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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신입생들이 대학교에 들어와서 겪게 되는 큰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목표의식의 상실이다. 막상 자유를 얻어 봐도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다. 무한대의 선택이 있다가 보니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야 될지 몰라 우왕좌왕 세월만 보내는 청춘들이 많다. 고등학교 때야 원하든 원치 않던 수능이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대학교에 와서는 그조차도 사라져버리니, 이제 지도 없는 길을 혼자 걸어가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설령 목표가 있는 학생도 엄밀히 말하면 부모님이 만들어준 목표를 따르는 것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학점이나 과제 같은 단기 목표에만 매달린다. 좀 더 멀리 바라보며 세워야 할 인생 목표 같은 건 떠올릴 겨를조차 없다. 막상 꿈과 비전을 세워보려고 해도 막막할 뿐이다.
앙리 파브르의 『곤충기』를 보면 목적 없이 무리를 따라다니다가 굶어죽는 날벌레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목적 없이 삶을 맴돌아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자, 하루살이처럼 허망하게 사라지지 않으려면 삶의 의미를 단단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충고이기도 하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의사 빅터 프랭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우슈비츠에 감금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유를 완벽히 박탈당하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혹독한 환경에서조차 살아야 할 의미를 찾아냈다.
그는 “인간도 추위와 굶주림에 놓이면 누구나 개와 돼지 같이 될 것”이라고 한 프로이트에 대해 “프로이트는 아우슈비츠에 있어보지 못했으니 인간 내면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떤 열악한 상황에서 삶의 태도를 선택하는 건 환경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의지라는 것이다.
결국 빅터 프랭클은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공통점을 찾기로 결심하고, 이를 통해 혹독한 수용소 생활에서도 삶을 연구했다. 그리고 경험과 오랜 연구 끝에 생존자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남아 이뤄야 할 사명과 일이 있다는 강력한 확신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빅터 프랭클은 따뜻한 집과 가족, 재산, 지위, 나아가 평생의 연구자료, 사회적 지위까지 모든 것을 박탈당했다. 나아가 신체적으로도 완벽하게 구속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오히려 증오보다는 인간의 숭고함을 발견해낸 인본주의 심리학자로 성장했다. 또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의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의미치료(Logotherapy)의 창시자가 되었다.
이 순간, 뭔가를 할 힘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지 않다.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어려운 역경을 딛고 일어설 무한한 힘과 놀라운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 단지 그것을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아서 의심이 들 뿐이다.
서커스단에서는 코끼리를 어릴 때부터 단단한 말뚝에 옴짝달싹못하게 매어둔다. 그러면 나중에 그 코끼리는 몸집이 집채만 해지고 몸무게가 1톤 가깝게 성장해도 여전히 그 사슬을 끊으려 들지 않게 된다. 어린 시절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던 경험을 통해 자기 한계를 정해버림으로써 물리적 사슬이 아닌 마음의 사슬에 묶여버리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잠재된 엄청난 힘을 믿지 못하고 몇 번의 실수나 실패들에 연연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끔찍한 사슬을 둘러버린다.
마음의 사슬에 묶이지 않는 방법은 하나다. 강력한 비전을 품고 끊임없이 마음의 사슬에서 벗어나려는 도전을 실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전에는 어떤 비전이 필요할까? 바로 생명력 있는 비전이다. 정체된 비전이 아닌 생명력 있는 비전을 가진 사람은 원하는 꿈을 성취하게 된다. 또한 설사 그가 죽어도, 그 비전의 생명력은 살아남아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그 생각을 바탕으로 내 삶의 의미를 더 넓혀보자. 생명력 있는 비전으로 삶에 활기를 불어넣을 때, 더는 마음의 사슬도 우리를 묶지 못하게 된다.
잃어버린 비전에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어보자!
잠자고 있는 내 비전을 되살려낼 가장 강력한 산소 호흡기는 오직 나 자신의 내면에 있음을.
대구대학교, 초빙교수/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정철상 제공
[정철상의 커리어관리] 너는 도대체 꿈이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