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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나라를 지키는 것을 회피한다면 어떻게 될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적은 한반도에 쳐들어오려고 하는데, 정작 이를 저지할 수 없다면 쳐들어온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우연히 16세기에 살았던 이순신 장군이 지은 『난중일기』를 읽었다. 이순신 장군은 친숙한 이름이다. 어렸을 때에 위인전에 실렸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순신은 1545년에 탄생했다. 이순신 장군의 아버지는 정, 어머니는 초계 변씨였다. 이후에 그는 1598년 54세의 나이에 순국했다. 관심을 끄는 점은 이순신의 이력보다 『난중일기』에 등장하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이다. 정작 이순신 장군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단순히 전장에서의 활약이 아니었다.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에 관한 대목은 여러 군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장에 있는 아들의 그리움을 『난중일기』에서 잘 읽어낼 수 있다. 적을 맞서야 하는 전장에서 멀리 떨어져 계시는 어머니를 염려하는 아들의 모습은 그리움이다. 생사를 가르는 전장에서 어머니를 떠올리는 아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이순신 장군이 어머니를 염려하는 대목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리움을 불러낸다. 전장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적과 맞서는 이순신의 용맹함은 칭송받을 만했다. 왜에 맞섰던 이순신 장군의 용기는 후세에 박수를 받을 만했다. 왜의 무력 앞에 어쩔 줄 모르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의 기백은 대단했다. 만약 적의 무력 앞에 누구나 어쩔 줄 몰라 했다면, 모든 것은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몰랐다.아들이 아팠을 때, 이순신 장군은 안타까움을 기록했다. 이순신 장군에게 아들인 면이 있었다. 그런데 면의 병세가 중했을 때, 이순신 장군은 아버지의 다급함을 기록했다. 점을 보아 아들의 병세를 걱정할 정도로 마음은 초조했다. 적과 맞서있던 전장에서 아들의 병세가 중해졌을 때 이순신 장군은 아마도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평소에 활을 쏘았다고 『난중일기』에 기록되었다. 적의를 품었다고 볼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이 활을 쏘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아마도 장군의 활에는 나라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야겠다는 다짐이 배어있었을 것이다. 강한 책임감이 배어있는 활을 이순신 장군은 과감하게 쏘았을 것이다. 평소에 장군의 이러한 연습은 실전에서의 활약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죄를 다스렸던 이순신 장군의 단호함이 나타나는 장면이 『난중일기』에는 여러 군데에 나온다. 때로는 곤장을 때릴 때도 있었다. 가끔은 죄를 다스리지 않고 넘어갔는데, 죄를 다스렸던 장군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망설임이 없이 엄하게 다스렸던 장군을 떠올릴 수 있다. 이처럼 이순신 장군은 과감하게 죄를 다스릴 때 엄했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던 이순신 장군은 슬퍼했다. 실제로 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에 슬픔을 기록했다. 먼저 세상을 등진 자의 소식을 접한 후에 슬픔을 기록한 이순신 장군의 마음은 전장의 한복판을 용맹스럽게 지휘하는 장군이 아니었다. 오히려 생사의 기로에 있지 않아 슬픔을 기록할 수 있는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진다. 아마도 이순신 장군은 대화했던 기록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버렸던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적과 맞서 전장을 지휘했던 장군은 흔히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했다고 예단하기 쉽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이 밤이 깊도록 함께 이야기했던 기록이 『난중일기』에 남아 있다. 아마도 이순신 장군은 결단에 앞서 신중했던 인물이었을 것이다.
『난중일기』는 적진과 맞서 전장에 있었던 이순신 장군의 여러 면모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의 기록들로 이순신 장군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이병화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 재학
[이병화의 초,중,고 학생들과의 독서] 난중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