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화의 초,중,고 학생들과의 독서] 젊은 사슴에 관한 은유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11.13 10:05
  • 윤리학이라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윤리학에서의 고전적인 물음은 어떻게 살 것인 가였다. 소크라테스 때에 철학적인 물음이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지식의 문제를 말했다. 공동체가 없이는 자신도 없다는 것이 그리스 윤리의 출발점이다. 고대 그리스의 윤리를 정치윤리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에서 개인은 언제나 공동체의 부분이었다. 오르페우스 종교에 소크라테스, 플라톤의 기본적인 철학적 생각이 들어있다. 『젊은 사슴에 관한 은유』(박범신, 깊은 강, 2002)를 지은 저자는 이 책에서 딸, 두 명의 아들, 그리고 아내에게 말한다.

    저자는 아내에게 구애의 말들을 은밀히 전했던 방법은 편지였고, 사랑은 하나의 고유명사이며 삼감과 기다림의 시간적 세례를 통해서만 만남과 사랑은 신뢰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른다고 딸에게 말한다. 또한 요즘에는 설레는 가슴으로 벽재를 들고 처녀의 문 앞에 갖다놓았다가 그 벽재에 사랑의 징표인 창이 뚫리기를 기다리는 청년도 없고, 밤새워 편지를 쓰는 청년도 없으며 좋은 학벌과 좋은 환경을 갖고 있는 처녀 총각들은 기다리다가 탈이 날까봐 재빨리 계산, 결합한다고 한다. 연애는 감성만으로도 가능하고 결혼이 거래처럼 이루어지는 것은 모두 우리의 우물이 말랐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의 주인이 될 두 아들에게 저자는 우리의 콤플렉스는 우리 자신이 먼저 바로 보고, 다독거려주고 경영해야 하며 자기 콤플렉스의 경영에 성공하는 자는 삶의 경영에 성공하는 자라고 한다. 또한 사랑은 인간을 아름답게 하고 우리는 부모의 사랑으로 만들어지고 태어나며 그 이후에는 부모, 형제는 물론 친구들과 낯모르는 수많은 이웃들의 사랑과 보호 속에서 자란다고 한다. 저자는 연애는 인간의 특권이고 사랑하면 소유하고 싶어지며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한다. 지금 이 어려운 시대에 합심하여 지혜롭게 나누어 산다면 행복해진다는 일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내에게 저자는 현숙한 아내, 좋은 어머니로서 지켜야 할 규범이 많은 세상이고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의지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끝없이 제한받으며 누구의 아내, 누구의 어머니이기 전에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버지이기 전에, 한 인격체로서 자신은 누구이다, 라고 선언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한다. 또한 사랑보다 강한 것은 시간이고 유난히 예민하고 섬세한 작가 남편 뒷바라지하랴, 아이들 셋 어미 노릇하랴, 아내는 자신과 결혼하고 여태껏 거의 모든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살아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족은 전체가 아니고 더 많은 것, 더 비싼 것, 더 영향력 있는 것들이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행복의 조건이며 침묵을 통한 성찰의 참된 휴식을 즐길 줄 아는 민족은 흥하기 마련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저자는 작가로서 삶의 본질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준비하지 못한 것이 너무도 부끄럽고 창피했고 우리가 삶의 위기라고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철저하게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고 자신은 믿으며 죽음이라는 고독 속에 산 젊은 날, 작가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자신은 잔인한 고독에 눌려 끝내 죽었거나, 아니면 차가운 세상 때문에 자신의 영혼이 썩어 오욕의 땅에 묻혔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1970년대에 저자는 문학이 자신의 삶을 세우는 무기일 수 있다고 믿었고 더 나아가 비인간적이고 불평등하고 부자유하게 하는 억압구조에 대항하는 최선의 무기일 수 있다고 믿으며 작가는 자기 부정을 통해 새로 태어나는 꿈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다. 끝으로 저자는 아마도 새로운 21세기에 작가와 독자는 그 고유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 채, 서로 쓸쓸하게 섞이고 분화되면서, 일부 작가와 다중의 독자는 그들을 둘러싼 자본 중심의 사회, 문화적 환경이 빚어내는 가짜소통에 휩싸일 것이고 또 일부 작가와 소수의 독자는 고독하게 만나 수평적 위치에서 겨우 서로의 정체성을 묻고 얼마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스에서 윤리는 개인 간의 도덕의 문제로 시작했다. 서양의 인간관은 갈등을 전제로 한다. 윤리학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문제가 선과 악의 문제이다. 윤리학은 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본질을 실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윤리의 목적이라고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물음을 묻는 두 명의 아들, 딸, 그리고 아내에게 답을 제시하는 작가의 유혹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병화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