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지 대표이사와 이진오 강사의 미래영재 스토리] 입시는 조심스럽게
기사입력 2019.12.11 08:50
  • 영재학교 입시를 차근차근 준비하려면 평균적으로 초등학교 6학년부터 슬슬 시동을 걸어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열과 성을 다하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첫발을 떼는 수준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요행 없이 큰 스트레스 없이 성과를 기대하려면 초등학교 6학년보다 늦으면 조금 마음을 서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착오와 오해는 여기부터 시작된다. 공부를 시작하라는 뜻은 소위 선행이 가능한 학원에 살며시 발을 넣어보라는 의미다. 아이가 동나이대 문제를 잘 푸는지, 그래서 선행할 준비가 되는지 알아보는 일이 문자 그대로 ‘선행’되어야 한다. 공부 강도가 약한 학원부터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한다. 섣불리 월반하기보다 차근차근 과정을 밟는 꾸준함과 끈기의 덕목이 필요하다. 하지만 몇몇 학부모들은 이와 같은 사전 작업 없이 바로 일주일이 세 번, 하루 다섯 시간짜리 수학 과목에 투입한다. 명백히 잘못된 결정이고 큰 모험이다.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학원 수강에 아이가 잘 버티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면 이는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실망한다. 거짓이 아니다. 정신만 차리면 잘할 아이라느니 잘했던 아이라느니 하는 말 뒤에 아이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아이가 그 사실을 모를까? 자녀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공부 외적으로 부모 자식 사이 관계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늘 엄마의 사랑받는 아이였다가 엄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한창 예민해질 사춘기에 말이다.

    또한 아이가 공부 자체를 질려 할 가능성이 커진다. 솔직히 공부의 큰 동력 중 하나는 성취감이다.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 안 풀리던 문제를 풀었을 때, 노력해서 수위권의 성적을 받았을 때 그 기쁨이 아이를 움직이게 한다. 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그 나이 때 많은 아이가 보이는 공통의 감정이다. 그런데 만약 첫 학원을 힘들게 조립했다가 실패하면 첫 단추를 부정적인 기억으로 가득 채우게 되는 것이다.

    입시 학원에 보내는 일은 이렇게 위험부담이 크다. 아이들의 동의 없이 함부로 시작할 일이 아니고 또 부모의 욕심만으로 밀어붙일 일 역시 절대 아니다. 처음엔 아이가 잘 눈치채지 못하게 살살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고 아이와 토론 끝에 거국적인 동의를 얻어내는 것도 방법이리라. 방법이 어찌 되었든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일찍 시작하면 더더욱 유리하리란 착각에서 학부모들 스스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거리엔 온갖 나쁜 상술들이 횡행한다. 몇몇 학원은 영재고 초등학교 5학년부터 하라고 하고 어떤 아이는 4학년부터 했다고 한다. 심지어 영재교육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도 한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 아닌가. 돈만 넣으면 두 배로 불려줄 것이라느니 연이율 10%라니 하는 금융 상품들 수두룩 빽빽이니까 말이다. 현실이다. 과대광고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우리 아이를 지킬 수 있다.

    세상에 일찍 시작할수록 좋은 입시란 없다. 입시 공부는 필연적으로 넓은 시험 범위를 제대로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장기기억력이 필수다. 학부모들 스스로 지금 어린 시절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추억을 떠올려보시라. 대부분 중학교 기억이 제일 많을 텐데 그때 장기기억 능력이 제대로 잘 갖춰지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 유전적이든 성장의 과정이든 훈련이 덜 되었든 장기기억 능력이 덜 발달한 아이에게 입시 교육을 시키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남기지를 못하는데 공급해봐야 소용이 없다.

    당연히 아이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아이는 초3부터 잘하고 어떤 아이는 중1이 되어야 잘한다. 많은 경우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자라온 환경에 의해 차이도 생긴다. 정해진 공식은 없다.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한번 조심성과 끈기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함부로 영재고 입시에 뛰어들지 마시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서도 안 되고 그저 일찍 시작하면 된다고 낙관해서도 안 된다. 현재 영재고 입시는 대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학습 범위를 제대로 잘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덤벼봐야 상처만 되기 십상이다. 차근차근 단계별로 밟아야 한다.

    만약 학생의 능력이 지금 당장 모자라면, 영재학교에 갈 준비가 안 된 것이 드러나면 아무런 데미지 없이 한 발 빼면 그만이다. 목표는 대학이니까. 영재고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못 얻었어도 수년 뒤에 대입에서는 잘 할 수 있다. 갑자기 가족의 품에 안겼던 것처럼 아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또 금방 준비될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어렸을 때 발휘했던 끈기와 조심스러움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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