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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상담 수업 때마다 많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고민을 공개한다. 한번은 J라는 여대생이 방학 때 성형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미리 안 하면 나중에 취업하기 불리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이번 방학에 수술을 해볼까 고민하던 차에 공개상담을 신청하게 되었다고 했다.
“저는 원래 성형수술에 관심이 많아요. 솔직히 말해서 하고 싶어요. 주변에도 성형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그렇다면 이에 대해 다른 학생들은 어떤 답변을 내놓았을까? 20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성형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 저는 반대합니다
“일단 저는 기독교인으로서 성형은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한 종교적인 이유를 떠나서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모든 건 본인 선택이지만 성형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반대는 안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알고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네요. 반드시 필요한 때 필요한 부분만 수술하는 건 찬성합니다. 하지만 단지 미용을 위한 성형수술이라면 반대합니다.”
● 주변에 사촌언니가 성형수술을 했습니다
“쌍꺼풀 수술을 하고 난 뒤 많이 예뻐진 사촌언니가 있는데, 외모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았어요. 그 뒤부터 더 잘 꾸미고, 더 당당해지고,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멋진 남자친구도 생겼고요. 그럼에도 저는 성형에 반대합니다. 왠지 부자연스럽고 어색해 보이거든요. 실제로 언니의 모든 행동이 가식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 지금도 예쁜 얼굴인데 왜 고치려고요?
“저는 성형에는 반대합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사람들이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 반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이곳에서는 학생이지만, 동시에 자식을 둔 학부형이기도 합니다. 제 눈에 우리 아이는 한없이 예쁘기만 하죠. 그럼에도 가끔은 ‘눈이 조금만 크면 더 예쁠 텐데.’ 하는 욕심이 들 때가 있어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부분을 가꿔주고 싶은 욕심인 거죠. 그런데 한번은 일곱 살짜리 딸아이가 성형해 달라고 말해서 너무 놀랐어요. 그런데 그 마음이 이해도 갑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키도 작고 그다지 예쁘지도 않지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항상 ‘외모 때문에 대접을 못 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왔어요. 실제로 그게 현실인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그럼에도 생각해봐야 할 건 눈 하나, 코 하나 고친다고 정말 예뻐질까요? 또한 성형에는 경제적 여력도 중요합니다. 솔직히 말해 경제적으로 여건만 된다면 권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고 나니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 콤플렉스가 심하지 않다면 굳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주변에도 성형한 사람들 많습니다. 그런데 한결같이 개성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저도 삐뚤어진 제 눈썹이 싫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 개성이 사라지므로 반대합니다
“저도 주변에 성형한 친구들이 많은데 이미지뿐만 아니라 행동도 바뀌더군요. 저 역시 자기 개성을 살리는 게 외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이미지에 충실하고 자기표현을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요.”
명쾌한 답변들이다. 수업을 하다 보면 교수인 내가 봐도 놀랄 만한 학생들이 적잖다. 즉흥적인 상담에 즉각적인 답변을 해야 하므로 오히려 내 쪽에서 정리되지 않은 답변을 내놓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무튼 내가 그때 학생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본다.
“솔직히 저도 나이가 들면서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수술을 고민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성형을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가진 마인드지요.
성공학자 중에 성형외과의 출신인 맥스웰 몰츠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아무리 외모를 고친다 한들 정작 마음의 문제를 치료하지 않으면 성형 후에도 심리적 상처가 그대로 남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따라서 ‘왜 성형을 하려고 하는가? 나의 어떤 부분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가?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해서 근본적으로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먼저 가져보는 것이 중요할 듯합니다.
지금 J양은 ‘취업 때문에 성형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취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뭘까? 갖춰야 할 근본적인 역량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해답을 찾아가다보면 취업 준비를 위해 진짜 필요한 건 능력을 갖추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요.”
이영돈 PD가 『마음』이라는 책을 통해 제시한 성형중독 치료법을 보자. 그는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해 성형수술을 반복하다가 얼굴이 선풍기처럼 커진 ‘선풍기 아줌마’ 이야기를 언급한다. 그녀는 성형수술 때문에 외모만 망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병까지 앓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계속해서 성형을 하게 되었을까?
사람들은 성형을 하고 나서 “와, 예뻐졌네”, “분위기가 확 달라졌는데!” 같은 칭찬을 들었을 때의 전율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 만족감에 도취되어 다시 수술을 하고 싶은 충동에 빠져든다.
이 PD가 제시한 성형충동의 치료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거울을 이용한 자신과의 대화법이다. 이것은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의 여러 부분을 하나하나씩 바라보면서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가 이상하다고 생각된다면 눈을 보면서, 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귀를 보면서, 내 눈코입은 어떻고 피부는 어떻고 등등 하나하나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해가며 칭찬해주는 것이다.
성형수술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를 비난하기는 어려운 시대다. 다만 자신도 모르게 성형에 지나친 관심이 간다면 스스로를 보다 전체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외모 한 부분에만 치중하지 말고 자신을 완전하게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게 어떤 자질이 있는지,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성과는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는 외적인 성형 전에,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내적인 성형에 더 마음을 써야 한다.
대구대학교, 초빙교수/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정철상 제공
[정철상의 커리어관리] 젊은이들이 성형수술을 하려고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