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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세상의 모든 것이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연결, 초지능 사회이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바로 그 연결과 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블록체인과 4차 산업 혁명 기술이 만났을 때는 어떤 새로운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첫 번째 예로 사물인터넷(IoT)을 살펴보자. 사물 인터넷은 체중계, 냉장고, 자동차, TV 등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장치에 칩을 탑재하여 조절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의 유통기한이 지나면 냉장고가”주인님, 이 음식은 안 먹는 게 좋겠습니다.”와 같은 신호를 보낸다. 혹은 약을 먹어야 할 시간에 약 뚜껑이 열리지 않으면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정보를 담당의사에게 전송한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가트너는, 2020년에는 사물인터넷 기기(connected things,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의 수가 250억개를 돌파하고 시장 규모는 30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 250억개가 넘는 기기에서는 끊임없이 데이터가 생성된다. 사물인터넷이 완벽하게 대중화 될 경우에는 무한에 가까운 디바이스에서 무한에 가까운 데이터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현재의 중앙형 데이터베이스로 처리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보안 문제 역시 심각하다. 기존의 온라인 신뢰 인프라는 단일 시스템을 중심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몇 백억 개의 디바이스가 생성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낯설 수 밖에 없다.
이때 블록체인의 분산원장을 사용하면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사물인터넷은 분산 처리를 하기 때문에 디도스와 같은 공격을 예방할 수 있고, 각 디바이스가 데이터를 보유 및 검증 하기 때문에 위∙변조가 어렵다. 디바이스 간의 연결을 기반으로 처리되어 일부 기기에 문제가 있어도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중앙 서버의 경우 처리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서는 기기가 추가되면 문제가 생기지만, 블록체인 기반 사물인터넷은 P2P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아이러니하게도 중앙 집중형 시스템의 선구자인 IBM 역시 블록체인이 사물 인터넷의 가능성을 펼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주장한다. 실제로 IBM은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Maersk)와 함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사물인터넷을 현장에 적용했다. 이들은 1000만개에 달하는 머스크의 컨테이너에 센서를 내장하여 물건의 이동을 추적하고, 블록체인 위에서 검증 작업을 진행한다. 이처럼 보다 ‘안전한 방식’을 통해 일을 처리하고, 불필요한 서류 작업을 없앰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대폭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다른 예로 인공지능(AI)을 살펴보자. 이미 구글 산하의 인공지능 회사 딥마인드(DeepMind)는 블록체인과 의료 서비스를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들은 컴퓨터에 대량의 질병 증세와 해당 이미지를 학습시켜 스캔 데이터만으로 질환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방대한 의료데이터가 필요한데, 의료 데이터의 경우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으로 인해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 실제 구글은 2016년 11월 영국NHS 병원과 제휴하여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했지만,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데이터를 수집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후 당사는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의료 플랫폼으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입증 가능한 데이터 검사(Verifiable Data Audit)’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해당 기술을 이용하면 환자 데이터가 언제, 어느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단, 여타 블록체인 기술과 마찬가지로 정보 수정은 불가능하고 기록만 가능하다. 이를 통해 딥마인드는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환자 데이터 수집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금융권에서도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접목시키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미국의 3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의 경우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한 데이터를 투자 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고객 정보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넣고 학습시킨 후 특정한 투자 패턴을 찾아내도록 하는 방식인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된다. 위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상에 기록된 데이터들은 임의로 변경이 불가능하다. 또한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에 대한 정보는 확인이 가능하지만 누가 거래를 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익명성도 보장된다. 블록체인이 인공지능 분석 결과물에 ‘신뢰’를 부여한 것이다.
다보스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사회전반에 걸쳐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트리는 파괴적인 혁신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있지만, 만약 블록체인이라는 핵심 인프라가 없다면 4차 산업혁명의 완성은 어려울 것이다. 블록체인의 파괴력에 기반한 경제적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보안성, 투명성, 효율성을 갖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의식 제고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블록체인이 만들어 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