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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 학원가는 매일 밤 10시, 혼잡 그 자체입니다.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도로에는 부모의 차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국어 3개 다니고요. 수학 2개. 영어 하나. 탐구과목 합쳐서 8개 다니고 있어요. (월 학원비는) 3~4백(만 원)은 나오는 것 같아요, 강남 학군에 사는 학생들이면.” 이 시기 학원들은 새로 배정될 학교별로 내신을 대비해준다며 학부모를 공략하는데 '마감', '선착순'을 내세워 불안 심리를 자극합니다. “그 동네에서 내신 받으려면 다들 그렇게 하기도 하고. 다들 그렇게 하는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안 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선행학습을 안 하면 실패할 거라는 근거 없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위 기사는 몇 달 전에 방송된 TV 뉴스 중 일부이다. 이런 기사를 들으면서 비슷한 경험으로 공감하는 독자들도 독자들 중에 꽤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는 영재학교와 같은 영재교육 대상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영재학교를 진학하기 위해서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입상이 필수라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이에 대한 학습을 해야 한다거나, 대부분의 다른 학생들은 초등 5학년이면 고등학교 과학 심화과정을 끝내고 대회 입상을 하기 때문에 이제는 늦었다고 하고, 심지어는 영재학교 입학을 한 이후에도 고등부에서는 두 과목 올림피아드는 기본이라 시간과 비용을 여기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도, 여기에 더해서는 영재학교 졸업 후에 바로 미국등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영어 학습에 더 몰두해야 한다는 둥! 물론 영재학교 과학고 관련해서 오랫동안 강의를 전담하면서 지켜봐온 전문가로서의 필자의 의견을 제시하자면, 위에 나열된 대부분의 정보는 거짓이고, 이에 따르게 되는 경우,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도 그렇고, 학생의 올바른 학습 전략을 고려해 볼 때, 매우 어리석은 낭비를 결과하게 될 것이 너무 선명해 보인다.
이런 소위 ‘불안 마케팅’은 의약품을 비롯한 여러 상품 판매를 위해 과잉수요를 창출하려는 의도로 자주 사용하는 마케팅 기법이라고 한다. 실제 의료전문가가 볼 때 그리 효용이 높지 않고 필수적이지도 않은 약품들을, 건강이 바로 악화될 수 있다는 공포감과 당신만 이 상품을 사용하지 않아서 뒤떨어지고 있다는 강박감을 들게 하여 판매를 촉진시키는 마케팅 방법이다.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에서도 이런 불안 마케팅이 큰 효과를 보곤 한다. 최종적으로 이런 마케팅은 소비자의 과소비 낭비로 결과 짓는 일이 일반적이다. 이는 사교육 시장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학원 현장에서 상담을 오시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실제로 이로 인한 폐해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수학 능력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교과과정 과학학습을 무리하게 강요하여, 실제 영재학교 준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결과한다던가, 학원을 과목당 2-3개씩을 다녀야 한다는 강박에 학생 스스로 자기 학습을 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서 결국은 실력을 쌓지 못해서 학교 성적에서 뒤처지고 낙오되어 가는 사례들도 심심히 않게 접하곤 한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바는 입시교육 현장이 치열한 경쟁이 일상인 현실에서, 이런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결과한 실력의 격차를 학년이 올라가면서 극복하기가 더 어려워지게 되어 돌이킬 수 없게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한번 살펴보자. 왜 많은 학부모들이 손쉽게 이런 마켓팅에 현혹되어 무리한 낭비를 일삼게 될까?
우선 첫 번째로 무리를 지어 움직이고 무리 안에 있어야 안심 하게 되는 특유의 집단주의 의식의 영향을 꼽을 수 있겠다. 남들이 다 조기교육에 몰두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만 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 무언가 불안하다. 다들 영재원이라고 보내고 단톡방을 만들고 팀을 만들어 초등학교 때부터 유명한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는데, 함께하지 못하면, 우리 아이만 낙오된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환영일 뿐, 결코 낙오되지 않는다. 초등 5학년때까지 학원 한번 안 갔던 학생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자신도 영재학교나 과학고를 준비하고 싶다고 학원을 찾아와서 잘 짜여진 학습을 차근차근 자신 방식대로 소화해 나가서는 과학고 진학을 하고 우수 명문대 졸업 후에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박사과정까지 영재 엘리트로서 자기 길들을 잘 열어간 사례들이 수없이 많다. 결국은 학생 개개인의 이해능력과 학습능력이 중요하다. 무엇을 언제 일찍 시키느냐가 중요하지 않더라. 초등학교 영재원부터 무리지어 다니던 학생들 중에서 영재학교에 정작 입학하게 되는 학생들의 비율 또한 크지 않다는 것도 밝혀진 사실이다. 무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 학생 한명 개개인의 능력과 자기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 그 학생에 맞는 커리큘럼과 교육방식이 필요할 뿐이다.
두 번째로는, 상대적으로 순위를 중요시하고 비교에 익숙한 문화 탓에 이런 불안 마켓팅에 손쉽게 유혹 당하곤 한다. 현재 우리 아이의 학습 정도와 이해 속도, 학습 방식을 따지기보다, 전혀 다른 누군가와 비교를 하는 일이 대부분의 어른들에게 습관화 되어 있다. 이 학생이 난이도가 얼마인 평가에서 절대적으로 어느 정도의 점수를 얻었다는 사실 보다는 몇 등인가 하는 순위가 중요하다. 항상 누군가와 상대적인 비교 평가를 통하여야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고 믿는다. 그러다보니, 우리 아이보다 잘 하고 있는 누군가가 다니고 있는 학원과 배우고 있는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도 꼭 수업을 들어야 한다. 그 수업이 이 아이에게 맡는 것인지, 필요한 것인지는 별로 따질 필요가 없다. 그런데 우리 학교 전교 1등을 하는 학생의 부모들은 아이가 어떤 학원을 다니는 지에 대한 정보고 숨기고 공개하질 않는다. 그러다보니 어떤 학원에서 그 학원에 지역 전교권 학생들이 다 모여 있다고 하면서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과정이라 강권하면 의심도 없이 바로 믿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정도면 과잉 낭비의 반복은 필연이다.
마지막으로는 너무 빨리 변하는 입시환경과 입학전형으로 인해서 학부모들 대부분이 올바른 정보에 다다르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도 들고 싶다. 오죽하면 얼마 전 장안을 휩쓸었던 드라마‘스카이 캐슬’에서처럼 본인만을 전적으로 신뢰하라고 자신감을 뿜어대는 ‘입시 코디’까지 등장하였겠는가? 입학 전형은 각 대학이나 영재학교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잘 정리되어 올려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처음 이런 정리된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경우에 이해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같은 정보라도 이를 해석하는 방식은 입장에 따라서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법이다. 대부분 분명한 자기 입장에서 해석을 한다. 장님 코끼리 만지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그렇기에 객관적인 정보를 만일 원한다면 여러 학원을 다녀보고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보고 많은 다양한 입장을 다 들어보고 종합해서 스스로 자기 자신이 판단하는 정도의 노력은 기울어야 하지 않을까? 코끼리에 대한 전체적인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려면 여러 장님의 묘사를 종합해야 하지 않겠는가? 더욱이 학생과 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대화하면서 학생의 입장에서 이를 이해하고 해석해서 정리할 수 있다면, 가장 왜곡되지 않은, 잘 해석되어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도로 옥석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잘 모르면서 누군가의 일방적인 해석에 맹목적적으로 의지하기보다 적어도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지는 않는지?
결국 학습은 학생의 몫이다. 학생이 자기 의지와 목적으로 명확하게 가지고 자기 동기부여가 항상 되면서 학습을 이끌어 갈 때 최고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학부모의 불안을 미끼삼아 마켓팅을 위해 학원 입장에서 왜곡해서 쏟아내는 정보들을 맹목적으로 의지해서 이렇게 저렇게 우왕좌왕 쏠리고 무리 따라 헤매기보다, 우리 아이에 맞는 학습방식, 학원, 선생님, 학습전략을 함께 찾고 만들어감이 최선의 길이 아닐까?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성지 대표이사와 이진오 강사의 미래영재 스토리] 학부모들의 불안을 파고드는 학원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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