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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통적 교육은 반드시 몰락한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인재를 요구한다. 1•2차 산업혁명을 거쳐 고착화된 일방적 강의 중심의 ‘집합식 교육’은 산업 인력을 대량으로 육성하는 당시의 교육 목적에는 부합했지만, 창의적 인재를 요구하는 21세기 교육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10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교육 시스템은 그대로다. 1명의 교사가 공통의 커리큘럼으로 학습 수준이 다른 여러 명의 학생을 동시에 가르치는 집합식 교육은 낙오자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낙오된 학생들은 결국 배움을 포기하거나 사교육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초지능, 초연결 사회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교육 방법이 필요하다. 미국 실리콘벨리에서는 굴지의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미 새로운 교육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디지털 기반의 ‘맞춤형 교육’이다. 칠판 앞에서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사의 모습은 보기 어렵다. 공통의 커리큘럼이 있지 않고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관심사를 반영한 수업이 진행된다. 이 곳에서 교사의 역할은 인스트럭터 (instructor) 보다 퍼실리테이터 (facilitator)에 가까운데, 그들은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질문과 과제를 던지고,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대안형 공립학교인 서밋스쿨 (Summit school)이 있다. 페이스북의 전폭적인 투자를 받고 있는 서밋스쿨은 ‘1인 맞춤형 온라인 교육 플랫폼’ 운영으로 개인에 최적화된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학생들의 하루 일과가 국•영•수 등의 교과목이 아닌 프로젝트 및 자습 형태의 ‘개인화 수업’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학기당 2주씩은 학습에서 벗어나 경영•미디어•예술•기술 등 각자 선택한 분야의 특별활동에 몰입할 수 있다. 스티브잡스스쿨 (Steve Jobs school) 역시 마찬가지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2013년 네덜란드에 처음 세워진 이 학교는, 똑같은 나이의 학생들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로 한 반이 구성되어 제각각 개인화된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수업을 선택할 수 있고, 교사는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반영해 6주마다 개인별 교육 계획안을 제공한다. 또한 모든 학생에게는 코치가 배정되어 배움이 필요한 순간마다 적절한 전문 교사를 연결해준다.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교육은 늘 똑같은 교육을,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방식으로 제공하는 ‘One Size Fits All’ 교육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다가오는 4차 산업 혁명시대에는 새로운 교육 방법이 필요하다. 맞춤형 교육의 경우 학생이 본인들이 설정한 계획과 진도로 학습이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학생과 비교당할 이유가 없다. 성적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낙오자 역시 줄어든다.
실리콘벨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교육 실험은 국내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자신의 블로그인 게이츠 노트를 통해 서밋스쿨의 교육시스템을 극찬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교육 액셀러레이터인 Learn Launch의 창립자 Jean Hammond 역시 향후 교육계의 핵심 키워드로 맞춤형 교육(Personalized Learning)을 꼽았다. 기술적 한계가 있었던 과거에는 이런 측면을 인지하고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기존의 집합식 교육을 개선해 나가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빅데이터•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기술적,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은 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급격한 사회변화에 발맞춰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국내외 전문가들 간 이견이 없다. 전통적 학교의 몰락은 이미 시작되었다. 새로운 교육의 중심에는 ‘맞춤형 학습’이 있을 것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실리콘밸리식 대안학교의 비결, 맞춤형 교육을 주목하라