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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은 한 달에 얼마나 쓸까? 최저 5만 원 짠돌이부터 100만 원대의 귀족층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성인이 돼서도 돈 개념 없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용돈을 받아쓰는 학생들이나 경제관념이 없는 청춘들을 위해 지금부터 나카드 양의 고민을 공개한다.
“저는 올해 대학생이 된 신입생이에요. 제가 돈을 좀 헤프게 쓰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해서 엄마가 매달 통장으로 돈을 부쳐주세요. 돈이 필요할 때 전화만 하면 되니까 용돈 걱정해본 적은 별로 없어요. 엄마는 오히려 객지에서 밥 제대로 챙겨먹지 못할까 걱정하세요. 급기야 지난 여름방학 때는 신용카드까지 주셨어요. 그런데 문제는 카드로 쓰다 보니 더 많이 쓰게 된다는 점이에요. 여기저기 흥청망청하느라 지난 달 카드 값만 120만 원이 나왔어요. 집안도 아주 넉넉한 편이 아니라서 부모님께 죄송스럽고 반성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자제가 잘 안 돼요. 친구들 만나면 늘 ‘내가 쏠게’라고 하는 편이에요. 용돈기입장도 쓰다가 관뒀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아가씨, 버는 돈은 0원인데 용돈 40만 원에 카드 값 120만 원까지 한 달에 160만 원을 쓴 셈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당시 집단 상담에 참여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그녀의 또래들은 과연 어떤 답변을 줬을까?
● 진작 친하게 지낼 것 그랬다. 농담이다. 당장 카드부터 반납했으면 한다. 선배들을 적절히 이용해서 얻어먹는 방법도 익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 매일 용돈을 쪼개 쓰는 처지로서 그런 이야기 들으면 허탈하다. 당연히 아껴 쓰는 게 먼저다. TV 프로그램 「만 원의 행복」처럼 돈 만 원으로 1주일 살아봐라. 피눈물 흘려봐야 줄이게 된다. 혼자 하기 어려우면 친구들에게 알리고 함께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단 술자리부터 줄여라. 무엇보다 직접 돈을 벌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면 돈 쓸 때마다 힘들었던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 나도 지금 그게 어렵다. 굉장한 자제력이 필요하다. 시내만 나가면 “이걸 살 것인가, 말 것인가”로 늘 고민한다. 돈 쓰고도 후회스러울 때가 많다. 돈은 의미 있게 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정해진 한도 내에서 쓰는 것이 좋겠다.
● 아르바이트 경험도 좋을 것 같다. 두 달 정도 하면 돈 귀한지 알 것이다. 용돈을 한 달에 얼마라고 규정해라.
● 나는 대학교 3학년이다. 용돈을 잘 쓰려면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꼼꼼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한 달 용돈을 정하는 것이 좋겠다. 정해진 돈 외에는 절대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체크카드를 만들어서 용돈을 넣어라.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한 목록을 볼 수 있다. 자주 만나는 친구가 아니라면 돈을 나눠서 쓰는 버릇을 들일 필요가 있다. 남의 이목이나 눈치 볼 필요 없이 더치페이를 하는 것이다. 즉 뭘 할 때 순간적인 기분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한 달에 60만 원 옷 샀던 적이 있다. 수첩이나 다이어리 같은 곳에 쓴 돈을 기록해야 한다. 첫 달을 아껴 써야 한다. 그 다음 달도 아껴야 한다. 일단 첫 달 돈에서 10만 원가량 저금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런 뒤 그 비상금 10만 원을 없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 달에도 비상금이 10만 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반복하면 매월 10만 원씩 저축도 할 수 있다.
당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돈을 펑펑 쓰는 학생들의 경우 절제력 부족도 문제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런 절제 부족을 만들어내는 한 가지 메커니즘이 존재하고 있었다. 바로 정해진 용돈 기준이 없다는 점이었다. 충동적으로 돈을 쓰는 학생들 대부분은 필요할 때마다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쓰고 있었다.
많은 부모들이 용돈은 조금씩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용돈 타기가 어렵게 느껴져 아낀다고 믿는다. 또 한꺼번에 용돈을 주면 목돈 나가는 것 같아 싫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식을 믿지 못하는 심리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큰돈을 주면 아이들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식들의 경제관념을 바르게 잡아주려면 부모가 먼저 성인이 된 자식을 초등학교 아이처럼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부모가 먼저 경제관념을 바르게 세우고 올바르게 접근하지 않으면 그 자식도 돈을 잘못 다루다가 평생 고생할 수도 있다. 용돈을 과하게 쓰는 것은 분명 자식들의 잘못이지만 부모에게도 책임이 있다. 따라서 약속한 범위의 용돈을 넘어서면 그 이상은 주지 않는 냉정함도 필요하다.
다만 주변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용돈을 펑펑 쓰는 학생들은 소수다. 대다수 학생들은 아주 적은 용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그나마도 받지 못하거나 스스로 자기 힘으로 용돈을 충당하는 경우도 많다. 나아가 부모님의 직·간접적 요구로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향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너무 이른 나이에 지나친 책임감으로 돈을 벌려는 학생들도 있다. 그럴 경우 자칫 주식, 도박, 다단계, 사기 등에 빠져서 집안 재산까지 거덜 낼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돈은 신기한 것이다. 쫓아가면 결코 들어오지 않는다. 설령 들어왔다 해도 그런 돈은 곧 다시 나간다.
대개의 학생들은 아직 돈 벌 시기가 아니다. 이때는 다짜고짜 돈 벌기에 뛰어드는 대신 ‘돈이란 무엇이고, 경제력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경험해보면서 내게 적합한 일을 찾고 준비하면서 여건을 마련해야 할 시기다.
젊을 때 뚜렷한 경제적 관념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평생 돈 고생을 막아주는 훌륭한 방패다. 자신의 경제관념이 어느 정도로 탄탄한지 알고 싶은가? 지금부터라도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해보자.
“돈이란 무엇인가? 나는 얼마를 벌고 싶은가?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최적의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나? 그렇게 번 돈으로 무엇을 하려는 건가? 돈은 어떻게 써야 좋은가?”
출처: 도서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중에서
대구대학교, 초빙교수/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정철상 제공
[정철상의 커리어관리] 부자가 되고 싶다면 용돈부터 관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