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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취업난이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10.5%에 달했고, 체감 실업률은 23.3%로 집계돼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수치를 보였다. 전체 실업률도 4.1%로 2000년 이후 18년만에 최고치에 올라섰다.
지금의 취업 세대는 대부분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태어났다. 이들은 대학 진학률이 80%를 돌파한 시절에 학교를 다녔던 젊은이들인데, 이는 OECD 평균값인 40%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이다. 대졸 취업 준비생들의 눈높이는 자연스럽게 상향평준화 되었다. 그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만한 직장을 찾기는 더욱더 어려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대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낮은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이익률이 낮아져 경영이 어려워진 중소기업은 인공지능과 로봇을 도입하는 등 자동화 비율을 늘리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어둡고 긴 터널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녕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인가? 필자는 이 난제에 대한 힌트를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 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인공지능∙IoT∙로봇 등 4차산업혁명 대표 기술들을 접목했다. 이를 통해 생산비용을 최소화 하고 품질을 극대화해 중국 등의 추격을 뿌리치고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KOTRA에서 세계 59개국 현지 기업인과 연구원을 대상으로 산업별 경쟁력 1위 국가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였는데, 조사 결과 독보적 1위는 바로 독일이었다.
놀라운 점은 이처럼 스마트 공장이 도입되고 세계 금융위기 등 여러가지 거시적인 악재속에서도 2015년 고용률이 74%로 2005년 65% 대비 약 9% 가량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고용률이 같은 기간 동안 약 2% 밖에 상승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인상적인 성과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낸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바로 ‘직업 교육’이다. 독일은 제조업에 IT 기술이 접목되면 인간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음을 인식했다. 정부는 일자리를 잃을 위험성이 높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선제적으로 진행하여 직무 전환을 빠르게 유도했다. 이는 기존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형식적으로만 직업훈련이 진행되는 국내의 현실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동시에 학교와 기업이 학생을 함께 육성하는 듀얼 교육훈련 시스템을 통해 청년실업률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선도기업을 찾아내어 4차산업에 적합한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취업 중심의 기업현장과 학습 중심의 학교 사이의 간격을 좁혀주는 중간다리 역할을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노사정이 합의체를 만들어 균형 잡힌 정책을 펼친 것도 성공의 중요한 요소였다. 독일 정부는 노동자들을 위해 기업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약속 받았다. 자동화 및 로봇화를 빠르게 도입하되 노동자들의 고용이 지속적으로 창출될 수 있도록 기업과 합의했다. 기업을 위해서는 수출 경쟁력 강화 정책을 펼침과 동시에 노동유연성을 보호해줬다. 결국 독일은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국가 전략을 통해 ‘4차산업 선도 국가’와 ‘고용률 상승’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독일은 무역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이 발달하는 등 대한민국 경제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독일의 고용지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동안 한국은 역대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독일이 ‘사람’이 중심이 되는 4차산업혁명을 현실화 하고 있을 때, 한국은 ‘소득’ 중심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는 매우 빠르고 복잡한 세상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생각을 단순화 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의 본질은 ‘사람’ 그리고 ‘기술’이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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