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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4월 11일 발표한 2022학년도 수능시험 및 대학입시제도 개편 방안은 그 동안 거론되었던 안들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해 보인다.
예컨대 수능시험의 경우 전영역 절대평가제 방안과 수능 원점수제 방안으로 ① 전영역 원점수 제공과 ② 영어ㆍ한국사ㆍ제2외국어/한문은 절대 등급으로 제공하면서 국어ㆍ수학ㆍ탐구 영역은 원점수로 제공하는 것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영역별 문항수를 25문항으로 하면서 분항당 배점을 4점으로 출제하는 방식을 추가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교육부가 공개한『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이하 이송안) 앞부분에 있는 “주요 쟁점”에서는 현행 상대평가 + 절대평가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송안 뒷부분에 있는 “주요 논의 사항”는 ‘(2안) 상대평가 유지 원칙’을 제시하기 하였다. “주요 쟁점”에서 왜 현행 상대평가 + 절대평가를 언급하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개편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인지, 현행 수능시험 점수 체계는 문제가 많다는 것인지, 아니면 향후 논란이 가속화되면 지난해처럼 유예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지 등등을 생각게 한다.
아울러 수능시험 개편은 점수 체계의 개편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어떻게 수능시험에 접목시킬 것인가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있어서 수능시험이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라고 본다. 그런데 이송안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특히 대학입시 제도를 개편함은 학생들이 예측 가능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과 대학이 학생 선발에 있어서 효율성을 갖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미래 사회 인재상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송안은 인재상을 제시하지 않은 채 오로지 단순화와 공정성ㆍ투명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재상을 제시하지 않는 대학입시 개편안은 바람직한 개편안이 될 수 없다. 이에 제고할 필요가 듯싶다.
다음은 이송안에 담겨 있는 주요 현안에 대해 나름의 생각과 함께 살펴본 것이다.
1. 학생부종합 전형과 수능 전형 간의 적성 비율 모색
그 동안 수시와 정시 모집 비율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최근 교육부차관이 대학에 연락을 해 정시 모집 비율을 높이라고 해서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그런데 학생부종합 전형과 수능 전형 간의 적정 비율 모색이란 수시ㆍ정시를 통합하고 전형은 학생부종합 전형과 수능 전형으로만 선발하겠다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이럴 경우 현재 실시되고 있는 학생부교과 전형이나 논술 전형, 실기 전형은 폐지하겠다는 것인지. 모집 시기면 수시ㆍ정시 모집 시기로, 전형 유형이면 전형 유형 전체로 놓고 논의하고 그에 따른 개편안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보인다. 특히 중하위권 학생들이 수시 지원 기회로 삼고 있는 적성고사를 사전 논의 없이 폐지를 밝혔다. 이런 부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대학에 부여한 학생 선발 자율권을 침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2.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여, 수능 이후 입시 실시
고등학교 3학년 수업 파행을 고려하면 수시와 정시 모집을 11월 수능시험 이후에 실시하는 것은 일면 타당하고 본다. 하지만, 수능시험 이후 수시 모집을 실시할 경우 최근 교육부가 수시 모집에서 수능시험 최저 학력 기준을 폐지하라고 권고한 것과 다소 배치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송안을 보면 기대 효과로 ‘수시(학생부종합 전형)에 수능 성적 사용으로 변별력 및 공정성 강화’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라는 것인지?
원칙적으로 필요한 제안으로 보이지만, 그에 앞서 수시와 정시 모집에 대한 명확한 구분 및 정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 없이 단순화ㆍ공정성만으로 수시ㆍ정시 모집을 통합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본다.
3. 국어, 수학, 탐구 제2외국어/한문에 절대 등급 부여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논의되었던 사항으로 이번 이송안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아닌가 싶다. 교육부가 제시한 개편안은 ‘(1안)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 (2안) 상대평가 유지 원칙, (3안) 수능 원점수제’입니다. 이 중 (3안) 수능 원점수제는 새로운 제안이지만, 2004학년도 이전 수능시험에서 시행되었던 것으로 매 시험마다 난이도에 따른 찬반 의견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영역별 문항수를 25문항으로 출제한다는 것은 현재 국어ㆍ수학ㆍ영어ㆍ한국사ㆍ탐구 영역(2과목)을 모두 응시할 경우 전체 문항수가 180문항인 것을 150문항으로 줄이는 효과와 함께 아침 8시 10분까지 수능시험장에 입실해야 하는 수험생들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도 50분인데 수능시험은 국어 80분, 수학 100분, 영어 70분인 시험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학생들의 인권을 고려할 때 반드시 논의가 필요한 사안 중 하나라고 본다.
한편, 이송안에 “수능 평가 방법”과 별도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시험 과목 구조에 대한 안도 제시하고 있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출제 여부와 수학 가/나형 분리 출제 폐지, 사회 1과목 + 과학 1과목 교차 선택, 과학Ⅱ 출제 여부 등을 대한 제시하였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더욱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첫 수능시험인 2021학년도 수능시험이 현행과 동일하게 시행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능시험 과목 조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또한 수능시험에 논ㆍ서술형 도입에 대해서도 (Case1) 선다형 위주 수능에 논ㆍ서술형 문항 추가, (Case2) 선다형(수능Ⅰ)과 논ㆍ서술형(수능Ⅱ) 분리 등도 제시하고 있다. 이 부분은 이송안에 우려점으로 언급된 것처럼 2022 입시 적용은 시기상조이므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본다. 특히 현재 대학별로 실시하고 있는 논술고사와 연관해서 고려할 부분도 적지 않다고 본다. 이송안에 논술 전형 축소ㆍ폐지와 대학연합논술 도입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처럼 수능시험 논ㆍ서술형 따로, 논술 전형 따로 구분하여 논의하기보다는 이를 묶어서 함께 생각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밖에도 이송안에는 고교 학생부 기재 방식 완화를 비롯해, 자기소개서 및 교사추천서 폐지, 제시문 기반의 구술고사 지양, 수능 EBS 연계율 개선, 수시 수능 최저 학력 기준, 블라인드 면접 도입, 교과 특기자 전형 폐지, 미래형 수능시험 개편, 내신 평가 혁신, 미래형 대입전형 제안 등에 대해서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교육부가 제시한 이송안 너무 많은 사안들을 한꺼번에 제시한 게 아닌가 싶다. 어찌 보면 지금껏 거론되었던 모든 이슈들을 그냥 다 모아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송안 뒷부분에 언급한 ‘미래형 수능시험과 미래형 대입전형’은 자칫 2022학년도 수능시험과 대학입시 제도 개편에 혼선을 줄 수도 있다고 보인다. 아니면 이에 맞춰 과도기적인(?) 2022학년도 수능시험과 대학입시 제도 개편을 국가교육회의에서 마련해 주길 바라는 것인지….
좀 비관적일 수도 있겠지만, 2022학년도 수능시험과 대학입시 제도 개편안도 이런 저런 이유로 지난해 8월 2021학년도 수능시험 절대평가 도입을 1년 유예한 것처럼 유예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3년 후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 너무 많은 이슈를 담고 있어 더더욱 이런 생각이 떨어지지 않는다. 더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능시험 절대평가 반대와 김상곤 교육부장관의 해임 등을 요청하는 청원이 적지 않다는 점과 6.13 지방선거 이후 교육부에 변화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2022학년도 수능시험과 대학입시 제도 개편은 난항에 봉착할 수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정말 시급한 현안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그 부분에 대한 개편에 좀 더 집중해 주면 안 될까 한다. 그리고 여타 현안들은 좀 기간을 가지고 대국민 공청회 등을 개최하고 그 안에서 우리 학생들을 위한 보다 다수의 의견을 담은 합의된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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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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