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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학교뿐만 아니라 채용 현장이나 기업 현장에서도 성격검사를 진행한다. 이때 많은 이들이 취조라도 받는 것처럼 이를 불편하게 느낀다. 나아가 ‘도대체 어떻게 성격을 검사할 수 있나? 왜 이런 걸 믿어야 하지? 이런 검사가 필요한 이유는 뭐지? 어떻게 사람을 특정 유형으로 구분 지을 수 있나? 검사 결과는 믿을 수 있나? 심리 검사와 자기계발이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이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고, 심지어 관련 분야의 강사 자격까지 갖춘 지금도 몇 가지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한 면도 있다.
단정적으로 말해서, 사람의 성격은 절대 같을 수 없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인식을 하고, 같은 사건에 똑같이 생각하고 반응하는 사람은 결코 없다. 심지어 복제 기술이 완벽하게 구현될 미래의 어느 날이 와도 나와 똑같은 사람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처럼 다양한 인간의 차이점과 공통점, 인간 행동의 근원을 무엇으로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지금껏 많은 뛰어난 철학자들과 사상가들과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본성, 성격, 의식, 무의식, 행동에 대해 수많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 결과를 후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연구들은 인간 이해를 넓히기 위한 중요한 노력이었다.
따라서 우리도 고대 철학에서부터 현대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한 다양한 분야의 위대한 자료를 많이 훑어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가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심리검사를 사용하는 첫 번째 이유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을 위해 손쉽게 검사할 수 있고, 성격을 추정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자신을 알려면 나와 유사한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 60억 인구는 각각 민족, 국가, 환경, 교육, 생김새 등 모든 것이 다르다. 하지만 그들 중에 분명히 나와 유사하게 생각하고, 반응하며, 행동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마치 나와 닮은 얼굴이 있듯이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심리검사도구는 사람들끼리 어떤 면이 같고, 어떤 면에서는 다른지를 파악하는 데 작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평범한 인간이 아무 도움 없이 자신을 찾아가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때 심리검사도구는 그 험난한 길에 작으나마 훌륭한 힌트와 길잡이를 제공한다. 즉 자기를 알아가는 시간을 단축해줌으로써 표면 아래 깊은 곳을 더 치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여유와 힘을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심리검사를 할 때면
왠지 쑥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내면에 숨어 있는
어리석은 나를 들키고 싶지 않은
자기방어 탓이 아닐까.
[정철상의 커리어관리] 우리가 심리검사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