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화의 초,중,고 학생들과의 독서] 잃어버린 근대성들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11.20 11:04
  • 근대는 서구적 가치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19세기 이전에는 동양에는 동양의 논리가 있었다. 동양의 가치관이 불과 수십년동안 완전히 전복되었다. 서구중심주의는 동양을 지배하기 위한 도구였다. 근대라는 말은 19세기에 쓰였다. 근대사회를 만든, 근대를 만든 주체세력이 부르조아였다. 전근대의 가치는 근대라는 것이 만들어지면서 억압되었다. 대체로 한국사에서 근대라고 할 때는 서구의 근대이다. 『잃어버린 근대성들』(알렉산더 우드사이드, 민병희 역, 너머북스, 2012)의 저자는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학과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중국사, 동남아시아사, 비교사의 권위자로 꼼꼼한 고증과 사회과학적인 분석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경험을 보다 보편적인 이론으로 구성하는 가능성을 추구해 온 학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동아시아의 과거시험은 여러 형태의 성적 인플레이션과 같은 상당히 근대적인 성향의 논란들을 만들어냈고, 동아시아의 관료제는 그것이 성취한 것보다 더 많은 잠재력을 지닌 역사적 과업들, 예를 들어 독일에서 일어난 루터의 종교개혁과 유사한 면이 있으며 유럽 중심적으로 정의된 근대성은 그 개념 상 산업화 이전의 동아시아의 정치와는 단절되어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중국식 관료제는 명백히 봉건적인 요소들(세습적 군주, 노예)이 과거시험에 기초한 엘리트 능력주의의 가치와 공존했던 것이었고, 과거제와 유사한 제도는 중국에서 7세기경에 이미 존재했으며 한국에서는 8세기 말, 베트남에서는 11세기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저자는 근대사회에서의 통치 형태는 사적인 관계를 배제했고, 역사를 고대,중세,근대의 시기로 구분하는 도식은 서구에서조차 19세기까지는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최근까지 서구의 정치사상에서 능력주의 사회의 위험성 문제는 중요한 주제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베트남,중국의 세 중국식 관료제 국가에서는 관료뿐만 아니라 서리-중국어:슈리, 베트남어:뜨라이-들도 통치에 참여했고 어원이 당나라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서리는 정부 관청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로 관료로서의 직급은 없었으며, 서리에 대한 논쟁은 동아시아 전역에 퍼져나갔다고 한다.

    과거시험 덕택에 동아시아의 관료제 사회에서는 학교세계와 학교 밖의 세계가 분리되었고, 결속력의 부족은 대개 서구에서는 근대적인 문제로 여기고 있으며, 이는 근대 초기에 유럽의 봉건적 결합을 느슨하게 만든 우파 지향의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의 성향에 기인한 것으로 서구에서는 보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책에 기반을 둔 박식함, 이 세상을 순전히 행정적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전통적인 관료주의적 신념은 1978년 이후의 중국과 베트남에서 분명히 살아 있었고, 이는 가장 합리적으로 수학적, 과학적 사고를 함으로써 전 세계를 계산이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서구 근대성의 중심에 있던 계몽주의의 신념과 융통성 있게 보자면 분명 유사성을 띠고 있으며 한국의 근대적 공무원 시험은 박정희 정부 때(1961~1979)에 완성되어 견고한 법률적 틀을 갖추었다고 말한다. 또한 한국의 공무원 시험은 일본이 1910년에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이후 없애버린 양반 관료를 위한 산업화 이전의 옛 시험제도가 아니었고 1990년대에 한국형 시험제도를 중국에 도입하라고 촉구했던 한 중국인은 한국에 비해 취약한 중국의 교육 수준으로는 수용하기에 시험 문제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으며 중국의 인사부 장관은 1993년에 중국에서 발효된 국가 공무원에 대한 임시 규정을 설명하면서, 공무원을 재조직하는 목적은 정부 조직에 대한 인사관리의 과학화에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구중심주의는 그리스로마시대 때부터 서구가 정치적인 민주주의, 경제적인 산업 등의 근대사회를 먼저 만들었다는 것이다. 서구중심적인 역사인식에서는 여전히 핵심은 자본주의의 발달이고 근대중심주의를 핵심적으로 지적한 사람이 별로 없다. 근대라는 것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법과 제도이다. 서구에서 근대국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왕권타도였고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 혁명이다. 서구의 민주주의 과정은 근대화과정이었다. 지난 11월 7일에 성대 퇴계인문관에서 성대 인문학연구원의 주최로 <식민화하는 대학, 대항하는 인문학>이라는 주제 하에 학술대회가 열렸다. 임경석 원장은 초대의 글에 “한국 인문학이 서구 학문의 패러다임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고 성대 초대총장 김창숙은 식민지에서 독립한 한국 대학의 진로가 서구 학문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창조적으로 수용하는 데에 있다고 일갈한 바 있으며, 이는 어두운 종속의 터널을 통해서 근대에 진입한 비서구의 민족과 국민들이 마땅히 귀담아야 할 보편적인 지침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병화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