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화의 초,중,고 학생들과의 독서] 디지털과 종이책의 행복한 만남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10.30 09:23
  • 조직관리의 분야에서 최근에 감성이 두각을 보인다. 감성지능이라는 말이 들려오고 최근에 미국에서 감성리더십이라는 말이 나왔다. 감성지능은 쉽게 말해 아이큐와 대비된다. 아이큐는 고정되어 변화가 없는 반면 감성지능은 계발될 수 있다. 감성지능은 마음을 읽는 능력이고 감성은 대상에 대해 느끼는 것이다. 각자가 자신의 감성을 계발할 수 있고 감성(emotion)은 기분(mood)과 다르다. 감성과 기분을 감정(affection)이라고 한다. 감성에 두가지의 종류가 있고 이 두가지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긍정적 감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부정적 감성이다. 『디지털과 종이책의 행복한 만남』(한기호, 창해, 2000)의 저자인 한기호는 1983년부터 창작과비평사에 입사해 1998년에 퇴사했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소장으로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디지털 때문에 새롭게 발견된 아날로그 세계 가운데 가장 중요한 직접 만지고 넘기는 과정에서 느끼는 촉감의 세계에 새롭게 주목한다.

    저자는 시각문화 시대에 아날로그 개념으로서의 책만을 생각한다면 살아남기 어렵고 활자 중심의 책 만들기보다 이미지를 사용하는 상보적인 책 만들기는 분명히 시장성을 확보할 것이며 활자와 이미지가 상생하는 책 만들기는 21세기에 종이책의 시장성을 키우는 가장 큰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책의 촉각과 물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아날로그의 책 만들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종이책은 디지털 세상에 제대로 적응해야 하는 것이지만 디지털에 의해 아날로그적인 책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최근 디지털 산업이 놀랍게 발전했지만 전세계의 종이 소비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좋은 정보를 감식할 수 있는 능력과 정보를 장악하고 적재적소에 분배하는 능력이야말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덕목이 될 것이고 컴퓨터는 추상적인 수학논리에서는 강하지만 생명체의 명확한 생물학적인 사실들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인류의 초기에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에서 호모 에렉투스로 진화하면서 두뇌의 용적은 508CC에서 974CC로 거의 두 배가 늘어난 이유는 손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정보 중심으로만 본다면 책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고 어느 시대고 위기를 돌파하는 것은 자신감을 가진 개인의 힘이었으며 이 개인은 퍼블리셔(출판업자)와 에디터(편집자)가 합해진 자질을 갖춰야만 한다고 한다. 저자는 오늘날 출판이란 행위는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이고 이 시대는 정보가 넘치지만 정보가 부재인 시대라고 한다.

    오늘날은 누구나 책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시대이고 우리 사회는 팔리는 책에 대해서는 무조건 폄하하려는 나쁜 습성이 있으며 숨어서 남들이 하지 못하는 전문적인 일에 정진하는 것도 상찬받아 마땅하지만 일관된 노력에 의해 시장성을 창출하는 것 또한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 즉 소비자(독자)와 생산자(출판사) 사이의 거래를 성립시켜 주는 것은 물질 그 자체이고 지금까지 한국출판은 출판산업의 발목을 잡는 유통시스템, 책을 구입할 줄 모르는 도서관, 책의 질을 높일 수 없는 제작 환경 등만을 탓하는 출판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으며 탁월한 아이디어와 남치는 창의력, 뛰어난 촉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진 책들이 서점이라는 공간에 채워져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인터넷을 통해 1대 1의 맞춤교육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실제적으로 도래한다 해도 학생이 문제를 직접 고민하며 풀지 않으면 진정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책장을 손으로 직접 넘겨가면서 줄을 치거나 주요한 부분을 옮겨 적으며 읽는 것이 아니라면 진정한 읽기가 아니며 여기서 새롭게 발견된 것은 바로 인간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이뤄지는 신체성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것을 디지털 때문에 새롭게 발견된 아날로그 세계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직접 만지고 넘기는 과정에서 느끼는 촉감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주목이라고 보며 인간은 책을 신체적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찾아내는 감동을 내면화해 가는 과정에서 크나큰 즐거움을 누린다고 한다.

    최근에 철학의 분야는 신경과학으로 환원되는 추세이다. 인간의 촉감이나 감정은 확실히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촉매제이다. 만약 인간이 감정없이 살아간다면 세상은 어두컴컴할 것이다.

    이병화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