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지 대표이사와 이진오 강사의 미래영재 스토리] 학원이 파는 상품의 본질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9.05.01 09:20
  • 상담하다보면 의외로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첫 시간부터 싫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학생들의 부모님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다. 학생이 말 한마디 안 해도 자세에서부터 어느 정도 느낌이 온다. 이미 어디선가 공부에 질려서 왔구나.

    “아이가 전에 다니던 학원을 싫어했어요.”

    학생이 싫은 표정으로 학원에 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는 생각보다 심각한 부분이 아니다. 학생들은 늘 공부를 어느 정도 지겨워한다. 특정 과목만 질려할 때도 있고 슬럼프의 시기를 보낼 때도 있고. 그러다가 십대 특유의 탄력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성적이 쭉쭉 오르기도 한다.

    문제는 학부모와 학생의 괴리가 심할 때 발생한다. 이전 학원이 왜 싫었는지, 왜 이 과목을 싫어하는지 학부모의 판단과 학생의 판단이 다를 때 말이다. 이런 경우 문제는 크게 발전한다. 아이는 속된 말고 무언가에 질리게 된다.

    아이들이 비명을 지를 때는 원인이 무엇인지 찬찬히 뜯어봐야만 한다. 대화를 해야 하고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 아이들이 말하는 진심과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을 계속 무시하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머지않아 학생들은 일종의 무력감을 품는다. 공부든 특정 과목이든 학원이든 자신을 힘들게 하는 대상을 넘지 못할 산으로 여기게 된다.

    너무나 흔히 일어난다. 능력이 충분히 되는데 특정 과목을 싫어하는 학생을 정말 많이 봤다. 실례로 매 분기 머리도 좋고 과제 집중력도 좋은데 과학만 싫어하는 학생을 적지 않게 만난다. 심지어 개중에는 순수하게 수학이 좋아서 수학 올림피아드 학원을 스스로 검색해봤다는 학생도 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너무 지겹게 문제를 외우라고 해서 그만뒀다나. 이제 수학이 예전처럼 좋지 않아졌다며 아예 학원을 옮겨버리는 경우도 많다.

    베일에 싸인 상품, 학원 강좌

    이런 실패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원론적으로 학부모가 해야 할 일을 말하긴 쉽다. 구매자인 학부모는 학생의 상태를 최대한 빨리 정교하게 탐구해야만 한다. 학생과의 대화, 강사와의 상담, 교재검사 등을 통해 학업성취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학생이 어리면 어릴수록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순발력 있게 정확히 판단하는 능력이 부모에게 요구된다.
    그런데 이 일이 쉽지 않다. 아니 매우 어렵다. 이것은 부모 능력이나 학생의 성격 따위에서 비롯되는 일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 원인이 있다. 바로 학원에 있어서 서비스의 실제 소비자와 돈을 지불하는 구매자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강좌 서비스를 경험하는 사람은 학생인데 구매는 학부모 몫이다. 치과치료도 치료는 자녀가 받고 돈은 학부모가 지불하지만 들여다보면 이 둘은 차원이 다르다. 치과 치료가 잘 되었는지는 눈으로 보면 알 수 있다. 썩은 이빨을 치료하는 일은 객관적으로 진행상황이 명확히 재단된다. 썩은 이를 매개로 부모와 자녀는 같은 소비자로 동일 운명체가 된다. 그렇지만 학원 수업은 아니다. 부모는 객관적이지 않은 지표들을 종합하여 제품의 질을 판단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이 판단이 어렵다.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는 열심히 하려했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엎친데 덮쳤다고 안타깝게도 실패의 대가는 크다. 질려서 의욕이 사라져 버리면 학업의 미래는 없다 학원에 질리고 과목에 질리고 더 나아가 공부에 질리면 학원에 보내는 것이 득이 될 부분이 단 하나도 없다.
    구매자는 걱정에 휩싸인다. 정보는 부족한데 실패하면 힘들다니. 실수요자인 학생이 적극적으로 자세하게 의사를 표명해주면 좋은데 안 그런 경우도 부지기수다. 아니 대부분이다. 그냥 학원이 싫은 학생들이 상당수니까. 내 아이는 학원이 싫은 걸까 아니면 지금 다니는 바로 이 학원이 싫은 걸까? 학원에 문제가 있나? 다른 애들은 잘 다니는데?

    상품 구매에 실패하지 않는 최소한의 기준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최소한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다. 큰 실패를 예방할 수 있고 지키고 따를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원칙. 이런 의미로 아주 간단한 전략 하나를 추천해볼까 한다. 바로 아이들이 만족하는 학원에 보내는 것이다.
    많은 경우 학부모는 공부를 잘 시킨다는 학원 중에 학생들이 안 싫어하는 학원을 고른다. 작은 차이지만 이 말의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 우선순위를 바꾸란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만족하는 학원 중에 가장 공부를 잘 시키는 곳을 찾기를 권한다. 경험상 부모가 취하는 이 작은 자세의 차이가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고 본다.
    학년을 불문하고 많은 학부모님들이 학업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학업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늘 제일 앞에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를 때도 있는 법이고 오래 걸리는 길이 더 편한 길일 때도 있다. 공부야 잠시 잠깐 못할 수도 있다. 일시적으로 정보가 부족하여 시험을 약간 못 볼 수도 있고, 전략을 잘못 짜서 갖고 있는 것보다 결과가 작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질려서 의욕이 사라져 버리면 학업의 미래는 없다. 자칫 일이 커지면 학원을 안 보내느니만 못하게 된다. 일어나서는 정말 안 되는 일이 일어나면 말이다.
    학원가에 이런 말이 있다. 성인대상 학원은 조금만 안일하게 준비하면 바로 다음 시간에 수강생들 다 빠져있다고. 이 말이 뜻하는 바를 학부모들이 명확히 이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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