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것이 영재학교 대상 학원 강사의 고충 중 하나다. 아이가 ‘누가 봐도 영재’인 경우엔 대답하기 매우 쉽다. 사실 그런 아이를 둔 학부모님은 이런 질문 자체를 잘 안한다.

문제는 안 좋을 때 발생한다. 특히 아이의 성적이 기대만큼이 아닐 때 부모님들은 당황해하며 아이의 능력에 의문을 품는다. 몇몇 과목만 성취도가 떨어진다던가 혹은 평소엔 번뜩이다가도 가끔 어이없는 실수를 하곤 한다거나 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지금 얘기할 부분은 이 질문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는 점이다. 정말 순수하게 말해서 난이도가 높다. 학원 매출이나 장사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아이가 영재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것은 정말 힘든 얘기다. 모호하고 복잡하고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눈빛이 말을 하다

언제나 칠판을 주시하면서 문답에 응하지만 간단한 암기조차 쉽지 않았던 학생 얘기를 꺼내보려 한다. 당연히 성적은 좋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까지 성적이 곧잘 나오던 아이가 왜 중등부 가서 성적이 안 나오는지 부모님은 걱정을 하셨다. 아이에게 사실 재능이 없었던 것 아닐까. 이해력이나 암기력이 딸리지 않을까. 하지만 이해력은 모자라지 않는 학생이었다. 그랬다면 수업 시간 학습과정 중에 문제점을 노출했을 테니까. 그런데 확실히 배운 것을 외우는 부분에 약점이 있었다.

이런 경우 아이가 조금만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될 것 같다던가 크면서 나아진다는 식으로 의례적으로 상담하는 방법이 있다. 사실 틀린 얘기는 아니니까. 이해력을 보니 머리는 좋은데 못 외우는 것 보니까 암기력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아이에게 책임을 살짝 돌릴 수도 있다. 다 할 수 없는 얘기는 아니다. 아이의 성적이 그렇다고 얘기하니까. 부모님은 상담을 마무리하면서 내 아이가 생각보다 영재는 아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뭔가 개운한 맛이 없었다. 과연 이 아이의 낮은 성적이 진짜 부족한 영재성에 기인한 것일까? 이런 경우 종종 쉬는 시간에 불쑥 교실을 찾아가본다. 학생에 관해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공부시간 만으로 학생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느껴지지 않을 때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 학부모들의 바람과 달리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공부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그러면서 자신의 숨겨왔던 모습을 보여준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오고가는 대화와 노는 모습 속에 새로운 정보들이 숨어 있다.

이 학생은 쉬는 시간에 수많은 게임 케릭터 이름과 특성을 나열하며 친구들과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다. 오케이. 암기력엔 문제없구나. 곧 학생이 게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안에 정답이 있었다. 그 학생은 얼굴 근육이 찌푸려지도록 집중하면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자세 하나하나에 얼굴 근육도 같이 움직였다. 손은 얼마나 기민하던지. 단 한 번도 수업시간에 저렇게 손에 힘이 들어간 적이 없었다. 긴장감 자체가 달랐다. 답이 나왔다. 이 학생이 성적이 나빴던 이유는 수업과 공부에 집중하는 자세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학생은 엄청난 집중력을 다른 데에 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