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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힘드나, 글을 읽기는 쉽다. 이처럼 읽으며 쓰는 것을 흔히 논술이라 말한다.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글이 논술이라면 자기소개서는 자신만의 이야기에 또 다른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수험생 중심으로 자기소개서 준비가 한창이다. 이는 기말고사 이후 중상위권 중심으로 자소서 시즌과 동시에 학생부 기록을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그런데 많은 수험생이 실수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직접적인 이야기 나열보단 감성적인 이야기 나열로 인한 자기 홍보가 너무 개입된다는 측면이 있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다. 구술시험처럼 질문을 주고 그에 대하여 본인의 생각을 작성하는 시험이다.
주어진 주제에 자신만의 생각을 나열하고 그것에 맞게 자신을 포장하여 드러내는 경우가 논란이 되었으나, 입학사정관의 평가에 부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를 포장하는 행동과 소설적인 내용으로 구성하여 조작하는 글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담임 교사에게 보여줌으로써 생각의 차이가 멀어질 수 있고 다른 학생들에게 주입되는 경우가 많아 시간적 낭비 때문이다. 사교육의 상황도 같다. 업체 기관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 정리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또한 사교육 기관마다 평가하는 시스템과 첨삭하는 강사진이 다르다 보니 학생의 입장과 다를 수 있고, 섬세한 정리가 힘들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더불어 학교생활기록부의 정리가 끝난 후, 준비하는 것보단 미리 준비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글은 재미 삼아 쓰는 것이 제일 좋은 글이 되고, 작가나 신문 기자들이 쉽게 글을 접하는 요령도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정리하는 글이 더 깔끔하고 잘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래서 느낌적인 글은 혼자만의 시간을 활용하여 작성해야 좋다는 것이다. 단, 준비하는 자세와 감각적 유지를 통해 최대한 잡념을 없애는 것이 효과적이다. 글은 잡념과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그래야 좋은 글이 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간혹, 유명 작가나 신문 기자들의 습관을 살펴보면, 엉뚱한 습관에서 특종이나 베스트셀러 작품을 만든다.
필자의 생각도 같다. 글이란 자주 쓰려고 하면 머릿속에 잡념이 생긴다. 잡념을 비우기 위해선 생각을 비워야 한다. 여기서 글은 말이 되고, 말은 이야기가 되어 자신을 잘 드러내야 한다. 생각의 차이가 생각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므로 너무 두려워하고 넋 놓는 바보 같은 행동은 금물이다.
작가 출신으로서 글을 쓴다는 것은 행복한 직업이다. 그러나 수험생의 입장은 다르다. 어쩔 수 없이 작성해야 하는 행동은 오래가지 못한다. 글은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고, 주어진 시간 내에 작성해야 하는 숫자 제한이 있다. 이런 와중에도 글자 제한에 빠져들어 흐름을 깨는 학생들도 많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입제도 변화에 따른 악재가 언론에 자주 비친다. 자기소개서, 면접 폐지에 관한 문제점도 이런 맥락에서 눈여겨봐야 한다. 하지만 엉터리 입시제도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등급제에서 절대평가제 다시 어디로 갈지, 그리고 대입 수시의 흐름을 호재로 판단하다 이젠 부재로 판명되어 마구 흔들고 있다. 어지럽다. 학부모의 입장이나, 교사의 입장, 사교육 강사들의 입장, 대학교수들의 입장이 제각기 다른 잣대에서 각자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수선한 형국에서 2018 자기소개서 준비는 학생부 기록만을 의지하고 평가받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를 나열하여 제대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조작과 위작이 난무하고 있는 불가피한 상황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지역별 차이점을 극복하고 기회를 얻는 희망의 끈이 될 수 있는 것이 자기소개서의 패자부활전이 아닌가 싶다.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불만 사항으로 언급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불편한 진실은 자소서와 면접의 폐지가 아니라, 학생부 기재 내용이 같고,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의 개입적인 활동이 많다는 것이다. 또 세부특기사항의 내용물이 유사한 경우가 발생하는 사례에서 자소서와 면접폐지 논란은 무엇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개천에서 용나는 세상은 이미 물 건너 갔고 빈부의 격차에 따라서 합불이 결정되는 대입제도 모순에 2018 자소서 준비는 필요 이상으로 중요한 시험대다. 전교권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부의 기록이 단순화되어 있고 동일시되는 것의 문제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눈가리고 아옹하는 무책임한 행동은 지역적 차별과 학교별 격차만 벌어지게 할 뿐이다.
응답하라 2018 자기소개서! 필자가 대치동 학원에서 자소서 특강을 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작은 활동에서도 큰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진실이다. 멀리 보이는 것만 보려고 하지 말고, 작지만 소중한 것을 주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 명심하자. 훌륭한 자기소개서는 이야기에 이야기를 더하는 소재 중심이 중요하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추민규의 입시돋보기] 자기소개서 2018, 이야기에 이야기를 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