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상의 커리어관리] 대학 졸업장을 포기할 경우 필요한 전제요건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09.29 11:34
  • 만일 대학 졸업장을 포기하려 한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일단 큰 용기가 있어야 한다. 또한 대학 졸업장이 주는 혜택을 뛰어넘을 만한 엄청난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만일 어영부영 시간만 보낼 생각이라면 시작도 않는 편이 낫다.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회라는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그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여러 구조적 제약을 만들어낸다. 학력에 따라서 직업 선택의 범위, 연봉이나 사회적 지위, 심지어 배우자 선택의 범위까지도 달라질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대학을 다니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그럴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이런 불이익들을 충분히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한편 대학을 포기해서 얻는 것도 있다. 바로 시간적 자유와 다양한 경험이다. 이 길을 택하면 주변 친구들보다 사회 경험을 일찍 시작할 수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실패로부터도 자유롭다. 다만 이것이 직업 경쟁에서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우리 현실이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하겠다는 선택은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려는 경우보다는 도전적인 일이나 창의적인 일을 할 때 유리하다고 말할 수 있다.

    나아가 학업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도 일종의 공부다. 다양한 사회 경험만 해도 배울 부분이 꽤 많기 때문이다. 창업이나 사업 또는 어떤 분야의 기술자나 전문가 과정에 몰입하고 싶다면 경우에 따라 대학을 그만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다만 여기에 실패해서 전문가가 되지 못한 채 다시 정상적인 경쟁 트랙으로 돌아올 경우, 사회가 걸어놓은 학력이라는 제약을 뛰어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수용하면 실제로는 스펙으로 규정하는 기업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더 프리미엄도 주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한다.

    가끔 이런 사회적 제약들이 사회 계층 간 이동이 잦을 경우 무너질 수 있는 사회적 평정을 지탱하기 위한 기득권의 책략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있다. 실제로 이 보이지 않는 제약이 두려워서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이 같은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은 사람은 큰 열매를 얻게 마련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른바 작은 영웅으로 대접받게 되는 것이다.

    즉, 대학을 포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다. 자유롭게 결단을 내리면 된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염두에 둬야 한다. 그 결단을 실행하려면 대학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것보다 몇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만일 그럴 용기와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 오히려 더 뒤쳐질 수도 있는 만큼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 책임도 온전하게 자신의 몫이다.

    참, 여기서 잠깐. 만일 대학을 중퇴하면 나도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성공하지 않을까 하고 낙관적으로 상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남기는 한 마디.
    음, 그런 상상은 술자리에서나 즐기길 바란다. 이상!

    부산외국어대학교, 취업전담교수/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 취업진로강사협회, 명예회장 정철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