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상의 커리어관리] 선의의 거짓말과 악의적 거짓말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3.11.20 15:24
  • 거짓말과 관련한 한 가지 진리가 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한 번 하면, 그 거짓말을 정당화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한다. 거짓말의 연쇄반응이다. 나아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면, 자기도 그게 거짓인지 진실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졸업을 앞두고 계속 취업 전선에서 탈락했는데, 도무지 면목이 없어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운전면허증 시험에서 3번이나 떨어졌는데도 자존심이 상해 합격했다고 거짓말했다.

    물론 모든 거짓말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의로서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거짓말이 습관처럼 반복되면 결국 큰 문제나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여러 사례가 있겠지만 한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학력위조 사건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박사학위를 조작하고도 자신은 그런 기억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던 신정아 사건을 보자.

    그녀는 결국 사문서 위조로 구속되었는데, 이 사건 이후 그 여진이 일파만파로 퍼져 그동안 학력을 속여 왔던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줄줄이 후 폭풍에 시달려야만 했다.

    마크 트웨인의 단편소설 중에 『거짓말에 관하여』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청교도적인 믿음이 중요한 덕목이었던 시대에 살았던 어느 두 할머니의 이야기다. 늙은 두 자매는 평생 거짓말 한 번 하지 않고 진실하게 살아왔다. 거짓말을 하면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청교도적 믿음을 굳건히 지켜온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조카 손녀가 와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참회한다. 그럼에도 두 노인은 조카 손녀를 용서하지 않고 크게 꾸짖는다. 그것도 모자라 전염병으로 위독한 상황인 조카(조카 손녀의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결국 두 노인은 의사로부터 크게 꾸짖음을 듣는다. 자신들만 천국을 가겠다고 다른 사람들의 상처는 아랑곳 않는 맹신에 대한 꾸짖음이었다. 의사는 “거짓말은 절대 할 수 없다”는 두 노파에게 “어른이 되었으면 철 좀 들라”는 충고까지 한다.

    그럼에도 두 노인은 자신들은 결코 부끄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얼마 뒤 조카 손녀가 병든 어머니를 찾아가 용서를 빌다가 병이 옮아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만다. 그제야 두 노인은 자신들의 잘못을 깨우친다. 그리고 딸의 소식을 묻는 병든 어미에게 아이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제야 소위 ‘선의의 거짓말’의 가치를 깨달은 것이다.

    굳이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라도 세상에 거짓말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아이를 혼낼 때도 ‘거짓말에 대한 처벌’이 가장 혹독하다. 심지어 앞선 두 노인처럼 거짓말 자체에 강박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종교적 영향이 약해진 현대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거짓말을 싫어하는 것은 도덕성을 강조하면서도 기만을 일삼는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짓말을 싫어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거짓말쟁이들과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우리는 잘 알던 사람으로부터 속았을 때 더 큰 배신감으로 상처 입지 않는가.

    대구대학교, 초빙교수/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정철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