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상의 커리어관리] “전공 분야로 취업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9.03 09:30
  • 내가 출강하던 어느 대학에 S라는 조교가 들어왔다. 키도 크고 체격도 건장하고 활달한 청년이었다. 교수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취업을 위한 자격증 관련 서적들을 뒤적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명색이 취업 전담 교수로서 도움을 주고 싶긴 했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괜스레 나서는 것 같아 모르는 척 지켜봤다. 원래 코칭은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먼저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게다가 다른 선생이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아 취업 관련 말은 더더욱 아끼며 일상적인 대화만 주고받았다.

    그런데 평소 S가 하는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학부 생활을 화려하게 수놓았다는 무용담이 대부분이었다. 수업을 쨌다(수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화끈하게 놀았다, 취업 같은 건 염려하지 않았다, 축제 때는 제대로 놀았다, 요즘 애들은 이도 저도 아니다, 라는 식이었다. 결국 그렇게 논결과 취업이 안 돼 임시로 학교에 다시 들어왔던 거다.

    그러던 어느 날, S가 내게 자기소개서를 봐달라며 내밀었다. 답답했던 모양이다. 내가 본 자기소개서에는 자기가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이며, 그런 성격대로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일관성 있게 강조되어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다만 궁금했다. 사실인지.

    나는 S에게 정말 그러냐고 물었다. 평소 말과 행동으로 봤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였다. 역시나 대답은 아니란다. 그런데 왜 굳이 꼼꼼함과 치밀함을 이렇게 강조하느냐 했더니 회계학과 특성상 그렇게 강조하는 게 좋다는 말을 취업 강좌에서 들었단다. -출처: 도서 <따뜻한 독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