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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칼럼까지 외고와 자사고의 전형의 변화와 그 영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1단계 혼합평가 방식을 채택한 외고와 절대평가제 방식을 채택한 자사고의 서로 다른 내신 환산 방식 때문에 외고 지원생과 자사고 지원생간의 상반된 입장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1. 외고 지원생 및 학부모의 입장 – 3학년 영어 시험은 변별력이 있어야.
이미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외고, 국제고의 경우 2학년은 절대평가 방식, 3학년은 상대평가 9등급제에 따라 1단계 영어 내신 점수를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절대평가제가 도입된 이후 학교 현장에서 시험의 난이도가 대체로 쉬워져 학기당 A비율이 20%를 상회한다는 것도 이미 살펴보았다. 적어도 절대평가제 방식에 의해 내신 점수가 환산되는 2학년의 경우 영어 시험이 쉬워졌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험이 쉬울수록 외고를 지원하려는 학생이나 부모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외고, 국제고 지원생의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왜냐하면 상대평가 방식에 따른 석차등급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일선 중학교에서는 절대평가제 방식이 채택된 후 영어 시험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험을 경쟁적으로 쉽게 출제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전교생이 100명이고 중3학년 1학기 영어 만점자가 10명이라고 가정해보자. 실제 이런 학교도 꽤 된다고 하니 이는 과한 가정은 아닐 것이다. 이 학교에서 100점을 맞은 학생의 등급은 어떻게 계산될까?
이 경우 만점을 받은 학생은 100명 중 1등이기 때문에 1%이고, 1등급의 비율은 4%까지이므로 이 학생은 1등급인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석차등급을 계산할 때는 동점자를 고려한 중간 석차라는 것을 계산하게 된다. 중간 석차는 [중간석차=본인의 석차 +(동점자 수 -1)/2]로 계산되는데, 위의 경우 1+{(10-1)/2}=5.5가 되어 1등이 아닌 5.5등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100점을 받은 10명 모두 5.5%에 해당되기 때문에 모든 학생이 2등급으로 계산된다. 정리하면 위 학교처럼 영어 시험이 지나치게 쉬운 경우 영어를 100점을 받아도 1등급이 아닐 수 있고, 심지어 한 문제만 틀려도 3등급으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선 칼럼에서 영어 내신 반영 방식이 혼합방식(2학년 절대평가, 3학년 상대평가 9등급제)으로 변화된 후 영어 내신점수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그만큼 3학년 영어 내신이 최종합격을 위해 매우 중요함은 이미 밝힌 바와 같다. 상황이 이러한데, 영어 시험이 너무 쉬워 만점자가 많아 등급이 2등급으로 밀린다면, 이 또한 매우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외고, 국제고 지원생 입장에서는 적어도 3학년 영어 시험만큼은 충분한 변별력을 갖춘 시험일수록 좋은 것이다.
2. 서울방식 이외의 자사고(이하 자사고) 지원생 및 학부모의 입장 – 주요교과의 경우 쉽게 출제할수록 유리.
자사고 전형의 경우, 3학년 내신을 상대평가 9등급제로 반영하는 외고와 달리, 반영학기 모두 절대평가제 방식으로 바뀌었음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다. 따라서 자사고 지원 시 잠재적인 자사고 지원생을 의미하는 주요교과 ALL A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가 자사고 입시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되었다.
이미 지난 칼럼에서는 복잡한 추론과정을 거쳐 4개 학기 주요교과 ALL A 비율이 평균 5.5%~6%선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물론 학교에 따라 10%이상인 학교도 있고, 0%인 학교도 있지만 평균값이 이렇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3학년 영어 과목을 비롯한 주요교과 내신을 A로 관리할 수만 있다면 자사고 최종합격을 위해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표준편차나 평균값 등 성취도 이외에 성적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확인할 수 없는 입시 상황에서 3학년 때 A를 받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자사고 지원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물론 반영비율이 낮은 과목에서 B를 받았다면 지원가능한 자사고가 있을 수 있으나, 중3학년 영어 과목은 상대적으로 반영비율이 높기 때문에 B를 받았다면 자사고 지원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적어도 중학교 3학년 영어 시험의 난이도만큼은 외고 지원생과 자사고 지원생의 입장이 서로 상반된다. 즉 외고, 국제고 희망생은 충분한 변별력을 갖춘 영어 시험이 출제되어 100점을 맞아도 2등급인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하는 것이며, 자사고 지원생은 영어를 비롯한 주요 교과 모두 쉽게 출제되어 주요교과 ALL A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서로 상반되는 외고 지원생과 자사고 지원생의 입장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소수의 외고 지원생 때문에 무턱대고 영어 문제를 어렵게만 출제할 경우 그동안 쉬운 영어에서 높은 성취도를 보여 왔던 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을 감당해 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쉽게만 출제할 경우 외고,국제고 지망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리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중학교 입장에서 가장 좋은 대안은 90점 이상의 학생 비율이 크게 낮아지지 않는 선에서 난이도 조절용 문제 2-3문제를 출제해 영어 시험의 변별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 상황을 보면, 위처럼 영어 난이도까지 신경을 썼던 학교는 매우 드물었다. 아래 표는 실제 일부 중학교의 2-1학기부터 3-2학기까지의 영어 A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
위 표를 통해 입시 제도가 바뀐 첫해인 작년, 많은 중학교에서 영어 시험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음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작년 영어에서 100점을 받았으나 2등급이었던 학생도 다수 있었고, 반대로 3학년 1학기 영어가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되는 바람에 B를 받아 원하는 자사고를 포기했던 학생도 다수 있었다. 위 표에서 H중학교는 전자에 해당할 것이고, N중학교는 후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절대평가제 방식이 도입된 상황에서 난이도에 의해 유불리가 정해져 버리는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험 난이도라는 외부 변수에 의해 피해를 보는 선의의 피해자는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영어 시험 난이도 조절에 있어서 현명한 혜안이 필요한 시기라 할 것이다.
김종완 (에듀바른컨설팅 대표, 입시전략지침서 [특목고갈사람모여라] 대표저자)
[김종완의 ‘아는 만큼 보이는 특목고 입시’] 외고 지원생과 자사고 지원생의 엇갈린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