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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국어를 가르치면서 느끼는 생각은 사뭇 다르다. 국어 강사이니 국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입시전문가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볼 수 있다. 왜? 이유는 뭘까. 그 이유도 논리정연하게 말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오묘한 것이 국어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우선 과목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급선무이다. 어려서부터 영어, 수학 중심의 학습을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국어의 중요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고 변화의 조짐도 쉽게 느낄수 있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 영어 절대평가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영어보단 국어와 수학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이 대세다. 즉 체감온도가 수학 > 국어 > 탐구 > 영어 순으로 자리매김한 상태이니 쉽게 공부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다르다. 이미 대치동 학원가 중심으로 국어가 대세가 되었고, 언론 보도의 내용처럼 사교육 부담 과목에서도 국어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다 보니 공부 한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일들이 많았다. 그 삼일이라도 집어든 책은 분명하게 수학과 영어책이지, 국어책일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차츰 바뀌는 대입 제도에 의해서 2017학년도 수능부터 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2019학년도 올해도 같은 분위기다. 어렵게 출제된 국어영역 때문에 4월을 맞는 사교육 현장은 오히려 국어학원가 중심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영어는 뭐 남의 나라 말이니 선생님들이 하는 말이 다 맞는 말 같아 보이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로 국어는 우리말이지만 실수하는 경우가 많고 쉽게 와 닿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무엇보다 국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수학은 말 해 무엇 할까 싶다. 수학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신(神)의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탐구는 온라인 중심으로 흘러가는 추세이니 뭐니 뭐니 해도 국어의 존재가 상한가 조짐으로 乘勝長驅하는 까닭이리라.
근데 사교육 중심가에선 명문대학 출신의 강사가 더 유리한 측면이 강한 것이 대세였다. 차츰 브랜드에 대한 식상함이 생겨나면서 프로다운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안착되는 분위기인 동시에 학벌보단 실력이 우선되는 문화로 도약하는 분위기라 하겠다.
국어는 어휘에 대한 이해력이 필요하지만 국어사전을 끼고 사는 학생은 거의 드물다. 아예 소지하고 있는 휴대폰이나 사전기기 등을 이용한 학습이 더 익숙하다 보니, 국어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고 독해에 대한 사고력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한다.
국어는 ‘못 하면 내가 못 하는 거다.’라고 짧게 후회하는 경우와 쉽게 포기하는 양상이 높다. ‘선생님 탓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표현보단 내 삶의 한 줄기 빛인 것을 직시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국어는 “근데 이게 왜 답이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나요? 이 말이나 이 말이 모두 같아 보이는데” 하는 궁금증으로 시작되지만 뭐든지 우리말이 매우 어려운 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쉽게 보면, 국어 시험을 보면서 모두가 공통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아싸! 이번 중간고사 시험은 다 맞을지도 모르겠다. 백점 맞는 거 아냐.’ 하는 자신만의 오해다. 시험을 치르는 동안에는 틀린 줄 모르는 것이 현실이고, 착각이 될 수 있기에 무엇보다 실전에 강한 자신만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렇게 다 맞은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본 시험이니 정답들이 쉽게 인정이 안 되는 것이 또 현실이다. 이런 생각이 하나 둘 모이다 보니, 점수가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고 반복이 아닌 단발적인 학습으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국어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이전에 어떤 방법으로 공부에 임할 것인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어 성적을 올리기 위한 출발점은 내 답이 오답임을 깨끗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새로운 문제를 접할 때 쉽게 이해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등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령, 작품을 잘못 해석했든가, 문제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든가, 선택지를 이해하지 못했든가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이유를 찾아야만 국어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필자의 경험에서 내뱉는다.
‘국어시험은 답이 명확하지 않아. 수학처럼 딱 떨어지지 않아.’ 이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지겹게 듣는 소리다. 왜 하필이면 국어만 그럴까. 다른 수학과 영어는 분명한 답이 주어지는데 왜, 일까? 무슨 다른 나라의 말도 아닌데, 무슨 억지로 공부하는 과목도 아닌데 왜 일까? 자꾸 자기가 쓴 그 오답을 정답이라 우기고 싶으니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이다.
필자가 국어 전문으로 강의를 하면서 입시컨설팅 및 연간관리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나, 어떤 과목보다 기본이 필요한 과목이 국어라 할 수 있고, 시간이 날 때마다 또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 잊지 말자. 국어는 쉽게 와 닿는 과목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고 학습하며 배우는 자신만의 영역임을.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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