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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이라는 학문이 그렇게 오래된 학문은 아니다. 미학이라는 학문 자체는 서양에서 생긴 것이다. 동양미학에 자각이 생긴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에 10년, 일본의 경우에 20년 정도 되었다. 대학에서 미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부터였다.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하면서 미학을 받아들였다. 1893년에 동경대학에 미학강좌라는 것이 생겼다. 예술이라는 말은 18세기에 만들어졌고 미학의 주제는 예술이다. 1971년에 서울에 한국미학회라는 것이 결성되었다. 『한국 미술의 미』(안휘준, 이광표, 효형출판, 2008)의 저자들은 사제지간이다. 안휘준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고고인류학과를 졸업,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문학석사, 철학박사)를 졸업했다. 이광표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나와 1993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이 책에서 저자인 안휘준은 미술을 예술로서의 미술, 미의식, 기호, 지혜를 구현한 작품으로서의 미술, 사상과 철학의 구현체로서의 미술, 역사적 사료로서의 미술, 과학 문화재로서의 미술, 인간 심리의 반영체로서의 미술, 투자대상으로서의 미술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미술사를 미술의 역사, 미술에 관한 역사, 미술을 통해 본 역사, 앞의 세가지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적 개념으로서의 역사라고 안휘준은 본다.
저자인 안휘준은 한국미의 기원은 늦어도 선사 시대인 신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미술이라고 하면 인공적인 조형성과 미의식이 뚜렷하게 나타나야 하며 구석기 시대에는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별로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안휘준은 자신의 은사인 삼불 김원용 선생이 한국미를 자연주의라고 정의했고 현재로서는 지금까지 제시된 한국미에 대한 정의들 중에서 삼불 선생의 정의가 가장 간단명료한 단 한마디의 정의이며 이 자연주의의 뜻은 억지가 없이 자연스러운 것, 자연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자연과 잘 조화되는 것과 같은 아름다움의 세계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제자인 이광표와의 대담중에 말한다.
우리나라 미술을 논할 때 제일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이 선사 시대이고 선사 시대의 미술은 우리나라 미술의 기원을 말해줄 뿐만 아니라 미의 원초적 측면들을 밝혀 주며 청동기 시대의 미술에서 괄목할만한 사실은 사실적 경향과 함께 대칭의 미에 대한 개념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이라고 안휘준은 본다. 그리고 고구려, 백제, 신라의 미술은 각각 무사적, 도인적, 철인적이고 가야 미술의 특징은 가야의 독자적인 면모가 있는가 하면 고구려의 영향도 보이는 동시에 신라, 백제와의 관계도 감지되며 가야의 미술에서는 불교 미술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저자인 안휘준은 말한다.
통일신라의 문화는 국제성이 강하고 세련미가 뛰어나며 지금까지 발견된 발해의 미술 문화재들을 보면, 통일신라보다 발해가 더 높은 수준으로 발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저자인 안휘준은 본다. 또한 통일신라와 발해의 불교미술이 주목되고 전해오는 미술 문화재를 보면 대개 상류층의 문화를 보여주며 고려 시대가 되면 상류층 문화와 기층문화가 뚜렷해지는 동시에 중앙 문화와 지방 문화가 차이를 드러낸다고 안휘준은 본다. 그리고 조선 왕조에 이르면, 감상을 위한 회화가 완전히 우위를 차지하고 초상화가 매우 유행하며 가장 엄격한 억불숭유 정책이 시행된 조선 왕조에서 산수화가 가장 발달했다고 저자인 안휘준은 말한다.
한국의 현대 미술에 대해, 우리 역사상 회화가 가장 다양하고 활발하게 발달한 것은 현대이고 조선 시대에도 그림이 크게 발전했지만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보면 현대 이상 가는 시대는 없었으며 미술도 예술의 한 분야이므로 현대 문화의 전체적 맥락에서 현대 미술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안휘준은 조언한다. 또한 서양의 미술 문화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우리 미술과 문화에 대한 돈독한 이해도 아울러 갖추면 좋으며 초,중,고등학교 미술 교사들을 보면 서양 미술, 서양화, 즉 유화만 배운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저자인 안휘준은 지적한다. 이 점에 대해 안휘준은 교사들이 한국 미술사 같은 과목을 공부할 기회가 거의 없었으니 자연히 미술 실기도, 이론도 서양 것 위주로 가르칠 수밖에 없고 이들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관심과 이해도 서양 미술에 쏠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우리 교육의 문제이고 미술계의 구성원들이 자초한 현상이라고 본다. 또한 안휘준은 지금은 예술 교육에 일대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고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바르게 이해하며 그것을 한국적이면서도 국제적인 새 문화 창출에 현명하게 활용할 줄 아는 인재의 배출이 절실하다고 본다.
근대 미학이라는 학문은 18세기 중엽에 감성학으로 성립되었다. 기원전 4~5세기에 플라톤이 이데아의 세계와 현실적인 세계를 나눠서 말한 것이 미와 예술에 관한 사상이다. 우리가 쓰는 미학이라는 말은 바움가르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서양의 학문에서는 거의 18세기 경까지 라틴어를 썼다. 감성적 인식의 완성을 바움가르텐은 미학이라고 불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서양의 미학을 넘어서는 우리 예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이병화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 재학
[이병화의 초,중,고 학생들과의 독서] 한국 미술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