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상의 커리어관리] 자기 적성도 모르는 29세 조교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9.17 10:07
  • S는 지방대 회계학과 출신에 졸업 학점은 3.1점, 토익 점수는 600점대. 이것이 스펙의 전부였다. 공모전 입상이나 사회봉사 활동, 해외 연수, 전공 관련 사회 경력, 자격증 등은 전무했으며,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에서 S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재무·회계 쪽으로만 입사 지원을 해왔고,2 년째 취업을 못 하고 있었다.

    왜 재무·회계 쪽으로만 입사 지원을 했느냐고 S에게 물었다. S는 회계학과 출신이다 보니 딱히 다른 직종은 고려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만일 재무·회계 쪽으로 취업하면 일이 만족스러울 것 같으냐고 물어봤다.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굳이 한 직종에만 매달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S는 어떤 직종이 좋을지 몰라 전공 관련 직종으로만 지원했단다. 그러면서 자기한테 적합한 직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동안 봐온 S의 행동과 성격을 고려해봤을 때 활달한 일을 하는 직종이 더 어울리겠다 싶어 영업직을 추천했다. 아무리 봐도 영업직 사원으로서의 자질과 적성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건장한 체격에 인상도 강하고 말도 잘하고 활발하고 힘든 일도 가리지 않으며 사람들 만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니 제격이겠다고 설명해줬다. 내 말을 듣더니 자기도 영업직이 성격에 맞을 것 같다며 이런저런 무용담까지 늘어놓는다. 나는 당장 자기소개서부터 완전히 바꾸라고 했다.

    일단 기존 자기소개서 형식을 토대로 영업직 지원자 입장에 확실히 포커스를 맞춰 내용을 수정한 다음, 입사 지원을 다시 해보라는 거였다.

    며칠 후 S는 영업직 지원자에 걸맞게 바꿨다는 자기소개서를 가지고 왔다. 나는 또 한 번 당황했다. 한 유명 소셜커머스 업체에 보낼 내용이었는데, 그 회사의 대표 이미지 컬러인 녹색을 언급하며 녹색이 좋아서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됐다고 지원 동기를 쓴 거다. 세상에! 초등학생도 아니고, 입사 지원 동기가 어쩜 그렇게 단순하냐고 쏘아붙였다. S는 기가 한풀 꺾여 어떻게 고쳐 쓰면 좋겠느냐고 내게 물었다. 해당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은 있느냐고 물었더니, 다행히 이용 경험은 많다고 한다. 해당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낀 점, 그러니까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 개선했으면 하는 점, 경쟁사 대비 장단점 등을 써보라고 했다. -출처: 도서 <따뜻한 독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