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영의 논술 개런티] 세상의 편견과 싸우고 선입관을 부수는 사람들
이순영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23.06.16 10:25
  •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학문이나 이론들 또한 그것이 정착하게 되기까지 고된 과정이 있었다.
    ▲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학문이나 이론들 또한 그것이 정착하게 되기까지 고된 과정이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이론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것들이 세상에 나와 정착되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길들을 걸어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세기의 천재’, ‘최고의 이론가’와 같은 수식어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할지라도, 이들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천대와 박대를 받았던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학문이나 이론들 또한 그것이 정착하게 되기까지 고된 과정이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을 뒤엎은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뉴턴 이 학자들이 기존의 학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우주론을 제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중 갈릴레이는 종교의 권위가 절대적이었던 중세 때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한낱 행성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해 종교재판에 회부되기까지 한다. 유죄가 입증돼 가택령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후에 뉴턴의 만유인력의 제창이 갈릴레이의 주장을 완벽하게 뒷받침을 해주자 이로써 사람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래된 우주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들이 새로운 이론을 발표하는 데 있어서 기성의 편견과 맞서고, 깊게 뿌리박혀 있는 관념들과 싸우지 않았다면 새로운 세계는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세상을 바꿔 나가는 과정은 번개처럼 찾아오는 찰나의 행운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노력의 인고 끝에 얻어낸 귀한 결실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것도 사람들의 저항과 격렬한 배격 속에서 고되게 자리를 잡고 후대로 전해져왔다는 것을 말이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의 지동설은 근대 과학 분야에서 뿐만이 아니라 학문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근대 세계관의 중심이 됐다. 기존의 생각을 의심하고 이를 맞게 정정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면 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렇듯 새로운 세상은 도전과 창조를 향한 열정에 의해 열린다. 세상과 맞서고, 오래된 상식을 부수는 용기 있는 과정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기존에 있던 잘못된 이론에 안주한다면 더 새롭고 발전된 미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뉴턴의 사과 이야기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가 고향에 내려가 사과나무 그늘에 앉아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얻어낸 영감의 결과가 만유인력의 개념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가 고향에 내려갔던 대학생 시절은 모든 힘은 물체들 사이의 충돌에 의해서만 전달된다는 기계적 철학론에 빠져있을 때였다. 그러니 그로부터 원거리 인력의 개념인 만유인력을 생각해 냈다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다시 말해 만유인력은 고향 사과나무 그늘에서 떨어지는 사과가 준 행운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뉴턴은 많이 억울할 것만 같다. 그것은 분명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의 결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결과를 이룬 그 과정을 보고자 하지 않고 늘 화려한 성공으로 드러나 있는 결과들만 보려는 경향이 크다. 대단한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을 지나치게 이상화해놓는 사회적 풍토가 사실상 모든 성취에 기반이 되는 일상의 시간들을 하찮게 여기게 만든다. 미국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은 예일 대학교 졸업식에서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고의적이고 인위적이며 부정직한 거짓말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설득력 있고 비현실적인 신화다.”고 연설한 바 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잘 정제돼있는 위대한 신화가 아닌 누락된 고충의 시간들이다. 그것이 인생의 결과를 일궈내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Titus Lucretius Catus BC 99~ BC 55)는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했다. 바위가 뚫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지나간 한 방울 한 방울이 축적되는 시간과 과정들을 볼 수 있어야만 한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모여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국 입시 전형을 봐도 그렇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주고 거기서 거두는 성적으로 당락의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금껏 인생을 살아오면서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썼느냐 하는 것들을 또한 중요하게 여긴다. 역사는 하루아침에 써지는 것이 아니다. 원대한 꿈을 갖기 전에 성실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뚝심과 그 가치에 대한 절실한 인식이 먼저가 아닌가 싶다. 

    ◇ 생각해볼 문제

    1. 기존의 생각을 의심하고 이를 대체하는 이론들을 내놓는 가정이 없었다면 지동설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도전과 창조를 향한 열정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2. 성공의 결과보다 과정에 가치를 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 글=이순영 칼럼니스트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