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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사추천서 폐지 움직임
작년 2015년도 고교입시는 그 전과 비교해 매우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1단계 내신 반영방식의 변화이다. 외고의 경우 혼합평가 방식이, 자사고의 경우 전면적인 절대평가 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 외고, 자사고 및 과학고 지원자 수가 전년보다 증가하여 대부분의 선발권을 지닌 고교에서 전년대비 높은 경쟁률을 보이게 되었다.
그런데 작년 입시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한 가지 더 있었는데, 일부 외고·국제고에서 2단계 서류 중 교사추천서를 폐지했다는 점이다. (서울권 모든 외고, 경기권 일부, 경남권 모든 외고 폐지) 교사추천서가 폐지된 이유는 전년보다 더 많은 인원이 전기 고교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학교 선생님의 과다한 업무를 덜어주기 위함도 있을 것이고, 또 교사 추천서가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 미흡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교사추천서가 폐지된 고교에서는 이제 2단계 서류인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 중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만 남은 상황이다. 그런데 자기소개서는 학생 본인의 자기평가 성격이 강한만큼 교사추천서와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 상황에서 교사추천서가 폐지되었다는 것은 학교생활기록부가 그만큼 더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작년 입시 결과를 분석해보면 많은 고교에서 학생부를 중요한 전형요소로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들어 학교생활기록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으나, 주의할 점은 모든 고교가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학교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를 단지 참고 수준으로만 활용하고, 자기소개서나 면접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최근 일부 업체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자체 기준에 의해 채점한 뒤, 그 점수에 따라 지원 가능한 고교를 진단하는 것은 정성평가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며,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이용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또한 최근 발표된 학교생활기록부관리지침과 자기주도학습 전형 매뉴얼상의 지침이 서로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이하에서는 두 지침 간에 서로 다른 입장을 항목별로 정리해보았다.
2. 자기주도학습 전형 매뉴얼과 학교생활기록부 관리지침의 상반된 입장
–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1) 자기주도학습 전형 매뉴얼의 지침 내용
2015학년도 자기주도학습전형 매뉴얼에 따르면,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자기소개서에 써서는 안 될 내용들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
위 내용에서 ‘영재교육원 교육 및 수료 여부’는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에 적을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만약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에 언급했을 경우 0점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규제는 앞서도 밝힌 바와 같이 사교육 유발효과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2)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지침 내용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외고나 국제고와 달리 교과학습발당상황 중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지침 중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의 작성 지침을 보면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
2015년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지침에 따르면, 위와 같이 영재학급, 영재교육원에 수료여부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적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2013년에는 영재교육원 수료여부를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에 기록하도록 해 외고, 국제고까지도 수료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으나, 2014년도부터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에 적도록 변경하여 외고, 국제고는 더 이상 영재교육원 수료 여부를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까지 열람할 수 있는 자사고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영재교육원 수료 여부’를 얼마든지 확인 할 수 있는 상황으로 서로 모순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학교생활기록부를 규제하고 있는 법령이 [영재교육진흥법]과 [초중등교육법]으로 이원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원화된 규정 때문에 자사고를 희망하는 학생의 부모 입장에서 영재교육원을 수료하는 것이 좋은지, 하지 않는 것이 좋은지 혼란스러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 이에 대해서 교육부의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3. 자기주도학습 전형 매뉴얼과 학교생활기록부 관리지침의 상반된 입장
- 진로희망사항의 희망사유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서로 상반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영재교육원 수료 여부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진로희망사항의 ‘희망사유’ 영역이다. 진로희망사항의 희망사유는 2014년에 신설된 항목으로 2014년 학교생활기록부 관리지침에서 ‘학생의 진로희망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진로상담을 활성화 시키는 계기로 삼고자 진로사유 항목을 신설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중3학생의 경우 해당되지 않지만, 중2학생부터는 아래와 같이 학교생활기록부에 별도 항목으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
1) 자기주도학습 전형 매뉴얼의 지침 내용
2015년도 자기주도학습 전형 매뉴얼에 따르면 새롭게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 등을 기재할 경우 학교별 기준을 마련하여 항목 배점의 10% 이상 감점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아래와 같이 학교에서 주관하지 않은 모둠 및 프로젝트 등 교외 이력 등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이처럼 규제하는 것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공정한 입시를 정착시키고, 교외스펙을 제한함으로써 사교육 유발효과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일면 타당한 조치라 할 것이다. -
2) 2015년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지침의 내용
그러나 올해 3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5년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지침의 <희망사유> 기재요령에 따르면, 위에서 금지한 사항을 얼마든지 간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희망사유>는 학생의 희망직업에 대한 진로선택 동기, 이유, 계기 등을 입력하게 되는데,(P46) 기재요령을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례(P48)를 나열하고 있다. -
위 내용은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지침에서 <희망사유> 기재요령으로 소개된 사례들이다. 먼저 ❶의 내용은 교육청 과학 체험활동을 통해 진로를 명확히 했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자기소개서 작성 지침 중 교외 스펙을 적지 못하도록 한 내용과 상반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사례이다. 또 ❷의 경우는 섬유제조업을 하고 있는 부모님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을 언급했을 경우 항목 배점의 10%이상을 감점처리 하도록 하고 있는 자기소개서 작성 지침과 위배된 내용으로 평가할 수 있다.
<희망사유>에 대해서 미처 이 부분까지 고민하지 않아 발생한 행정적인 착오라면, 앞으로 자기소개서 작성 지침과 연계해 기준을 일원화하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상으로 자기주도학습 전형 매뉴얼과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지침의 내용 중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두 영역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서로 다른 두 기준 때문에 학생과 학교 모두 혼란스럽지 않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제도가 정비되어야 할 것이며, 또한 이처럼 미처 정비 되지 않은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고액 컨설팅이 횡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김종완의 ‘아는 만큼 보이는 특목고 입시’] 수상한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