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지 대표이사와 이진오 강사의 미래영재 스토리] 영재도 성적이 떨어진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9.03.06 09:22
  • 훌륭한 성적으로 영재고에 입학한 지 고작 6개월 만에 교무실에서 눈물을 흘린 학생 얘기를 해보려 한다. 학원에서 학생이 가끔 울기도 한다. 많은 경우 공부 안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학생을 따끔히 혼내다 보면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 학생은 영재고에 당당히 합격해서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재고 진학할 정도니까 영재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영재고 준비 과정에서 가르쳐본 바 실제 머리가 좋은 학생이었다. 선생님 설명을 잘 듣고 핵심을 질문할 줄 알았다. 많은 연습을 하지 않더라도 학습에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영재고 합격 후 영재고 합격생들과 수업을 듣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수업시간에 집중력을 살살 잃더니 어느 순간 숙제를 혼자 하는 데에 힘들어 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시험 시간을 어렵게 보냈다. 성적은 곤두박질 쳤고 수업 시간에 집중력은 더 나빠졌다.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핵심을 질문하던 능력은 사라졌다.

    영재라서 느끼는 깊은 좌절

    학생의 영재성이 성적으로 연결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드러내는 일화다. 똑똑한 머리는 갖춰야 하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려면 다른 여러 부분이 받쳐줘야 한다. 긴 학습 시간을 버텨낼 체력, 매일 반복할 수 있는 성실함 같은 교과서적인 것 말고도 많다. 알고 있는 것을 종이에 옮길 수 있는 능력,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는 집요함, 시험 시간에 당황하지 않는 담대함 같은 세밀한 부분까지 성적에 영향을 준다.

    갖춰야 하는 덕목이 많다는 얘기는 역으로 발전이 멈추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말도 된다. 많은 것들 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 심지어 영재성을 잘 발휘하던 학생조차 주변 환경이 변했다는 이유로 흔들리기 십상이다. 똑똑한 아이라도 아직 미성년인 학생이고 딱 그만큼 여리다. 자기 의지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도처에 널려있다. 오죽하면 교무실에서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는지 생각해보면 가슴이 아플 지경이다.

    이처럼 영재성과 성적의 관계는 섬세하며 다양해서 즉자적인 관계가 아님을 진심으로 이해해야 한다. 물론 무덤덤한 학생도 있다. 부모님이랑 별 얘기도 없이 혼자 알아서 공부 척척하고 학원에 별 불만도 없이 잘 먹고 키도 잘 크면서 공부도 잘 하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아닌 학생도 있으며 바로 그 아닌 아이가 내 아이일 수도 있다.
    부모님들 마음이야 자잘한 것 다 잊고 공부에만 매진하면 성적은 그에 맞게 오를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동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섬세하고 영재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영재성 발현, 성적 향상이란 대목에서조차 상황은 동일하다. 문제는 종종 복잡하게 얽힌다. 학생은 여러 가지 트랩에 갇혀 발버둥 치고 있을 때가 많다.

    교무실에서 울었던 학생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그 학생은 깊은 좌절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공부를 하긴 해야겠는데 해야 할 공부양이 너무 많아서 학생은 엄두를 못 낸다. 그러니 방법을 알려줘도 시작하지 못하고 시작한다 한들 집중이 안 된다. 이럴 때는 똑똑한 머리가 오히려 방해가 된다. 학생은 스스로 앞으로 얼마나 고생해야 하는지 완벽히 셈하고 있다. 이미 앞서간 애들을 따라 잡기 얼마나 힘든지 본인이 잘 안다. 어떤 식으로든 성공할 방법이 안 보이는 환경. 좌절이다. 그래서 울었던 것이다. 이 똑똑한 학생에게 감언이설, 헐리우드식 연설, 말에게나 주는 당근 같은 것은 통하지 않는다.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아니까. 누가 이 학생에게 쉽게 ‘노력’이라는 말을 뱉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럴 고민 있으면 공부 한자라도 더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을 많이 봤다. 물론 부모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찾고 해결할 동안이라도 공부를 손에서 놓으면 안 되기에. 떨어지는 성적은 매 순간이 안타까운 법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학원을 옮긴다거나 공부량을 조절한다거나 혹은 학생에게 어떤 제안이나 직언을 하는 것 모두 분석을 통한 처방에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처방이란 무의미하니까. 예를 들어 성적 하락이 학생의 나쁜 습관 때문임을 간과하고 아이 능력의 한계라고 단정 지었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완전히 똑같다. 영재성 발현을 저해하는 환경 요소를 파악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극한의 인내심만 요구하면 학부모와 학생 모두 힘은 힘대로 들고 결과는 따라오지 않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이가 똑똑한 영재라 하더라도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 이 사실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해하고 아이를 바라봐야만 모든 행동과 생각 하나하나가 객관적으로 평가가 된다. 다소 의외의 곳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기에 냉정한 시각은 필수다. 앞서 교무실서 울었던 학생의 예에서도 똑똑한 머리가 오히려 학생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던가!

    원인이 쉽게 안 찾아진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고 그만두면 안 된다. 학부모에게도 끈기와 지혜가 모두 필요하다. 때론 운이 따라야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확한 사태 파악 없이 학생을 다그치거나 극기를 강요하는 것은 조급함에 굴복하는 것이다.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성적 하락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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