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의 부모성품코칭] 순종의 리더십이란?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3.10.31 15:15
  •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281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 동향’을 보면 기업들은 직원을 뽑을 때 눈에 보이는 능력이나 스펙보다 그 사람의 됨됨이, 곧 성품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점이나 영어 점수, 머리가 좋은 사람보다는 열정적인 태도, 희생정신과 조직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태도를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좋은 성품이 곧 강력한 리더십의 필요 조건인 것이지요.

    이렇게 본다면 다양한 스펙을 키운 청년들의 실업문제와 사회 부적응현상은 가시적인 성취만을 강조하여 온 부모들의 양육 방식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시에 순종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교실 밖으로 나가자 하면 가장 늦게 나오고, 교실 안으로 들어가자 해도 가장 늦게 들어갑니다. 이것이 한국 국민의 국민성 때문입니까?”

    저는 이분의 질문에 부끄러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그것은 국민성이 아니라 가정교육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가정교육의 문제가 국민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어른들의 지시에 순응하지 않는 아이를 무심코 방치해 버리는 부모들의 양육태도가 결국 약속을 어기고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어른들로 자라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성품보다 성취를 중시하는 부모들의 사고방식은 오늘날 이상한 학교문화를 낳기도 했습니다. 어느 학교에서 엎드려 잠자는 아이에게 교사가 주의를 주었더니 이튿날 부모가 교사에게 전화해서 “애가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하느라고 잠을 못 자서 그러니 내버려 두라”고 말했답니다. 태도야 어떻든 성과만 나오면 된다는 우리 부모들의 그릇된 생각이 다음 세대의 국민성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댄 킨들러 교수의 지적처럼 성공을 강조하는 가정교육이 사회 예절의 붕괴를 초래하여, 권위에 순종하지 않는 아이들을 만듭니다.

    순종이란 “나를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의 지시에 좋은 태도로 기쁘게 따르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입니다. 순종의 성품을 소유한 사람은 나를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압니다. 그들의 현명한 지시를 즉시 기쁘고 완벽하게 따르는 것이 결국 나를 보호하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원리를 깨닫게 해야 합니다. 자신이 속한 환경 속의 약속과 질서를 알고 순응하는 태도야말로 어른이 되었을 때도 자신의 인생을 거스르지 않고 받아들이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행복한 시민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순종의 어원은 아라비아의 명마를 길들이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아라비아 사막 한 가운데 말들을 방목하는 목장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명마를 구하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왔습니다. 주인에게 명마를 보여 달라고 하면 주인은 “다음날 오전 11시에 오십시오”라고 말합니다. 다음날 다시 찾아온 사람에게 주인은 개울가 사막 언덕의 기둥에 매여 있는 수많은 말들을 보여 주면서 두 시간 후에 보여 주겠다고 합니다. 강렬하게 내리 쬐는 태양 아래에서 마침내 언덕 위의 말들은 목이 타들어가고, 결국 말이 울부짖기 시작합니다. 그때 주인은 말뚝에 맨 줄을 풀고 호루라기를 붑니다. 동시에 줄들이 풀리고 말들은 언덕 아래 개울로 쏜 쏜살같이 달려가서 개울에 머리를 박고 물을 마십니다. 이때 주인이 다시 호루라기를 붑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말들은 주인의 호루라기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겁지겁 물만 먹는데, 그 중에 몇 마리는 눈앞에 보이는 물을 뒤로 하고 머리를 돌려 주인을 향해 힘차게 달려옵니다. 바로 이들이 아라비아의 명마인 것입니다.

    우리 자녀들도 탁월한 명마로 키워야 합니다. 국제화 시대에 부끄럽지 않은 세계인으로 키우려면 자녀 양육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합니다. 귀한 자녀일수록 자녀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기보다 좋은 성품으로 그들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을 변화시켜 나가는 ‘성품리더십’을 가르쳐야 합니다.

    글 : (사)한국성품협회 좋은나무성품학교 대표 이영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