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ICT 산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이다.
양자컴퓨터는 흔히 ‘꿈의 컴퓨터’로 불린다. 일반 컴퓨터로는 몇 백 년이 걸릴 연산을 단 몇 분만에 끝낸다. 기존 컴퓨터로 계산 할 수 없었던 정보들도 손쉽게 처리한다. 복잡한 시뮬레이션과 스케쥴링 문제를 풀 수 있어 인공지능 개발에 꼭 필요한 기술로 손꼽힌다.
발전역사를 살펴보자. 컴퓨터에는 CPU라고 불리우는 중앙처리장치가 존재한다. 사람의 두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인간이 컴퓨터에 명령한 내용을 처리한다. 인류는 컴퓨터의 두뇌인 CPU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왔다. 그 중 한 방법으로 ‘트랜지스터(transistor)’를 얼마나 촘촘히 배치하냐에 대한 기술진화 경쟁을 펼쳐왔다. 하지만 트렌지스터의 수를 늘리는 방법은결국 일정한 한계점에 도달 할 수 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렵다는 얘기다.
양자컴퓨터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기존의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이진법(binary bit)을 사용한다. 스위치를 끄면 0을 나타내고, 스위치를 키면 1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0이나 1의 상태가 ‘비트’라는 기본 단위가 된다. 반면 양자컴퓨터에서는 ‘양자역학’을 이용하여 0과 1이 아닌 중간 단계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양자컴퓨터에서는 0과 1뿐만 아니라 00, 01,10, 11과 같은 4가지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이를 큐비트(quantum bit)라고 부르는데, 큐비트가 네 개가 있으면 16가지 상태를 표현할 수 있고, n개가 있으면 2의 n제곱만큼 중첩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요지인 즉, 비트를 사용하는 현재의 컴퓨터 보다 큐비트를 사용하는 양자컴퓨터가 압도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상정보처리, 교통상황 분석, 암호풀이, 패턴분석에 강점이 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세르주 아로슈(Serge Haroche)는 “인류는 양자컴퓨터를 통해 수십만 종류의 화학물질을 분석하는 신약 개발이나 인공장기 연구와 같이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더 빨리 현실화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양자컴퓨터를 단기간 안에 상용화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양자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막대한 설비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은 이미 양자컴퓨터를 핵심 기술로 구분하여 영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국책 연구소에서 양자컴퓨터 관련 시제품을 기업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으며, 중국은 13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양자연구소를 지어 군사기술에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캐나다의 컴퓨터개발업체 D웨이브는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촬영한 수 백장의 지구 사진들을 분석하고 있다. 한 대에 약 170억 원 가량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해당 제품은 NASA뿐 아니라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등에서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IBM은 5큐비트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공개했는데 이미 4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토폴로지(Topology)를 활용한 양자컴퓨터 개발에 도전을 선언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1-2년 안에 관련 전문가를 대거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은 갈 길이 멀다. 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과 선진국의 양자컴퓨터 기술력 격차는 8년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양자컴퓨터 실용화에 도움이 될 만한 입자의 존재를 증명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양자정보통신 관련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18년 2월 임시국회에서 특별법을 신속히 통과시켜, 대한민국이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정부의 주도하에 산업 육성전략을 도출하고 특별예산 편성방안을 물색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양자컴퓨터 분야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결국은 타이밍 싸움이다. 지금 기술을 개발 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 진입 기회를 잃고 양자컴퓨터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도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최고의 반도체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광통신 기술력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도 늦지 않았다. 하면 된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새로운 시대의 중심, 양자컴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