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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이 아빠들을 대상으로“당신은스스로몇점짜리아빠라고생각합니까?”라고 물었더니 평균 67점이 나왔다. 아마 바쁜 업무 때문에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데다, 자녀들과 깊이 있는 대화도 나누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이 ‘67점’으로 표현된 것이지 싶다.
67점짜리 아빠들
많은 아빠들은 실제로, 아빠와 자녀들이 함께 출연하는 TV 예능프로그램을 보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TV속 아빠들처럼 자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경제적 부양능력은 물론 자녀들과 자주 외식도 하고 영화관에도 갈 수 있어야 비로소 ‘100점짜리 아빠’로 인정을 받는 시대이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도 문제인 것이, 당장 어디서부터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아빠들이 적지 않다. 지금의 젊은 아빠들의 경우 이전 세대로부터 ‘부성(Fatherhood)’을 배우지 못한 세대이다. 부성이란 곧 ‘아버지로서의 친밀함’이다. 즉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끼치는 아버지의 특성을 말하는데, 전문가들은 이 아버지의 친밀함 곧 부성을 많이 경험할수록 아빠가 되었을 때 자녀들에게도 부성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로부터 친밀감을 누린 자녀들은 좋은 성품을 형성하고, 나아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바탕이 구축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부성은 아버지들이 반드시 배우고 표현해야 할 성품인 셈이다.
옥스퍼드 대학교는 40여 년에 걸친 추적연구를 통해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부성을 표출할수록 자녀들의 학업성적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자국의 청소년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매일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자녀들은 무려 87%가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결국 아버지와의 친밀감 정도에 따라 자아정체감과 대인관계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부성이 자녀의 좋은 성품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아버지와의 친밀감이 좋은 성품 형성
아버지는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자녀들에게 표현함으로써 자녀들의 좋은 성품을 형성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성품이란 “한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의 표현”(이영숙, 2005)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성을 표현하고자 하면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자녀와 눈을 마주하며 웃어주는 일부터 실천하면 된다. 하루 10분, 자녀에게 보약을 먹이듯, 좋은 성품을 심어주는 시간으로 여기면서 다음 3가지를 실천해보자.
첫째, 매일 10분 ‘해피타임’을 꾸준히 실천하자. 자주 자녀의 얼굴을 볼 수 없다면 틈나는 대로 아이에게 좋은 성품의 말을 전한다. 점심시간에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또는 식사 후 잠깐 커피를 마실 때, 좋은 성품의 말을 담아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좋다.
“오전에 아빠가 정신없이 바빴지만 제 시간에 일을 끝냈단다. 인내의 성품 덕분이야. 우리 아들딸! 학교 다녀오느라 수고했다! 그게 책임감의 성품이란다. 사랑해!”
아빠가 좋은 성품을 실천한 이야기를 자녀들에게 전해주면서 격려한다면 유대를 돈독히 해줄 뿐 아니라 좋은 성품을 가지려는 동기유발효과도 자극한다.
둘째, 자녀의 존재 자체를 감사하자. 자녀의 존재 자체에서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얻은 양 만족할 수 있는 게 부모들이다. 우리는 그 감사의 마음을 매일 업무에 치여 사느라 잊어버릴 때가 많다. 가능하면 자주 그 사실을 자녀들에게 알려주자.
“네가 아빠 아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아빠는 무지 감사하단다!”
“네가 웃는 모습만 봐도 아빠는 온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야!”
이런 기쁨과 감사의 말들이 자녀들에게 건강한 자존감을 형성해 줌으로서 그들이 자랐을 때 좋은 인간관계를 가지면서 세상을 보다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셋째,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놀이들을 개발해보자. 자녀와 함께 있을 때 아빠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런 아이들은 공감인지능력도 높아서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릴 줄 안다. 호주 뉴캐슬 연구팀은 아빠와 자녀가 함께 신체를 접촉하며 놀이를 할 때 신체 발달뿐 아니라 감정과 생각을 조절하는 좋은 성품이 길러진다고 발표했다.
그러니 퇴근 후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놀이동산에 온 것 같은 즐거움을 주거나, 양치질이나 잠자리 준비 등 습관적인 생활에서도 게임처럼 함께해줄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부성 체험이 없다. 또 이것이 훌륭한 유산이 되어서 자녀들이 당당하게 세상을 이겨내며 살아가도록 해준다.
내 자녀에게는 내가 느낀 부성의 부재를 대물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라면 오늘 당장 아빠의 친밀감을 애타게 바라는 자녀들에게 짧은 10분이라도 행복을 느끼게 해주자. ‘해피타임 10분’으로 아빠의 웃음소리를 선물하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자. 그렇게 ‘워킹대디’로 살아가는 아빠가 만들어준 10분의 사랑이 결코 헛되지 않은 결실을 가져다 줄 것이다.
[좋은 인성을 키우는 이영숙 박사의 부모성품코칭] ‘워킹대디’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