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지 대표이사와 이진오 강사의 미래영재 스토리] 대세가 될 필요가 전혀 없다
기사입력 2019.08.07 09:07
  • “모든 학생이 이 강좌를 수강합니다.”

    흔히 대세라 일컫는 학원 데스크들은 설명이 짧다. 모든 선배가 전부 들은 강좌라고 말하고 끝이다. 질문을 조금 할라치면 왜 그렇게 궁금한 것이 많으냐는 식으로 대답한다. 학원이 그냥 음식점이라면 발길을 끊으면 그만이다. 맛있는 거 하나 안 먹으면 그만이지.

    하지만 학원은 자녀를 보내는 곳이다. 학부모들은 생각이 많아진다. 불친절한 데스크의 자세는 학부모의 마음에 역작용을 일으킨다. 저렇게 불친절해도 장사가 될 만큼 강의가 훌륭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 강좌를 내 아이만 듣지 않았을 때 내 아이만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함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학부모는 데스크 앞에서 한없이 작은 영혼이 된다. 궁금한 것도 많고 생각해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생각이 줏대 있게 바로 서지 못한다. 한 번 생긴 불안한 감정은 이성을 쉽게 누른다.

    물론 대세라는 것이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든 수준이 떨어지는 강좌는 절대 대세가 될 수 없다. 수많은 학생이 시간을 들여 검증했다는 의미니까. 사실 학원 강사의 목표 중 하나가 대세 강좌를 만드는 일이다. 강사로서 최고의 성공이다. 누구나 강좌를 잘 준비하고 학생들에게 정당하게 평가받으며 두둑한 보상을 받고 싶어 한다. 최고로 바람직한 직업의식이다.

    문제는 대세라는 이유로 학부모가 주눅 들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대세인 학원 대부분은 데스크가 크고 사람도 많다. 수많은 학부모가 오가며 제대로 데스크 직원과 대화를 나누기도 쉽지 않다. 간단히 물어보는 것을 넘어 면담이라도 할라치면 정해진 기간 정해진 시간에만 예약할 수 있다. 귀하 디 귀한 자녀를 더욱더 훌륭하게 만들려고 학원에 보냈는데 학부모가 경험하는 것은 내 아이가 평범한 학생1이라는 사실이다. 학원에 따라야 하는 규칙은 또 왜 그리 많은지.

    그렇지만 절대 움츠러들면 안 된다. 비합리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나쁜 업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몇몇 학원은 패키지로 강좌를 묶어 같이 수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수강할 수 없도록 규칙을 정한다. 선 수강 과목을 만들어 추가 학원비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고, 경쟁학원과 동시 수강을 막는 황당한 경우까지 있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금 나열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비합리적 소비는 단순한 돈의 낭비 이상을 의미한다. 잘못된 학원 쇼핑은 학생들이 효율적이지 않은 강좌에 노력을 들이게 만든다. 귀중한 학생의 시간과 집중력이 쓸모없이 사라지게 된다.

    학부모들은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확실히 얘기할 것은 꼭 대세인 강좌를 들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세상 그 어떤 강좌도 성적 향상을 보장하지 못한다. 내 아이와 딱 맞는다는 보장도 없다. 특정 강의를 듣는 학생들 성적이 더 좋고 아닌 애들은 나쁜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말하는 인기 강사의 얘기도 적당히 참고만 하면 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최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선에서 결정한다. 괜히 억지로 무리할 필요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종종 학업 성취와 관련되지 않은 부분에 필요 이상 민감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덜 졸린 강사를 찾고 조금이나마 더 집중시켜주는 강사를 찾는다. 혹은 농담을 잘하는 강사. 하지만 이런 장점들이 학부모가 원하는 성적 향상과 꼭 궤를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세 강좌를 수강하기 위해 비합리적인 판단을 할 이유는 절대 없다.

    특히 성적이 떨어졌을 경우. 대세인 강좌를 수강하지 못해서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직접 본적은 물론이거니와 들어본 적도 없다. 당연히 자녀에게 대세 강좌를 못 듣게 했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자책할 이유도 없다. 성적이 떨어지는 제일 큰 원인은 훨씬 더 단순하며 대단히 명확하다. 학생의 공부량이 부족해서이다.

    학부모는 대세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대세 때문에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받는 상황은 생각을 전환하면 쉽게 바뀐다. 사실 학부모들은 대세의 존재 덕에 편안함을 느껴야 한다. 대세는 많은 이들이 좋은 후기를 남긴, 큰 실패를 피하게 해주는 좋은 상품이다. 내 아이가 대세를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더 적합한 강좌를 찾기 힘들 때 나쁜 결정을 피하게 해준다.

    요컨대 다수의 사람에게 여럿이 만든 분위기에 휘둘릴 필요가 전혀 없다. 아니 그러면 안 된다. 모든 강좌를 살펴보는 학부모의 눈은 똑같아야 바람직하다. 강좌가 내 아이에게 효과적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누군가 비합리적인 소비를 강요한다 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말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