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상의 커리어관리] 접시 닦는 일에도 정성을 다한 요리명장 이상정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2.08.03 15:41
  •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이상정 교수. 그는 1968년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와 명동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요리사 인생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이상정은 3년간 칼 한번 쥐어보지 못하고 접시닦이와 청소 등의 허드렛일만 했다.

    당시를 회상한 그는 “매일 꼭두새벽에 식당에 나와 듣는 건 욕이요. 맞는 건 매뿐이었다. 당장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을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말했다.

    3년간의 접시닦이 생활을 성실하게 마친 그는 이후 프라자, 리츠칼튼, 스위스그랜드 등 국내 유명 호텔의 주방에서 일했다. 요리 경력 32년 만인 2000년에는 부산 메리어트 호텔 총주방장 자리에 올랐다.

    이상정 교수는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제1회 서울 인터살롱 요리 경연대회 금상, 독일 요리 올림픽 금상 등 국내외 조리 경연대회에서 수십 개의 상을 받았다. 2002년에는 노동부에서 인증하는 조리명장으로 선정돼 조리 분야의 최고 반열에 올랐다.

    자기계발 역시 등한시하지 않았던 명장은 조리사로 일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을 거쳐 대학원까지 진학해 호텔관광외식경영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관광전문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밟으며 이론을 병행했다.

    이상정 명장의 살아 있는 경험을 높이 산 영산대학교에서 교수직을 제안했다. 그는 조리학부 교수로 임명받으면서 “현장에서 터득한 조리기술과 음식에 대한 철학을 학생들에게 전해 훌륭한 조리인을 양성하는 데 남은 생을 바치겠다”며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후에 이상정 교수는 부산에서 열리는 멸치축제 기간 중 멸치로 만든 이색요리를 학생들과 함께 선보였다. 멸치의 비린내를 없앤 영양만점의 멸치바비큐·멸치양념갈비·멸치해초샐러드·오색단자 등을 새롭게 만들었다. 양식 부문에서는 웰빙멸치피자·멸치김밥·멸치국수 등을 창작 요리로 개발했다.

    특히 베이커리 부문에서는 칼슘식빵·멸치쿠키·멸치모닝롤·멸치스틱·멸치햄버거 등을, 약선식 부문에서는 멸치와 궁합이 맞는 약초를 사용한 땅두릅꼬치구이·멸치지구자잎말이찜·감잎멸치만두·멸치죽 등을 선보였다.

    어디를 가나 끊이지 않고 장인의 뜨거운 열정이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이렇듯 비전은 평범한 기술자를 한 분야의 대가로 이끄는 힘이 있다. 비전은 뜨거운 열정을 더욱 끓어오르게 만드는 에너지 동력원이다.

    혹 당신은 지금 접시 닦는 일과 같이 재미없고 단순한 일들로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지는 않은가. 단순한 일상 속의 이면에 숨어 있는 귀중한 가치를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실로 단순해 보이는 일들도 깊이 파고들면 장인(匠人)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이상정 교수의 인생에서 배울 수 있다.

    대구대학교, 초빙교수/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정철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