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의 초등포트폴리오 코칭] 현 교육제도의 흐름을 읽고 초등교육의 중심을 잡아라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3.23 10:11
  •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사이먼스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실험을 했다. 6명의 학생들을 검은색, 흰색 옷을 입혀 두 팀으로 나누어 서로 농구공을 패스하게 하고, 이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피험자들에게 보여준 후 흰색 팀의 패스의 수만을 세도록 지시했다. 영상을 다 보여주고 나서 피험자들에게 물었다.

    “혹시 고릴라를 보았나요?”

    피험자들 중 절반 이상은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사실은 동영상 중간에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학생이 무대 중앙에서 킹콩 흉내를 내는 장면이 들어있었다. 이런 얘기를 듣고 난 후 동영상을 다시 본 피험자들은 놀라면서 말했다.

    “내가 어떻게 저걸 못 볼 수 있지?”

    피험자들이 고릴라를 보지 못한 것은 흰색 팀의 패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선택적 집중은 때에 따라서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많은 착각과 그릇된 판단을 하게 만든다.

    많은 학부모들은 아이의 교육에 있어 같은 실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험, 학원, 입시 등 눈앞에 놓인 것에 집중하다 보면 아이 인생 전체를 두고 아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보지 못하게 된다. 바로 위 실험의 피험자들처럼 전체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 교육방향이 미래형 인재, 창의적 인재 양성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대학 입시의 키워드는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입시전문가들은 2018년에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서울대의 경우 2018년도 입시에서 수시 모집 전체를 학종으로 선발하기로 했으며, 연세대와 고려대 역시 학종의 비율을 확대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얼마 전 교육부가 2019학년도부터 학종의 확대 보다는 내실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발표함으로써 학종 비중 증가를 염두에 두었던 수험생과 학부모, 학교 모두에게 혼란이 가중되었다.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입시제도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 모두 제도가 바뀔 때마다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그렇기에 더욱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매일 변하는 입시제도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초등학생 학부모는 입시제도의 변화를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은 입시제도에서 교육의 흐름을 읽고,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길러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창의적 인재’ 양성을 교육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여기서 창의적 인재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핵심요소는 ‘전문지식, 창의적 인성, 미래 핵심 역량’을 꼽고 있다. 미래 핵심 역량은 문제해결능력, 창의적・분석적 사고, 팀워크, 의사소통능력, 의사결정능력 등이다. 다시 말해 교육의 방향이 미래형 인재, 창의적 인재가 되기 위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학생부종합전형은 미래 인재 선발과정에서 나온 당연한 입시제도이다. 미래에는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갖추고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고, 그런 인재를 뽑는 데 있어 점수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기존의 입시제도의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창의력과 잠재력을 시험 점수나 몇 가지 질문(면접)만으로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학생의 잠재역량을 파악하기 위해 참조할 자료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이다. 따라서 학종은 그 이름이나 세부형식, 비중이 어떻게 바뀌든, 그 취지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라

    이렇게 교육 방향의 흐름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면, 매해 바뀌는 입시제도에 불안해하지 말고, 초등학교 시절,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자녀들의 경험과 체험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 미래 교육 코드(소울하우스 출간)>에서 저자인 김지영 교수는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가 제시한 미래 인재의 여섯 가지 조건을 언급했다. 그 여섯 가지는 ‘디자인(design), 스토리(story), 조화(symphony), 공감(empathy), 유희(play), 의미(meaning)’이다.
    그 중 논다는 의미의 ‘play’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는 포괄적의미에서 다양한 경험을 의미한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딪쳐 보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스토리와 의미를 만들어 가면서 자신의 힘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와 의미를 만드는 과정’을 바꾸어 말하면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초등학생의 학부모는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초등학생의 학부모가 다양한 경험을 해주기 위해 현 교육제도 속에서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바로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창의적체험활동이다. 현재 창의적체험활동은 자율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동아리활동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다음 회에는 창의적체험활동의 이론적 배경을 이해하고, 초등학생의 창의적체험활동이 가지는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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