으로 이야기하면 이것저것 어느 정도 맛있으면서 그중 강력추천 메뉴를 갖춘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가?’라는 물음에는 두루두루 경험하고 어느정도 하면서 유독 한가지에 능통한 인재상을 그려야 한다.
회사에서 인사업무를 거치면서 특별히 ‘인력선발’쪽에 전문인 사람, 음악에 조예가 있으면서 일본 음악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면서 특히 자동차 디자인에 탁월한 사람...... 바로 이것이 이 시대가 진정 원하는 멀티집약형 인간이다.
그러기에는 지금 우리의 멀티플레이어를 양산시키고 있는 교육제도부터 좀 손을 대야 할 듯 싶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과목, 잘하는 과목에 집중해도 입시에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통조림처럼 찍어낸 인력자원의 배출은 언젠가 ‘멀티플레이어’의 딜레마에 빠지고 말것이다.
적절히 현실과 타협하더라도 다 잘하려고, 여러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애쓰진 말자. 다방면의 역량개발은 추구하되 오직 한가지 만은 오롯이 강해질 수 있도록 내공을 다지는 것이 좋겠다.
[도영태의 셀프 플래닝(Self-Planning)] 멀티플레이어는 ‘노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