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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원에서 분반을 한다. 학원 입장에선 학업 효율을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보통 실제로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은 비슷한 학습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아이들이 서로 실력이 비슷할 때 마음이 편안해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저런 이점 때문에 반을 나누는 것이다. 이에 과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전혀 없다. 학원은 결과를 향해 가는 과정의 장소다. 학원의 분반 결과 같은 것에 의미 부여할 필요 전혀 없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들이 이 간단하고 당연한 사실을 망각한다. 제일 흔한 레파토리가 같은 레벨을 한 번 더 들으라고 했을 때 학부모들의 반응이다. 왜 들은 것을 또 듣는지, 친구들은 다 한 레벨 올라가는데 내 아이만 못 올라가는지 받아들이지 못한다. 마치 지금 크게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아이가 가망이 없어 보인다고 학원을 그만두기도 한다.
일단, 분반 결과와 아이들의 성적 사이에 큰 상관관계가 없다. 최종 시험을 앞두고 진도가 동일하게 끝난다면 아이들 사이의 차이는 분반에 기인하지 않는다. 만약 어떤 아이가 성적이 차이가 난다면 그것은 진도가 달라서나 분반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공부를 안 해서다. 먼저 윗반에 올라갔으나 최종적으로 아랫반에서 열심히 한 아이보다 성적이 안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해에도 여럿 본다.
입시에서 학습 재료, 특히 시간은 똑같이 주어진다. 자기에게 주어진 학습 환경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많은 양의 지식을 머리에 안착시키는 지가 승부처다. 그러려면 학업 효율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아이가 개인적으로 교습을 받는 것이지만 불가능하니까. 결국 성적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뭉쳐놓는 방법이 현실적인 최선이다.
학부모들 생각에야 윗 반에 가서 고난이도 재료로 공부하면 더 좋을 것 같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기 실력에 맞지 않는 환경에 있으면 효율이 끝도 없이 떨어진다. 아이들은 생각 외로 민감하다. 학업 환경 외에도 친구들 분위기에도 휩쓸린다. 예를 들어 친구들보다 조금 떨어진다는 스트레스를 못 견디는 친구는 상위반에 올라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언제나 자신감있게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기록하는 것이 공부의 에너지인 친구도 학원과 반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 또 늘 공부하던 친구와 같이 있어야 하는 친구도 있다. 반의 남녀 성비를 물어보는 학생도 심심치 않게 보는 정도다.
그렇다면 학부모가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물론 원론적인 부분, 기본적인 부분은 늘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 효율적으로 잘 학습하는지 말이다. 그런데 그 외에 학원이 분반 이후 모든 반을 전부 정성스럽게 관리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학생이 학원에 다니면서 심리적인 불편함을 느끼는 지에 주의를 기울이면 어렵지 않다. 아이들은 예민하다. 만약 상위반에만 신경쓰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면 바로 눈치 챈다. 이보다 좋은 바로미터가 없다.
예를 들어 보통 학부모들이 커리큘럼을 스스로 판단하여 문제 삼기도 하는데 좋지 않은 관점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상위반 커리큘럼만 정성들여 만든 것 같다고 말하면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강사도 마찬가지다. 강사도 마찬가지다. 강사에게도 성향이란 것이 있어서 상위 반에 어울리는 강사가 있고 하위 반에 어울리는 강사가 있다. 부득불 강사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상위반에만 좋은 선생님이 들어간다고 말하면 사실인지 진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들 스스로 학창시절 경험했듯이 공부란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공부 자체가 안 될 때도 있고 성적이 더디게 오를 때도 있고 주변 친구들보다 약간 처질 때도 있다. 공부는 변하지 않았고 따라서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긴 입시 생활동안 유지해야 되는 것은 학습효율과 자세, 그리고 그에 관련된 일관된 기준이다. 학원 분반 결과 따위에 일희일비하면 자칫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도 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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