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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3일에 실시한 2015학년도 수능시험이 역대 최대로 난도 조절에 실패한 시험이라고 단정해도 무리가 아닌 듯싶다. 특히 현행 수능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영역이 바로 자연계 수험생들이 응시하는 수학 영역 B형인데,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된다는 것은 이변 중이 이변이 아닐 수 없다.
지금껏 입시기관들이 발표한 2015학년도 수능시험 가채점 결과의 1등급 구분 원점수를 종합해 보면 국어 A형 97점, 국어 B형 91점, 수학 A형 96점, 수학 B형 100점, 영어 98점이 1등급 구분 점수가 된다. 그리고 사회탐구 영역은 사회문화와 경제가 50점 만점에서, 나머지 과목들은 45∼48점 사이에서 1등급이 구분된다. 과학탐구 영역은 앞서 언급한 영역보다는 좀 어렵게 출제되어 41∼48점 사이에서 1등급이 구분된다.
이와 같은 1등급 구분 원점수는 9월 3일에 실시한 수능 모의평가와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9월 수능 모의평가의 1등급 구분 원점수는 국어 A형 98점, 국어 B형 100점, 수학 A형 92점, 수학 B형 92점, 영어 98점이었다. 즉, 국어 영역은 매우 쉽게 출제되고, 수학 영역이 가장 어렵게 출제되어 수능시험 위주로 선발하는 2015학년도 정시 모집은 수학 영역이 변별력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되었었다. 그런데 실제 수능시험에서는 영어 영역만 비슷하고 국어와 수학 영역이 뒤바뀌는 결과를 보여 2015학년도 정시 모집, 특히 인문계열에서는 국어 영역이 합격의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이 두 달 사이에 널뛰기식 영역별 난도 조절이 시행 21년째를 맞는 수능시험을 최악의 수능시험이 되게 한 것이라고 본다. 혹시 현행 수능시험을 폐지하거나 개편하기 위한 빌미를 만들기 위해 이런 혼란을 불러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어찌하였든 2015학년도 수능시험은 역대 최악의 수능시험으로 오는 12월 19일부터 24일 사이에 대학별로 실시되는 정시 모집 입학원서 접수 기간에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모집 정원 200명 미만 모집단위들의 분할 모집 폐지와 맞물려 극심한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이다. 더불어 재수의 길을 선택하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수능시험 성적표도 받아보기 전에 2015학년도 정시 모집을 포기하고 재수하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전략이라고 보여진다. 우선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옳은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여기에서는 좀 이르기는 하지만, 2015학년도 정시 모집에 지원하기에 앞서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2015학년도 정시 모집에 지원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은 이들 내용을 잘 숙지하고, 구체적인 정시 지원 전략은 12월 3일 수능시험 성적통지표를 받아본 후 세웠으면 한다. 그때 정시 지원 전략을 세워도 결코 늦지 않으니 절대 서둘지 않았으면 한다.
첫째, 적성과 진로를 잊지 마라.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적성과 흥미, 그리고 장래 희망 등에 대해 한번쯤, 아니 그 이상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면 많은 수험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 진로 등을 고려하지 않고 수능시험 성적만으로 지원 가능 대학을 찾는 경향이 짙어진다. 마치 수능시험 성적이 대학가는 유일한 길인 것처럼. 수능시험 성적에 의한 한 줄 서기 식 대학 선택은 대학 진학 후 반드시 후회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손에 든 수능시험 성적표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학과(전공)를 설치하고 있는 대학을 찾아 지원하길 권한다.
둘째, 입시요강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지 마라.
대학의 입시요강은 어느 누구에게만 유리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 간혹 특정 대학의 입시요강이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받아들이는 수험생, 즉 자신에게 유리한 쪽만 바라보고 해석하는 수험생이 많다. 대학의 입시요강은 내가 아는 만큼 다른 수험생들도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학의 입시요강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 자신의 대학 지원 여건을 냉정히 인정하고, 대학의 입시요강을 객관적으로 해석할 때 보다 유리한 지원 가능 대학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셋째, 수능시험 단순 총점으로 지원 여부를 가늠하지 마라.
정시 모집에서는 누가 뭐래도 수능시험이 당락을 가르는 주요 전형 요소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수능시험 영역별 점수를 단순 합산한 총점만을 가지고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지원 기준은 서울교대처럼 국어·수학·영어·탐구 영역을 25%씩 동일하게 반영하는 대학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려대·서강대·연세대처럼 모집 계열이나 모집단위에 따라 반영 영역과 영역별 반영 비율을 달리하는 경우에는 반영하는 영역과 반영 비율이 높은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면 좀더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반영하지 않는 영역과 반영 비율이 낮은 영역에서만 좋은 점수를 얻었다면 어찌되겠는가. 영역별 점수를 단순 합산한 총점, 특히 가채점에 의한 단순 총점으로 지원 가능 여부를 가늠하지 말고, 희망 대학의 수능시험 영역별 반영 비율을 통해 유·불리를 따져보길 바란다. 아울러 수능시험 국어․수학 영역이 A/B형으로 시행되지만, 영어 영역은 A/B형이 폐지되고 통합으로 변경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예년 입시결과를 그대로 적용하지 말고 어느 정도의 점수의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따른 지원 가능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길 권한다.
넷째, 면접 등으로 부족한 수능시험을 만회할 수 있다고 지나치게 기대하지 마라.
수능시험이 끝난 뒤 수험생들이 할 수 있는 입시 공부는 극히 제한적이다. 어찌 보면 면접고사, 실기고사 대비 외에는 할 수 있는 공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실기고사는 예·체능계의 특성상 반영 비율이 높아 부족한 수능시험을 어느 정도 만회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면접고사는 부족한 수능시험을 만회할 수 있는 범위가 그리 넓지 않다. 그래도 수능시험이 동점이거나 1, 2점 정도의 차이가 날 경우에는 면접고사가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는 해두는 것이 좋다.
다섯째, 최초 합격자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낙망하지 마라.
대학입시는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충분한 점수로 합격하는 것보다 아슬아슬한 점수로 합격하는 것이 기쁨을 두 배 이상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합격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수험생이 최후의 기쁨을 만끽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는 ‘가·나·다’군 세 번의 정시 지원 기회를 잘 활용하라는 것과 통한다. 즉, 세 번의 지원 기회를 모두 안전하게 지원하기보다는 소신과 상향 등을 적정하게 분배하여 지원하라는 것이다. ‘한 번은 소신, 한 번은 하향, 한 번은 상향’ 또는 ‘소신 두 번에 상향 한 번’ 등 갖가지 지원 전략 중 최적의 것을 찾아 지원하길 권한다. 그리고 비록 최초 합격자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추가 합격자 발표 때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길 당부한다. 매년 추가 합격자의 비율이 꽤 높다. 특히 중위권 이하 대학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최초 합격자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쉬 낙망하지 말고, 최종 발표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마음을 입학원서 접수 때부터 가졌으면 한다. -
유성룡(입시분석가 / 1318대학진학연구소장 / 『대학 합격의 비밀』 저자)
[유성룡의 입시 포인트] 수능 가채점에 얽매이지 말고 정시 지원 전략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