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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가까워지면서 논술에 대한 두려움도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수험생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생겨나는 현상이다. 필자는 2017학년도 수시 논술을 지도하면서 한번쯤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들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다. 그 고민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글을 잘 쓰는 비법은 따로 있지 않다. 송나라 시대의 문장가인 구양수는 그 비법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글을 잘 쓰려면 세 가지를 기억하라. 다독, 다작, 다상량.” 즉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진리라는 것은 이렇게 너무나 평범한 사실이라서 우리를 놀라게 할 때가 많은 것처럼, 마찬가지로 논술의 비법 역시 너무나 평범한 데에 있다는 것에 명심하자.
자신이 알고 있는 배경지식을 글로 쓴 것을 설명문이라 한다. 이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주관적 견해를 밝힌 것을 논술문이라 한다. 따라서 논술 준비는 배경 지식을 쌓는 일과 사고력 키우기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논술문의 내용을 채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내용이다.
좋은 음식은 좋은 그릇에 담아야 하듯이, 좋은 내용은 좋은 형식에 담아야 한다. 논술문의 형식은 정서법, 구성, 어휘력, 단락 쓰기의 원리, 단계별 쓰기(서론, 본론, 결론 쓰기 요령) 원리, 원고지 사용법, 깨끗한 글씨 등에 의해 결정되곤 한다. 따라서 논술은 ‘아는 만큼 쓰고(내용), 쓰는 만큼 는다.(형식)’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학생들이 써온 것을 첨삭하고 평을 해주고 다음번에 또 써오게 하는 식으로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첨삭하고 평해주기를 반복하면 쓸 때마다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쓰는 만큼 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100번 듣는 것보다 1번 쓰는 것이 낫다’고 하여 줄곧 강의보단 글을 쓰는 요령에 중점을 두곤 한다.
또한 좋은 논술문을 쓰려면 사고의 바탕이 되는 배경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실제로 C라는 학생이 있었다. 논술 모의고사를 보면, 어떤 때는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다른 때는 낙제점을 받았던 학생이었다. 그 이유를 물어 보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전 번에는 제가 잘 아는 내용이 논제로 출제되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었어요.”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나는 경우이다. 자신이 잘 아는 내용이 나오면 잘 쓰고, 아니면 형편없이 쓰거나, 포기하는 경우는 많은 수험생이나 현재 고등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배경 지식을 쌓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고교 3년의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쓸 수 있는 논제를 출제한다고 발표한다. 실제로 기출 문제들은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결국, 수업 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옳은 해답이다. 그리고 교과서 중심으로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후, 깊이 생각하고 많이 써 보는 것이 유리하다. 그것이 필자가 말할 수 있는 정답이라 하겠다.
하지만 무조건 쓰기만 한다고 해서 느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신이 쓴 것을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선생님이 봐주시면 더욱 좋겠지만 보통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끼리 스터디 그룹을 만드는 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생각이다. 서로 쓴 것을 돌려보고 첨삭하고 평을 해주면 서로간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주 원론적인 주제나, 시사 문제를 놓고 서로 토론하면 많은 독창적인 생각들을 서로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어떤 경우는 선생님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자연스럽게 도출되기 때문에 많은 것을 얻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또한 논술을 잘하고 못하고는, ‘얼마나 많은 배경 지식과 얼마나 깊은 사고력을 지니고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현 고교1, 2학년들이 미리 보기식으로 공부하는 것도 좋다. 논술은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주장하여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글쓰기 방식이다. 따라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적절한 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 논거는 타당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것일 때 글이 참신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유의하자. 그러자면 배경 지식을 많이 쌓아두어야 하는데 그것도 학교 생활을 하다보면 힘들 수 있다. 즉, 평소 책이나 신문을(인터넷 뉴스)많이 읽고 다양한 TV 교양 프로그램을 많이 시청하여 풍부한 지식과 상식을 갖춘 학생일수록 머릿속에서 골라낼 논거가 많아진다는 것에 유념하자.
다시 말하면, 논술에서 요구되는 창의력은 그 주장 혹은 결과가 창의적이냐가 아니라 그 주장 혹은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창의적인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를 절약하자’라는 논제의 글을 쓸 때, 그 주장을 바꿔 ‘에너지를 절약하지 말자’라는 주장의 글을 쓰자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절약해야 하는 이유를 얼마나 남보다 창의적인 사고력으로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논술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배경지식, 사고력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표현력이다. 표현력은 특히 짧은 시간에 향상되기 힘들다. 실제로 필자는 고3 수험생 가운데 배경 지식은 많으나 표현력이 부족해서 논술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남이 잘 쓴 글을 많이 읽어보고, 일기나 메모, 낙서를 할 때도 반드시 마침표로 끝나는 완결된 문장을 쓰는 연습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이러한 모든 노력은 솔직히 고등학교 입학 이전에 차근차근 이뤄져야 하고, 재학 중에는 현실적으로 이런 노력을 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준비는 각자의 몫이다.
끝으로 논술에는 모범답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능시험만 끝나면 수험생들은 서점으로, 학원으로 몰려가 논술 모범답안을 찾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논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습을 위해 참고로 볼 수는 있으나, 자신의 답안에 활용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그리고 모범답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꼭 명심해야 한다. 만약에 있다면 그것은 수험생의 머릿속에 존재할 수는 있으나, 2017학년도 논술에서는 절대 없다는 사실에 명심하자!
*도움말: 대치동 CMG수시전문학원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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