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상의 커리어관리] 왜 내 문제만 더 아프게 느껴질까?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3.05.03 13:36
  •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아픔이 있나요?

    나는 대학을 졸업한 뒤 입사했던 첫 직장에서 뜻하지 않게 퇴직을 당했다. 막막하고 참담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었다. 정말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여행을 떠났으나 막상 여행을 떠난 지 사흘도 안 돼서 집으로 되돌아가고 싶어졌다. 너무 외로웠던 탓이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면 허무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단풍이 물든 설악산을 밟아보자는 욕심이 들었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나니 작지만 위안이 되었다. 설악의 단풍잎이라도 가져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설렘을 품고 설악산에 당도한 순간, 붉게 물든 단풍잎들에 내 눈은 멀었다. 불타는 듯한 단풍잎에 매료되었다. 아이처럼 신나게 달려갔다. 긁어모으기만 하면 붉은 단풍잎을 마음껏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달랐다. 잎마다 흠집이 많아서 깨끗한 단풍잎을 찾기가 어려웠다. ‘내가 잘못 보고 달려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쪽을 바라보니 그 쪽이 더 붉고 아름답게 보였다. “그래, 저쪽이다, 내가 잘못 봤네. 저쪽으로 가자!” 그래서 힘차게 달려갔다. 하지만 여기저기 달려 봐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흠집투성이였다. 

    그랬다. 모든 단풍잎에는 상처가 있었다. 문득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 나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왜 나만 이럴까, 왜 나만 이렇게 어렵고 힘들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도 멀리서 보면 단풍잎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상처도 많고 허물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에게 지나친 완벽을 요구하곤 한다. 상대를 진정 깊이 있게 알려 들지 않는다. 그날 단풍잎들을 보면서, 타인을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보면 허물을 뛰어넘어 그 각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하지만 문제는 누구에게나 있고,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인간은 누구나 여러 이유로 고통 받는다.

    다만 아이티에서 지진이 발생해서 수만 명이 죽는다 해도 당장에 내 손톱이 부러진 게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게 사람이다. 항상 다른 사람들의 고통보다 내 고통을 더 크게 느끼게 마련이다.

    ‘왜 나만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다음의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 지금 마주친 문제는 나에게만 일어난 문제일까?
    ● 나 혼자의 힘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인가?
    ● 지금 마주친 문제를 스스로 개선해보려고 노력했는가?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혀 다른 방안’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가?
    ● 내 허물 뒤에 숨어 있는 나만의 재능을 제대로 끄집어내지 못한 것은 아닌가?


    설악산을 다녀온 뒤로 새로운 열의가 솟았다. ‘그래, 나를 가로막지 말자.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힘을 기르자’고 다짐했다. 얼마 뒤 나는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영업직으로 입사 지원 범위를 넓혔고, 한 외국계 회사에 기술영업직으로 채용되어 새로운 커리어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나아가 영업직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나만 아픈 것이 아니다. 내 아픔만 큰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크고 작은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들을 다독여주자. 나 자신도 다독여주자.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라고 생각하게 됐다.

    젊은 날 홀로 떠난 여행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은 세 가지였다.

    ●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 문제를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치자.
    ● 누구에게나 문제가 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기회를 잡아 여행을 떠나보자.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가지 말고 혼자서 떠나보자. 그곳이 어디든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만큼 끝까지 한번 견뎌보자.

    지금의 나는 혼자 떠나고 싶어도 홀로 떠나기에는 두려운 나이가 되었다. 젊은 날 떠나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도 자신의 자리를 떠나지 못할 수 있다. 완벽한 고독에 자신을 놓아둘 수 있는 것도 젊음이 주는 작은 선물이다.

    훌쩍 떠나보자, 오로지 홀로. ‘솔로’가 주는 선물을 용감하게 받아들이자.

    대구대학교, 초빙교수/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정철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