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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서 97년까지 미국 플로리다주의 주도 탈라하시라는 곳에 있는 플로리다 주립대(FSU)에서 박사후 연구원 (postdoctoral researcher) 생활을 하게 되어 아이들이 초등학교 1-2학년 생활을 미국에서 경험했었다. 당시 아이들 모두 영재(gifted children)으로 판별되어선 미국의 영재교육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아주 단편적이지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영재성의 판별은 각 학급이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부터 시작된다. 스스로 신청하는 것도 아니다. 1년 동안을 지켜본 담임선생님이 그 학년이 끝날 때, 이 학생이 특별한 교육이 필요할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추천을 한다. 시교육청에서는 영재성 판별 검사자를 각 학교에 파견해서 추천 받은 학생을 1시간 이상 검사를 한다. 주로 지능검사 내용이 주를 이루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는 당시에는 상위 2% 이내의 지능을 보인 학생들을 영재교육 대상자로 선정을 했었다. 그리고 현재는 이를 약 6%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학교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시교육청에서 관리하는 특별 영재학교 (gifted center)로 수업을 받으러 가게 된다. 교육내용은 다양하다. 학점처럼 아이들이 선택해서 과목들을 수강한다. 음악수업도 있고, 과학수업, 컴퓨터 수업 등, 일반학교와 같이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받는다. 과학 과목의 수업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아이가 받는 과학수업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그 내용을 아이에게 물어보곤 하였다. 정말 살아 숨쉬는 수업이었다고 기억한다. 아이들은 학교 근처의 개울과 들판과 숲 속을 선생님과 함께 탐험한다. 그리고는 여러 꽃과 나무와 올챙이와 작은 물고기들 이끼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발견한 것을 알고 있는지, 무엇인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아는 데로 서로 이야기하면서 정보를 공유한다. 선생님은 단지 묻고 그리고 정리를 해 줄 뿐이다. 그리고는 그 다음 주의 시간에 학생들이 탐험했던 생물들을 이번에는 교실의 생물백과에서 찾아보면서 또 다른 탐험을 경험하게 되고, 이런 색다른 탐험 속에서 자연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확대되어 나간다.
학원에서 교육하면서 초등학교 시절에서 실질적인 실물과 실험 탐구 위주의 구체적인 과학 영재 기초 교육의 부재를 느끼면서, 대안이 될 수 있는 과학영재 교육 시스템 개발의 꿈을 꾸게 되었다. 실질적으로 스스로 탐구하면서 자연의 원리와 구조를 이해해 나갈 수 있는 미래 과학자의 틀을 가지는 과학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미국 교육을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 영재교육학회 (NAGC) 학술발표회도 참석하고, 그 길에 버지니아 중의 영재학교 몇 곳을 방문하여 교육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수업도 직접 참관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버지니아 주의 린치버그라는 작은 도시에 위치한 초등학생들을 위한 영재교육기관인 Go School 의 먹이사슬에 대한 수업은 신선한 충격을 더해 주었다. 부엉이 배설물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구매한 부엉이 배설물을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는 부엉이가 무엇을 먹었는지를 알아보자고 한다. 아이들은 열심히 찾아보지만, 작은 가루 뭉치와 덩어리들만 보일 뿐이다. 하지만 큰 소화되지 않은 조각들도 있다. 짐승의 뼈다. 이들을 다 모아서 잘 조립해 보면, 이 뼈가 바로 생쥐의 뼈라는 것을 알아낼 수가 있다. 생쥐의 크기가 워낙 작고, 모양이 일반 포유류의 뼈 구조 모양을 띤다. 대략 맞추고는 아이들에게 어떤 동물의 뼈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다. 교사는 자유롭게 대답하는 아이들이 서로 토론하면서, 결론이 생쥐로 접근하는 것을 지켜보고 안내한다. 그리고는 “아! 부엉이가 생쥐를 먹는군요. 그럼 부엉이는 어떤 동물에게 먹힐까요?” 하고 사고의 확장을 이끌어 낸다. 그리고 동물과 동물이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생태계의 조화를 이룸을 이해하고 인식하게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먹이사슬의 본질을 그것이 발생하는 실제 예를 들어 실제 자연세계 안에서 이해한다. 더 이상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창의적인 과학 영재교육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아이들의 창의성을 계발하기 위해선 가르치는 사람이 얼마나 끊임없이 창의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인지를 깨닫게 해 준 경험이었다. 이에 비해 아직은 보수적이고 고전적이면서 교육하는 사람의 편의에 맞추어져 있는 우리 교실현장의 비효율성을 돌아볼 때, 참 안타까움으로 가슴 한 켠이 쓰려왔다.
물론 선진국이라고 모든 면들이 우수하고 무조건 본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총괄적인 사대주의적인 자세들이 바람직하다고도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구체적 선진국이던 후진국이건 간에 이를 떠나서 개개의 구체적인 사례 속에서 우리 시스템이나 내용보다 우월하고 배워야 할 것이 있으면 마음을 열고 이를 배워야 함이 필요할 뿐이다. 영재교육에서는 우리나라 보다 훨씬 오랜 전통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수학/과학 영재교육이 주었던 충격은 상당했다. 그저 부러움이 아니라, 이렇게 값지고 앞선 영재교육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떻게 경험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그때부터 지금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성지 대표이사와 이진오 강사의 미래영재 스토리] 영재교육 선진국 미국의 영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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